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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경감은 담배에 불을 붙이려 지포라이터를 철컥거리며 말했다.“인생의 영욕이란 것은 한순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 것이 모두 담배 연기와 같은 것이라는 걸 말입니다.”“허허, 이거 왜 새삼스러운 인생론이십니까?”변 사장은 방금 눈앞에서 벌어진 충격에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이 보였다.“아름다운 이름을 세상에 남기는 것은 정말 소중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이름도 더럽게 남아 사람들에게 회자될 수 있습니다. 옛말에 유취만년(유취만년)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추 경감의 말에는 음산한 기운마저 섞여 있었다.“허허, 이거 무슨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권경희 작가
2023.12.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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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걱정거리를 곽진이 덜어주기 위해 조언을 해주었다.‘그렇다. 미리 예고를 하는 일이다. 누군가가 그를 죽이려고 하니 감시를 해야 한다고 한다면⋯’신지혜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추 경감을 찾아갔었다. 경찰관이 감시를 한다면 섣불리 정필대를 누가 죽이지 못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자기가 경찰관이 미행하고 있는 틈에 들어가 그를 없앤다면 이건 얼마나 멋있는 복수인가를 생각했다.“하지만 정말 그렇게 한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야. 복수할 기회를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어”의견을 낼 때와는 달리 곽진이 신지혜의 뜻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10.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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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서울에서의 석 달을 다시 회상해 보았다.어머니 아버지가 다 돌아가시고, 피붙이라고는 한 사람도 없는 조국이었다. 그녀는 방태산에 대한 복수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미혜의 애절한 편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분노로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그녀는 정필대에게 미국에서부터 도움을 청했었다. 방태산을 매장시킨 뒤 결혼할 것이라고.그러나 신지혜가 서울에 도착했을 때의 사정은 달랐다.미국 있을 때 철저하게 가면을 썼던 정필대의 모습을 본 것이다. 그렇게 많은 날을 함께 보내면서 어쩌면 그렇게 사람을 속일 수 있단 말인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10.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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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았다. 조금 전 아랫도리 벌거숭이의 남자 밑에 깔려 추잡한 육욕으로 신음을 토하며 사지를 허우적거리던 여자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여자란 참 묘한 변신의 천재라는 생각도 들었다.오명자가 계단을 내려갔다. 신지혜는 오명자의 발자국 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되자 숨었던 게단에서 내려 왔다. 그녀는 핸드백에서 가스총을 꺼냈다. 이것은 며칠 전 남대문 시장에 있는 잡화상에 부탁해 구해 두었던 것이다.그녀는 가스총을 오른 손에 들고 살며시 도어를 열고 들어 갔다. 가리개가 서 있어서 방태산의 모습이 정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10.0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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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비행기가 떠나지 않았을까?”“대개 출국은 두 시간 전에 수속을 하니까, 경비원 말이 정확하다면 아직 안 떠났는지 모르죠.”“조심해!”앞서 가던 차를 추월하려다 그들의 차가 기우뚱해지자 추경감이 주의를 주었다.“그런데 반장님, 아직 안 풀리는 숙제가 있습니다.”“뭔데?”“신지혜가 그럼 방태산과 정사를 벌였단 말입니까? 그 사무실에서요? 그랬다면 신지혜의 체모, 즉 AB형의 체모가 거기서 발견되어야 했을 겁니다.”“그렇지 않아. 신지혜와 방태산은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야.신지혜는 방태산을 알지만 방태산은 신지혜를 모르거든. 그날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10.0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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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어째 영화를 보다가 만 것 같아요.”“싱겁긴.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오명자 증거 수집이나 열심히 더 해 봐.”“그런 건 해서 뭣 합니까? 나쁜 놈 도와주는 정치인들이 국민대표 되겠다고 큰소리나 뻥뻥 치고 다니는 세상인데⋯”“이봐, 그건 강 형사 일이 아니잖아? 모든 사람은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세상 잘 돌아가게 하는 일이야.”“그냥 해 본 소리입니다.”강 형사가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이상한 지문이란 거 아직 과학수사연구소에서 회보 오지 않았나?”“내일쯤 올 겁니다.”“방태산 사무실 바닥에서 발견된 석필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09.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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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구씨네가 밤중에 집을 비우고 어딜 갔대요?”“하하하⋯ 정말 웃지 않곤 못배겨. 글쎄 그들 신혼부부가⋯ 하하하하⋯ ”“웃지 말고 좀⋯ ”“글쎄 말야. 밤낮 좁은 방안에서만 껴안고 그 짓을 하다 보니까 재미가 없어졌대. 