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관님 여기 계셨군요."걸직한 남자의 목소리에 그가 옆을 돌아보았다."아, 저는 방배 경찰서에 있는 경찰관입니다. 사모님이 내 놓은 소장 때문에 여쭐 말씀이 좀 있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경찰서로 가시겠습니까?"정채명은 얼른 사태를 짐작 할 수 있었다. 자기가 내각 정보국에서 나올 때부터 미행자가 있었고 이런 일은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래. 좋아. 당신들의 함정 속으로 내가 순순히 들어가 주지. 그러나 언젠가는 내가 너희들의 입장이 될 날이 올 거야."그는 형사가 알아듣지 못할 얘기를 중얼거리며 따라 일어섰다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4.01.19 18:17
-
그 중 리더인 듯한 나이가 든 요원이 명령을 했다.“사람 살려.”“살려 주세요. 우우우...”그때 열린 문안에서 여자들의 필사적인 아우성 소리가 들렸다.“저게 뭐야?”요원들이 총을 일제히 그곳으로 겨누었다.“살려주세요.”목청이 터져라 외치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들어가 보아!”리더가 턱으로 명령을 내리자 대여섯 명이 철문 안으로 들어갔다.“아저씨 여기예요. 여기!”안에서 다시 왁자지껄 하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있지 않아 요원들이 여자 인질 스무 명을 데리고 나왔다. 모두가 머리카락이 흩어지고 겁에 질려 창백한 얼굴이었다.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4.01.12 17:36
-
“당신들 독재 정부를 무너뜨리고 이 땅에 진정한 민주 독립 정부를 세우는 길은 이 방법밖에 없었어.당신들 목에 칼을 들이대지 않으면 정권 내놓겠어? 우리가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야. 그리고 국민들은 막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알지 못할 거야. 독재자들은 여편네 목숨 하나 건진 것을 감지덕지 하고 쉬쉬하며 권좌에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을 거야.”“하지만 그렇게 당신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걸. 당신도 소위 독재 정부의 장관이 아니오?”“하하하... 그야 그렇지. 그래서 당신 상전들이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4.01.05 16:25
-
조은하도 위기를 느끼고 그에게서 빠져 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놓아 주기는커녕 여자를 더욱 거세게 끌어당기며 얼굴에 자기 얼굴을 비벼댔다. 한 손이 가라이로 들어와 그곳을 움켜 쥐었다.“이거 놔요!”조은하가 그를 떠밀었다. 그러나 그는 놓아주지 않았다.“내 앞에서도 벗어보아. 내 것도 받으란 말이야.”그는 조은하의 스커트를 걷어 올리려고 애를 썼다.“정말 왜 이래요? 미쳤어요?”“미친 건 은하야. 넌 더러워졌어. 이 세상에 더 살아 있을 가치가 없어. 나한테 네 육체를 맡겨.”조은하가 미친 듯이 덤벼드는 고문직의 얼굴에 침을 뱉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12.29 15:30
-
그러나 조은하의 의식은 점점 물속으로 가라앉았다.얼마를 지났을까? 정신을 차렸을 때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모습은 얼굴에 주름이 제법 잡힌 남자의 얼굴이었다.“정신이 좀 드나?”남자의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남자가 고문직 교장이었다. 40대의 고문직은 그때부터 별다리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방학 때라 해변의 방 한 칸을 빌려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아침 바닷가에 산책을 나갔다가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조은하를 발견하고 급한 대로 자기 방으로 데려와 응급조치를 한 뒤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여기가 어디예요?”여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12.22 17:14
-
“허허허...봉달라는 거나 봉주려는 거나 그게 그거 아닌가...허허허...”“아이 아저씨두 호호호...”나봉주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그건 그렇고 모처럼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우리 나가서 사철탕이나...”“예?”“아니, 아니야. 따로 국밥이나 하면서 이야기 좀 할까? 보아하니 그냥 놀러 오신 것 같지는 않고...”이렇게 해서 나봉주는 하 경감과 함께 경찰서 앞의 단골 아구탕 집으로 들어갔다.“그래 곽 경감은 잘 계신가?”하경감이 나봉주에게 자리를 권하며 입을 열었다.“곽 경감님 수배 당해 도망 다니는 것 모르세요?”나봉주가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12.15 16:23
-
