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하는 ‘산사음악회’, 무더위 식히고 가을바람 맞는다
MZ세대 마음 사로잡은 ‘반려동물 템플스테이’, ‘EDM 축제’ 등

[사진제공=한국불교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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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바쁜 일상 속 새로운 즐길 거리로 ‘산사음악회’와 ‘템플스테이’가 떠오른다. 특히, 올여름에는 남녀노소 세대를 막론하고 긴 더위를 식히는 두 행사가 인기를 끌었다. 본지는 한가위를 맞아 세대공감 문화공연인 산사음악회와 바쁜 도시에서 벗어나 마음을 치유하는 템플스테이를 들여다봤다.

산사음악회와 템플스테이는 높은 관심도 이전에도 꾸준히 진행돼 왔다. 지난 6일 대한불교조계종 관계자는 “대한민국에 있는 거의 모든 사찰에서 산사음악회나 템플스테이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라며 “올해 상반기부터 불교가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다 보니 기존 행사들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젊은 층이 불교에 대한 관심이 늘었는데, 현대인들이 선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나 마음 건강을 챙기는 경우가 많아졌다”라고 전했다.

올여름 열기 식힌 ‘산사음악회’

전남 광양시는 지난달 31일 봉강면에서 산사음악회를 개최했다. 바쁜 일상에 지친 주민들의 마음을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로 보듬기 위해 기획된 축제로 2012년 개최된 제1회 ‘성불사의 밤’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이날 행사 중 비봉풍물단의 사물놀이 공연과 광양시립국악단의 국악 공연, 봉강면 주민의 줌바댄스, 기타, 난타 공연, 축하 가수의 공연 등이 관람객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아울러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각종 체험 행사를 즐기며 시간을 더욱 알차게 보냈다. 같은 날 충남 부여군 무량사에서도 산사음악회가 개최됐다. 무량사를 찾은 지역주민과 대중은 아름다운 음성공양으로 여유를 만끽했다. 

국악인 신이나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는 가수 조은하의 ‘어쩌겠소’가 첫 무대를 장식했다. 이후 가수 박성현(꽃길인생), 국악인 박문정, 가수 주병선(칠갑산), 가수 조승구(꽃바람 여인), 가수 정수라(아! 대한민국)의 무대가 이어졌으며 청중의 큰 호응을 받았다. 아울러 ‘자비음성 불교합창단’의 음성공양이 대중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인천 영종도 백운산 용궁사에서도 산사음악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음악의 향연이 펼쳐졌다. 용궁사 묘진 법사와 용궁사 어린이 신도 이세인 양이 할머니와 손녀로 출연해 수령 1300년을 넘는 용궁사 느티나무 설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막을 올렸다.

이후 느티나무와의 인연과 사랑에 관련된 노래들로 무대가 꾸며졌다.용궁사 해조음합창단과 불자 음악인들로 구성된 육화림 솔리스트 앙상블은 ‘비천’, ‘바램’, ‘낮은 목소리’, ‘바람의 노래’, ‘인연’,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등 11곡을 열창하며 산사의 무더위를 서정적인 음악의 선율로 대체했다.

음악회 2부에서는 신세대 찬불 가수 관서현보살이 팝송과 함께 현대적 음악에 불교를 입힌 EDM 찬불가를 선보여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기타리스트 이다온이 무대에 올라 러브스토리, 월광 소나타, 캐논 등을 연주해 공연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용궁사 주지 능해스님은 “해마다 가을에 열던 산사음악회를 올해는 한여름 밤의 산사음악회로 시기와 명칭을 바꾸어 개최하게 됐다”라며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음악회를 통해 시원하게 털어내고, 청량한 가을을 맞이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사진제공=한국불교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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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 맞이할 산사음악회 일정

올여름 무더위가 극심했던 만큼 산사음악회를 통해 몸과 마음을 달래는 시민들이 많았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자리인 만큼 다양한 세대의 관심이 높은 상황. 가을에도 어김없이 산사음악회는 개최될 예정이다.

9월14일 오후 3시, 임진왜란 당시 의승수군이 활약한 전남 여수시 흥국사에서 산사음악회가 개최된다. 흥국사에 따르면 ‘호국불교의 성지’에서 108돌탑과 활짝 핀 수백만 송이의 꽃무릇이 어우러진 가운데 초가을을 맞이하는 연주회가 마련될 예정이다.

‘흥국사 108돌탑 꽃무릇 음악회’는 해마다 임진왜란 당시 맹활약한 의승수군의 넋을 위로하고, 여수국가산단의 안전을 기원하는 108돌탑과 붉게 핀 꽃무릇을 배경으로 열려 왔다.

등산객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음악회는 흥국사 홍교 밟기 농악과 국악 허숙 명창, 가야금 류가연, 서지오와 배연진, 조정희, 이정효 등 유명 가수가 무대에 올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일 계획이다.

전남 영광군에서는 산사음악회와 함께 축제가 열린다. ‘불갑산 상사화 축제’는 9월13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되며 음악회와 함께 온 산을 붉게 수놓은 상사화와 함께하는 꽃길 걷기, 상사화 소원의 길, 상사화 미디어파사드, 상사화 달빛야행 등의 대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불갑산은 전국 최대 규모의 상사화 군락지로 7월 중순부터 진노랑상사화가 피기 시작해 붉노랑상사화, 백양꽃 등 다채로운 상사화가 차례로 피어난다. 특히, 9월 중순에는 꽃무릇이 불갑산을 온통 붉게 물들인다.

