올-로드 스페셜리스트, 더욱 똑똑해진 볼보 ‘V90’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볼보는 진화하고 있다. 취재하고 시승하는 기자들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느끼는 점이다. 최근 5년 새 볼보가 국내시장 판매율 곡선을 더욱 가파른 상승 그래프로 전환시킨 것도 그 반증이다. 2세대 XC60부터 전 차종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T맵(티맵) 적용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면서 볼보는 명실상부 국내서 수입차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티맵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2.0이 적용된 2024년형 볼보 ‘V90 크로스 컨트리’를 타고 전라남도 담양을 다녀왔다.
볼보 V90 크로스 컨트리 모델은 높은 지상고로 SUV 못지않은 오프로드 성능도 갖추고 있지만, S90 만큼이나 세단의 편안함도 보유하고 있다. 실제 고속도로 주행에서 세단을 탑승한 듯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보였다. 서울에서 출발해 전라남도 담양까지 가는 동안 고속도로와 지방도로 등을 병행하며 달렸으나 어떤 도로 조건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 전북 부안에서 빠져나갔다. 내장산 줄기를 따라 담양으로 향하는데 서서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제대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담양군 용면에 위치한 담양호까지 수 십 차례 반복되는 곡선 구간에서 V90 크로스 컨트리는 눈 속을 달리면서도 탑승객에게 불안감 하나 주지 않고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나갔다. 볼보 V90 크로스 컨트리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볼보의 V60, V90 크로스 컨트리는 아주 전략적인 모델이다. 전 세계 자동차 수요는 주로 세단과 SUV가 양분하고 있다. 그 사이 두 차종의 특징을 보유한 차량으로 해치백, 왜건형 및 투어링 스타일 등으로 불리는 크로스오버가 있다.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은 과거부터 다양한 크로스오버 모델을 개발 및 생산해왔지만,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보의 크로스 컨트리 모델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볼보 크로스 컨트리의 장점은 세단과 SUV의 장점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는 데 있다. 볼보에 따르면 크로스 컨트리는 세단의 안정적인 승차감과 SUV가 주축이 되는 오프로더의 주행성능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이는 볼보자동차의 독창적인 모델로 자리매김했고, 2014년부터는 정통 SUV라인업인 XC레인지와 함께 별도 라인업으로 편성됐다.
앞서 2017년, 볼보가 ‘혁신적인 모듈화 플랫폼’으로 자랑하는 SPA(Scalable Product Architecture)를 바탕으로 V90 크로스 컨트리가 탄생했다. 이는 볼보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자인에 넓은 적재공간과 높은 지상고를 바탕으로 세단과 SUV의 장점을 적용시킨 모델이었다. 뛰어난 실용성에 볼보의 첨단 안전 기술을 덧입힌 스웨디시 럭셔리 플래그십 라인업으로 완성돼 볼보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었다. 2018년부터 국내 도입됐다.
볼보 V90 크로스 컨트리는 2.0리터의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에 48볼트의 배터리를 탑재한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을 통합 적용시켰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와 상시 사륜구동(AWD) 시스템의 조합으로 최고출력 250마력에 최대토크 35.7kg·m의 성능을 구현해낼 수 있게 됐다.
볼보의 새로운 표준 파워트레인으로 전 모델에 적용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탑재된 48볼트 배터리는 첨단 기술력이 적용된 운동 에너지를 회수 및 일시 저장했다가 출발 시 가속과 재시동시 엔진 출력을 보강해 약 14마력의 추가 출력을 지원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실제 주행에서 체감상 얻을 수 있는 민첩성은 단순한 수치를 훨씬 뛰어넘는다.
볼보는 안전성으로도 세계 최상급이지만, V90 크로스 컨트리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까지 대거 적용했다. 우선 앞 차량과 간격을 유지하며 차선 중앙에 맞춰 조향을 보조하는 ‘파일럿 어시스트 II(Pilot Assist II)’와 차량 및 보행자·자전거·대형 동물 감지 및 교차로 추돌 위험 감지 기능을 갖춘 긴급제동 시스템 ‘시티세이프티(City Safety)’를 기본으로 갖췄다.
여기에 도로 이탈 완화,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등으로 구성된 첨단 ‘인텔리 세이프(IntelliSafe)’ 시스템이 전 트림에 동일하게 탑재됐다. 또 과속에 따른 사고 피해를 줄이도록 주행 가능 최고 속도를 운전자가 사전에 설정할 수 있는 케어키(Care Key)도 기본 제공했다. 볼보의 기술력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곧 판매실적으로 증명된다.
지난해 볼보는 총 1만7018대를 판매해 4위에 랭크됐다. 3위 업체를 단 850대 차이로 뒤쫓으며, 2024년의 3위 싸움이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완성차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볼보가 어떤 전략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지 자동차 마니아를 비롯한 소비자의 기대가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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