그러나 그가 미처 권총을 뽑기 전에 서종서의 발이 번개처럼 올라가 백성규의 가슴을 쳤다.“어이쿠!”백성규가 뒤로 넘어지면서 소리쳤다. 그는 넘어지면서도 드럼통에 머리를 부딪혔다.“쿵!”백성규는 서종서가 다음 공격을 시도하기 전에 기절하고 말았다. 서종서는 이어 정채명을 향해 돌아섰다.“이봐요, 서 차관!”정채명이 뒷걸음을 치면서 말했다.“이제 모든 것이 이해될 거 같아.”“무슨 말을 하려는 거요? 당신 미쳤소?”정채명은 현저하게 당황하는 것 같았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응원군을 찾아보려는 것 같았으나, 불행히도 주변에는 아무도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12.08 17:00
-
곽 경감과 조준철은 숨을 죽이고 캄캄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그러니까 제일 밑에는 정채명 장관, 그 뒤는 서종서 차관, 그리고 그 뒤는곽 경감과 조준철이 미행을 하는 꼴이 되었다.캄캄한 지하 일층을 지나자 불빛이 계단으로 새 들어왔다. 지하 2층은 넓은 주차장인데 불이 대낮처럼 켜져 있었다. 텅 빈 넓은 주차장에는 구석구석에 자재 찌꺼기들이 쌓여 있고 가운데는 커다란 트럭과 지프차 한대가 서 있었다.그 가운데로 정채명 장관이 내려섰다.“아니, 저 사람은 무엇입니까?”조준철이 곽 경감의 귀에 입을 바싹대고 물었다.“저 사람은 내무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12.01 17:03
-
“그들은 가투를 할 때도 무기를 가지고 나가야 한다고 했어요.”가투란 가두데모를 말하는 것 같았다.“또...”“독재자들은 말로 해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암살할 사람은 암살이라도 해야 한다고 그랬어요. 큰 목적을 위해서는 작은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였지요.”“어제 여기 들렸을 때는 그 혼자 왔었나?”신동훈이 담배를 꺼내 물며 말했다.“예. 아니오. 나와 만난 사람은 백 장군님뿐이었지만... 누가 밖에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어요.”“백 장군이라는 사람은 지금 무고한 시민들을 납치해 가지고 다니면서 심심하면 한 사람씩 죽이고 있단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11.24 17:10
-
“군부에서 하는 짓들이 늘 이렇단 말이야. 도대체 허깨비를 쫓아 다녔단 말이야?”박인덕 장관이 언제 왔는지 작취미성의 상태로 혀 꼬부라진 소리를 했다.“말 삼가 하시오. 총리 각하도 계신데...”성유 국장이 벌컥 화를 냈다. 마치 작전이 실패한 것이 그의 탓이라도 되는 듯이 화풀이를 하려고 했다.“뭐가 어쨌다구? 그래 독 안에 든 쥐라고 큰 소리 치더니 겨우 유치원 보모 두 명 잡아냈어? 잘한다 잘해...”박인덕 장관이 계속 떠들자 그를 조민석 총장이 밀어서 의자에 앉혔다.“그러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 가요?”총리가 다시 물었다.“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11.17 16:32
-
김교중 총리이하 국무 위원들은 숨을 죽이고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옆방에서는 변일근 장군이 무전기와 유선 전화를 동원해 숨 가쁜 지휘를 하고 있었다. 사방의 건물에서 일제히 병력의 움직임이 보였다.그때까지 백성규의 납치범 측 병력은 아무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유치원 마당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았다.유치원 지붕에 육박하던 육군 헬리콥터는 갑자기 커다란 굉음을 내며 포탄 같은 것을 유치원 마당에 쏘았다.“아니!”숨죽여 바깥 모양을 보고 있던 국무위원들 입에서 비명에 가까운 탄성이 나왔다.헬리콥터에서 쏘아낸 것은 황색의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11.10 16:22
-
“그래서 전번 산정 호수에서도 일을 망쳐 놓았군요. 이번에도 그 엉터리 변일근 장군이 지휘하는 특수 여단이 나서겠다는 것인 가요?”정채명이 약간 흥분했다.“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이 나라에 그의 부대만큼 충성스러운 병력이 또 어디 있습니까?”정일만은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았다.“경찰에도 갑호 비상령을 내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십시오.”보고 있던 김교중 총리가 거들었다.“갑호 비상령이야 사건 나던 날부터 내려져 있지 않습니까? 설사 그들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서둘러서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됩니다. 사모님들도 이 나라의 국민임에 틀림없기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11.03 17:10
-
근 십분 동안 침묵이 흐른 뒤 정일만 장관이 말했다. 실내는 꽤 넓었지만 담배 연기로 가득 찼다. 그들이 줄담배를 피우며 밤 새워 회의를 거듭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총리 각하의 사모님 목숨도 관계된 일인 만큼...”김 실장의 말을 김교중 총리가 가로막았다.“몇 번이나 말해야 알겠소? 지금 국가의 장래가 걸린 문제인데 내 마누라 목숨이 어떻게 되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느냐 말입니다.”그들이 논의하고 있는 것은 22명의 인질(이제는 20명만 남았지만)을 데리고 정권 내놓기를 주장하는 소위 민독추 집행부를 무력으로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10.27 17:05
-