그래서 보리밭에 가서 한번 사랑놀이를 해 보자 그러면 색다른 맛이 날 거다. 구 씨가 이렇게 굿 아이디어를 내서 둘이 보리밭에 가서 실껏 그 짓을 하고 돌아왔더니 글쎄 그사이에 도둑놈이⋯ 하하하⋯ ”“흐흐흐⋯ ”“못 말려. 그래 보리밭에서 하는 맛은 어땠대요?”강 형사는 그때 너무 어려 그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09.1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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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사람의 피가 묻었던 옷은 빨더라도 그 혈흔이 남아 있어 이 루미놀 반응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빨리 오명자를 연행해 오고 구속영장 신청하라고 해.”추경감이 지시를 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 한 구석에는 무엇인가 미심쩍은 것이 있었다. 사건을 해결했다는 후련한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연행되어 온 오명자는 자기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그는 송희에게 전화를 해 자기 처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그녀는 비교적 냉담했다.“자, 오명자,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좋을 거요.”취조실의 딱딱한 테이블에 마주앉은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09.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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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오명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막 외출을 하려던 참이었다.“이거 집에까지 찾아와서 죄송합니다.”달동네 꼭대기 단칸방에 세들어 있는 오명자의 허술한 집 대문간에서 강형사가 인사를 나누었다.“저한테 꼭 볼일이 있다면 요 앞에 있는 인삼찻집에 가서 이야기하기로 해요.”오명자는 자기 집, 집이라기보다는 방에 강형사가 들어오는 것이 싫은 눈치였다. 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저, 아저씨가 안에 계시나요?”강 형사가 주저했다.“아뇨. 그인 벌써 1주일째 집에 들어오지도 않아요.”“그러면 잠깐 방에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할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08.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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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의 시체를 너엄고 넘어⋯갑자기 추 경감이 강을 향해 목청껏 노래를 불러대기 시작했다.낙동강아 자알 있거라, 우리는 저언진한다아⋯강 형사도 큰 소리로 따라 불렀다. 두 사람은 비틀거리며 행군하는 시늉을 냈다. 우리 사일구 때 데모하면서 이 노래를 불렀지. 그때 내가 대학생이었거든. 우리 데모 학생의 주제가였지⋯추 경감이 노래를 다 부른 뒤 중얼거렸다. 그때 패기는 다 죽었어, 다 죽어. 일송정 푸른솔은 늙어, 늙어⋯ 강 형사가 갑자기 선구자의 노래를 불러댔다. 음치에 가까운 그의 노래는 멜로디라기보다는 악을 쓰는 목청이라고 하는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08.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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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님, 이것 보셨습니까? 강 형사가 방금 나온 석간신문을 들고 들어오며 말했다.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자네 지금 뭘 씹나? 28. 강변의 데모가껌인데요. 담밸 끊었습니다. 오늘부터. 이번엔 진짜 끊습니다. 강 형사가 추 경감 앞에 신문을 펼쳤다. 주먹만 한 시커먼 활자가 추 경감의 눈을 찔렀다.히로뽕 밀수 남봉철파 검거, 세 명 구속, 다섯 명은 수배. 기사의 내용은 구형주가 검거됨으로써 밀수 조직이 드러나고 총 조직책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을 검거했으며 지방조직책 다섯 명을 수배 중이라는 것이었다. 남봉철파는 오래전부터 전국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08.1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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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는 그런 여자와 맨정신으로는 더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패배감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마구 술을 마셔댔다.오명자는 한 잔을 겨우 받아 마시고는 얼굴이 앵두처럼 빨갛게 되었다.“전 술을 못해요.”송희는 웃는 얼굴로 술잔을 사양한 뒤 사이다를 따로 시켜 마셨다.신지혜는 그 모습을 보기가 조금은 괴로웠다.“송여사는 돌아가신 부군 생각이 가끔 나시지 않으셔요?”지혜가 약간 오른 취기를 이용해 송희의 아픈 곳을 찔러 보았다.“어차피 헤어져야 하는 것이 사람의 운명 아니겠어요? 그이와는 다른 부부보다 조금 먼저 헤어졌을 뿐이지요.”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08.0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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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생김새가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동안으로 생겨, 만약 유난히 많은 주름살만 없다면 그를 어른으로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의 얼굴에 나타난 선하고 천진난만한 웃음은 누구에게나 친근감을 주었다. 용의자들도 그의 그런 모습에 우선 호감을 가지고 이야기하기 시작 했었다.그래서 그런지 그는 때로 어린아이 같은 장난을 곧잘 즐겼다. 길 가다가 떡볶이 몇백 원어치를 사 먹는 것은 약과이고, 어린이들 노는 틈에 끼어 닭싸움 같은 것을 벌이며 즐거워하기도 했다.혐의자를 만나 심문을 할 때도 날카롭기는커녕 어리숙한 사람이 길을 물어보듯이 했다.