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6일 문체위, 민주당 소속인 임오경이 기사에 나온, 장미란 차관의 인터뷰를 읽어내려간다. ‘파리올림픽 종합 8위는 국민 모두의 성과이자 정부의 성과이며, 근본적으로는 선수와 지도자가 일군 성과다. 협회는 뒷바라지하는 조직이니 주인행세를 하면 안 된다.’ 별반 흠잡을 게 없는 말, 그래서 임오경이 한 다음 질문은 황당했다. “장관님, 왜 여기에 정부와 문체부가 들어갑니까? 왜 주인행세를 정부와 문체부는 할 수 있는 겁니까?” 장관이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하자 임오경은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터뷰에는 그렇게 나와있지 않아서 제가 말씀드리는 거예요.” 하지만 이건 전초전에 불과했다. 임오경은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으로 인해 촉발된 스폰서 논란에 관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묻는다. “개인스폰, 많이 받을수록 좋습니까, 나쁩니까?” 이기흥은, 좋다고 말한다. 그러자 임오경은 광고.홍보.스폰을 잘 받는 이가 능력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이렇게 묻는다. “그런데 장관님, 3년 전 성남 FC 기억하십니까? 광고.홍보.스폰을 받은 걸로 인해서 지금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생태계를 알지도 못하는 현 정부가 어떻게 하신지 아십니까? 지금도 (그 사람은) 조사를 받으러 나가고 있어요.”

광고를 포함한 스폰서 계약은 특정 기업이 선수를 후원하고, 그 선수의 활약에 따라 기업이 홍보효과를 누리는 구조, 그런데 임오경은 성남FC 문제가 단지 후원금을 많이 받아서 생긴 문제라고 아는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 성남FC 사건은 2015년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이 기업들에게 후원을 요구하면서 그 대가로 기업들의 숙원사업을 들어준, 전형적인 뇌물 사건이다. 예컨대 두산건설은 42억을 후원한 대가로 정자동 부지의 용도변경과 용적률 상승을 얻어냈고, 네이버는 39억을 후원하며 제2사옥의 건축허가를 따냈다. NH농협은 36억에 성남시금고 연장을 획득했다. 검찰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문재인 정권 때, 그런데 현 조국혁신당 의원이자 당시 성남지청장이었던 박은정은 수사를 뭉갰고, 이에 항의하는 뜻에서 수사검사 박하영이 사표를 던졌다. 그 바람에 수사에 동력이 생겨 기소까지 이루어졌지만, 임오경은 여기에 관해 아는 바가 없는 모양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임오경은 한발 더 나갔다. “문화 예술 스포츠는 광고.홍보.스폰, 받아야 합니다. 이게 능력입니다.” 참다못한 유인촌이 한마디 한다. “대가가 없어야겠지요.” 여기서 알아들었다면 좋으련만, 임오경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 그걸 중간에서 조정해야 하는 게 문체부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그런데 그 능력자를 지금 조사하고 있다는 거예요, 지금.” 아니, 은밀하게 이루어졌던 성남FC 스폰의 대가를 왜 문체부가 조정하지? 게다가 뇌물 잘 받는 이재명이 능력자? 국회의원은 늘 국민의 대표를 강조한다. 그들이 장관이나 대통령한테까지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도 국민이 뽑아준 사람이기에 가능하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할진대, 임오경은 범죄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자기네 당대표를 변호한답시고 뇌물을 스폰이라 우기고 있다. 그녀의 말이 워낙 황당해서일까. 유인촌은 임오경의 말에 더 황당한 답을 한다. “이기흥 회장 말씀이십니까?” 영상을 보는 모든 이가 다 빵 터졌을 말, 유인촌 뒤에 앉았던 문체부 직원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자격지심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임오경은 웃은 직원을 불러내 사과를 시키는 뒤끝을 발휘하기도 했다.

임오경이 본분인 스포츠 관련 일은 잘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20206,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철인 3종경기) 선수 최모씨가 같은 팀 소속원들로부터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린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기 전 자신의 어머니에게 가해자들의 죄를 밝혀달라고 부탁했다는데, 이를 조사한 임오경은 다른 절차도 있는데 왜 고소해서 경찰조사를 받게 했냐며 피해자 어머니를 탓하더니, 이 사건과 무관한, 부모의 이혼. 남자문제 등의 개인사 때문에 그런 일을 벌인 게 아니냐며 2차 가해를 했다. 왜 그랬을까? 그때는 문재인 정부였고, 이게 정권에 악재가 될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이런 의원이 어디 임오경뿐일까? 국민 대신 자신이 모시는 주군만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의원들이, 너무도 많다. 22대 국회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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