곽 경감이 놀라 문을 쾅 닫는 바람에 그들이 깼다.“누구세요?”조준철의 목소리였다.“나야. 병태.”추경감이 대답을 했다.“응? 영도? 박영도가 웬 일이야.”조준철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영도라는 친구가 있는 모양이었다.곽 경감은 속으로 웃었다. 자기를 모두 곽 경감이라고 부르지 그의 이름이광영도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박영도가 아니고 곽 영도요. 곽...”“예, 곽 경감님이시군요. 하하하..."조준철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렸다.“잠깐만요.”뒤이어 나봉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있다가 문이 열렸다. 나봉주는 어느새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10.20 17:22
-
“그건 정부 기구 중의 일부일거야... 상공부나 재무부 뭐 그런데 있는 정부 기구 아닐까...”“제 친구가 그런 걸 알 것 같아요. 상공부에서 일하니까. 제가 알아보고 오지요.”조준철이 밖으로 나갔다.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갔던 그가 금세 들어왔다. 곽 경감은 거기가 공장이니까 그와 관련된 시청이나 상공부 같은 관청의 기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준철이 들어왔다.“알았어요. 그건 내무부에 있는 기구래요.”“내무부?”곽 경감이 고개를 갸웃했다. 내무부의 문서나 메모지가 공단의 봉제 공장에서 발견된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10.13 16:13
-
곽 경감은 여기 저기 다니는 동안 이 곳에 사람이 없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만약 백장군 일당이 인질들을 이 곳에 수용하고 있었다면 곽 경감은 한발 늦은 셈이 된다고 생각했다.그는 다시 처음에 들어갔던 강의실 같은 곳으로 가 보았다.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나절이 걸린 그의 수색은 헛수고였다.곽 경감이 지쳐서 마당에 나와 빈 상자 위에 걸터앉아 담배를 한대 피워 물었을 때였다. 마당 쓰레기 더미 속에 쓰레기와 어울리지 않는 물건 하나가 눈에 뛰었다. 그것은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10.06 16:17
-
“당신들 여기서 뭐하는 짓들이야?”곽 경감의 말에 여자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남자는 곽 경감의 아래위를 훑어본 뒤 역습을 했다.“당신은 누군데 이 창고에서 어물거려요?”“난 회사에 자재를 대는 노량 기업 간부요. 재고를 좀 보러 왔었지. 근데 당신들 둘이서 방금 무슨 짓을 한 거야? 당신 아내 좀 불러올까?”곽 경감의 그 말은 약효가 있었다. 금세 사나이가 기가 팍 죽었다.“잘 몰라 봐서 미안합니다. 우리 일은 못 본 걸로 해 주십시오.”그리고 여자를 향해 소리쳤다.“짜샤 빨리 가서 일해.”여자가 비실비실 뒷걸음질로 나갔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09.22 17:27
-
서늘한 냉기만 돌 뿐 인기척이 없었다. 상자 더미가 천장까지 닿아 있어 그속에서 무슨 짓을 해도 모를 것 같았다. 창고의 내부도 어마 어마하게넓었다.곽 경감은 산더미 사이로 한참 들어가 보았다. 그 속 어딘가에 사람들을 숨겨 둘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발소리를 내지 않고 한참 들어갔을 때였다.“으, 으, 으...”어디서 낮은 신음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들릴 듯 말 듯한 간헐적인신음이었다. 곽 경감은 잔뜩 긴장하여 신경을 곤두 세웠다. 소리 나는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곽 경감은 한참동안 숨을 죽이고 방향 탐색을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09.15 16:57
-
“누구 찾으십니까?”“저어... 신동훈 부장님을 찾는데요.”“신 대령요? 거 어딥니까?”전화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무뚝뚝하고 불친절했다. 그렇다, 전화를 받는 사람은 지금쯤 도망가 있어야 할 전광대의 목소리가 틀림 업었다.“당신은 전광대 씨 아니오?”곽 경감은 반갑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다. 구경하던 사람은 변장까지 하고 도망 다니기 바쁜데 정작 수배 당사자는 버젓이 출근하고 있다니...“하하하... 이게 누구야? 곽 경감 아니오?”“당신은 정말 전광대씨요? 어떻게 된 거요?”곽 경감은 갑자기 세상이 밝아지는 것 같았다.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09.08 17:35
-
“요게 아주 단단히 물들었군. 어디 그 주둥이가 언제까지 살아 있는지 보자. 벗어!”수사관이 이번에는 마지막 남은 팬티를 손으로 가리켰다. 벗지 않으면 벗기겠다는 태도였다.여자는 약간 주춤 하다가 입술을 깨물었다.“빨리 못해!”ㅁ여자는 더 이상 버텨 보아야 소용없다고 생각했는지 그 것을 벗어버렸다. 그리고 두 손으로 사타구니를 가리고 주저앉았다.김명희를 비롯한 여자 네 명에 대한 이상한 심문이 계속 되었다. 형언할 수 없는 야비한 방법이 모두 동원되었다. 여자에게 가할 수 있는 최대의 고통이 뒤따랐다. 고통뿐 아니라 차라리 죽는 게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09.01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