꽃무릇이 절정일 때 열리는 불갑산 상사화 축제는 전남 대표 축제로 선정됐으며, 2년 연속 대한민국축제콘텐츠 축제관광 부문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사진제공=한국불교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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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치유 공간 템플스테이 TOP5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9월부터 전국 사찰 40여 곳에서 ‘선명상 템플스테이’를 상시 운영한다.선명상 템플스테이는 누구나 쉽게 선명상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기획된 특별 프로그램이다. 불교계에 따르면 선명상은 자신과 타인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하는 명상으로 차별하고 분별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깨끗하고 빛나는 본래 마음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 한다.

‘선(禪)’은 괴로움에서 벗어나 스스로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불교 명상법으로 템플스테이를 통해 선명상을 경험하고 일상에서도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기존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선명상 체험이 접목돼 참가자들은 수행자 일상과 수행법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사찰마다 고유한 특징이  반영된 다양한 명상법을 통해 희망자는 본인에게 맞는 명상법을 찾을 수 있다. 

▲ 산청 문수암의 ‘바보(바라보기) 선명상’ 템플스테이에서는 이론부터 실습까지 체계적으로 선명상을 경험할 수 있다. 선명상의 원리 및 효과에 대한 설명과 함께 걷기, 좌선 그리고 장호흡 등의 체험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 봉화 축서사의 ‘쉬고 쉬고 또 쉬고(참선 집중수행)’ 템플스테이에서는 6박7일 동안 입승스님의 지도 아래 하루 10시간씩 수행 정진하는 프로그램이 제공돼 진지한 수련에 임할 수 있다. 이밖에도 영광 불갑사, 성주 자비선사, 대구 동화사 등은 성인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어 가족 모두가 참가하기 좋다.

▲ 영어에 익숙한 내국인이나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강화 연등국제선원의 ‘마음의 문고리를 잡다’ 템플스테이는 인도 출신의 주지 스님이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하며 선명상을 직접 지도한다.

▲ 전남 완도군 신흥사는 바다치유 명상 템플스테이가 진행된다. 참가자들로 하여금 파도가 모래 발자국을 지우듯 고민을 털어내고자 전통문화 체험은 물론 바닷가 모래밭 포행과 몽돌해변 명상, 지역특산품 선물 등의 체험 기회가 제공된다. 신흥사 템플스테이의 핵심은 하절, 친절, 간절로 구성되는 3절에 있다. 하절은 마음 내려놓기, 친절은 전통문화의 숨결 느끼기, 간절은 행복을 찾는 법 알기 등이다. 이런 3절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행복을 얻는 열쇠를 얻어가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 서울 조계사는 오는 9월29일 오전 11시 행복한 수행자로 불리는 ‘직메 린포체’ 초청 특별 법회를 실시한다. ‘진정한 깨달음의 기준! 자비와 지혜’를 주제로 강연과 실참이 60분간 이어진다. 더불어 서울 봉은사는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봉은사 선명상 축제’를 통해 해외·국내 연사 강연을 진행한다. 툽텐진파와 금강 스님이 강연과 실참을 지도하며 AI 상담부스도 운영할 계획이다.

[사진제공=한국불교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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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템플스테이, 반려견도 함께

템플스테이가 MZ세대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자 다채로운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특히 불교문화박람회가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가 하면 불교와 EDM이 접목된 행사가 펼쳐지기도 했다. 이어 반려견을 데리고 절을 찾아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이른바 ‘댕플스테이’가 화제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20·30대 비중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2.1%에서 지난해 40.7%로 뛰었다. 연령대별로 2019년에는 50대가 20.1%로 가장 많았고, 20대 17.9%, 30대 14.2%, 40대 13.5%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0대 22.4%, 30대 18.3%로 1, 2위를 차지하며 역전했다. 50대는 17.5%, 40대는 14%를 기록했다.

이런 흥행과 맞게 사찰도 가지각색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버스킹공연, 캠프파이어, 와인 족욕 등 이색 프로그램 등이 MZ세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에는 K-푸드로 떠오르고 있는 사찰음식 또한 인기다. 더불어 채식 위주의 건강식을 즐길 수 있다는 소문이 SNS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백양사 천진암과 서울 진관사 등에 이목이 쏠렸다.

충북 증평군과 관광 스타트업인 ‘반려생활’은 증평 미륵사에서 반려견 동반 템플스테이를 진행하고 있다. 댕플스테이는 미륵사 주지 정각 스님과의 사찰 잔디밭 차담, 연꽃등 만들기 체험, 예불·108배 자세 배우기, 반려견과 교감하며 소원지를 쓰는 시간 등으로 구성된다.

국제선명상대회 “통합의 행사”

오는 9월27일부터 10월1일까지 국제선명상대회가 펼쳐진다. 국민의 마음평안을 발원하고 한국 불교 수행 전통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열리는 행사로 대회 전후로 전국 각지에서 선명상 프로그램이 개최될 예정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이를 두고 “광화문 광장에서 국제선명상대회가 열린다”라며 “종단에서 3만여 명 정도가 모이며 근 20여 년 중 가장 큰 행사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올가을 전국 팔도에서 가지각색 휴식과 안정 나아가 즐거움을 선사하는 산사음악회, 템플스테이가 열린다.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적절한 치유를 제공하는 행사인 만큼 남녀노소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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