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07.3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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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컴뿐입니까? 우리도 몰랐는데⋯”“우리야 분야가 다르니까 모를 수도 있지. 하지만 정보 쪽이나 검찰에선 알고 있었겠지. 그런데 차주호가 그 입을 봉쇄했단 말야.”“그래서 그 소송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지금도 진행 중입니까?”“아니야. 벌써 끝났어. 처가 소송을 취하했거든.”“그런데 간통 대상은 누구였나요?”“진유선.”“예? 그랬었군요.”강 형사는 처음 놀라움으로 눈을 크게 떴다가 다음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진유선이 어떻게 아직도 차주호 곁에 있나요?”“아마 정부로 인정을 했을 거야. 그의 아내와 모종의 밀약이나 타협이 이루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07.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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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당신은 큰 죄를 지은 게 없어요. 그러니까 사실대로만 이야기해 봐요. 당신이 그날 자하문장에 간 것은 차주호 위원장을 만나러 간 것이지? 출마하려는 차주호 말이야.”강형사는 구형주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차주호는 아니고 미스 진이 거기 있다고 해서⋯”마침내 구형주가 입을 열었다.“미스 진? 진유선? 차주호 씨의 비서 말인가?”“예.”“남봉철이 진유선에게 돈을 전해 주라고 했나?”“예.”“얼마나 되었나?”“8천만 원입니다. 순전히 알짜로.”“알짜?”“예, 현찰 말입니다.”“그런데 진유선이나 차주호를 만나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07.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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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 조직의 남봉철 같은 냉혹한 보스가 언젠가 자기들을 찾아낸다면 온전하게 살려 두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수퍼마켓을 계약하고 오던 날이었다. 먼저 집에 들어온 구형주는 아무래도 이상한 예감이 들어 문밖에 나간 박정자를 찾아보았다.그때 박정자는 마을 앞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에 있었다. 그녀는 구형주가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조그만 명함 같은 것을 핸드백에서 꺼내 놓고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었다.‘혹시 정자가⋯’그는 정자가 서울의 큰형님 남봉철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덜컥 났다. 그렇다면 박정자가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07.0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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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는 남은 쥬스를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마신 뒤 이야기를 계속했다.그녀의 남편, 죽은 정필대는 원래 큰돈이 없었다고 한다. 그의 형이 재벌급 회사의 사장이지만, 동생이 정치한다는 것을 탐탁하게 생각지 않았다.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말렸다. 만약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주던 생활 보조비도 끊어버리겠다고 말했다.별로 재산이 없는 정필대는 형님 회사의 고문이란 이름으로 생활비를 받아 살고 있었다. 돈에 쪼들린 정필대는 정계의 줄과 한자리하고 있는 동창들을 통해 여러 가지 이권 운동에 손을 대었다. 그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07.0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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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진은 초면이 아닌데⋯”추 경감은 그때야 생각이 났다. 자하문장 정필대 피살 사건을 조사할 때 한번 본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유선은 추경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저를요? 죄송합니다. 전 기억이 영 나지 않는군요.” 진유선은 여전히 상냥한 웃음을 지우지 않고 말했지만 약간은 당혹스런 표정이었다.“미안해. 내가 잘못 본 것 같아⋯”추 경감은 어물거리며 시선을 딴 데로 돌렸다. 뒷벽에 빽빽하게 써 놓은 스케줄 판을 보았다. 날짜가 적힌 캘린더 같은 보드 위에 비닐을 씌우고 그 위에 사인펜으로 붉은 글씨, 푸른 글씨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06.2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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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 대수야.?”“여긴 조국이니까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건 아니지⋯”“미스터 곽은 자기 고향 아냐?”“난 언젠가 돌아올 거야.”“요즘 난 괴로워. 모두 떠나고 혼자 남은 것 같아. 괴롭히는 사람도 같이 있어야 사는 맛이 나는가 봐.”“⋯”“미스터 곽.”“응?”“나 좀 어떻게 해 줘.”곽진이 다시 신지혜를 돌아다보았다. 차창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그녀의 눈에선 두 줄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의지력 강하고 담이 큰 지혜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그는 처음 보았다.곽진은 핸들을 쥐고 있던 오른손으로 지혜의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06.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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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사건이 발생했던 날 어디에 있었습니까?”“곽진 박사와 함께 춘천에 놀러 갔습니다. 곽 박사란 저의 보이프랜드라고 하는 게 옳겠지요.”“어떤 사람입니까?”“미국 대학에 있는 사람입니다. 정필대 씨를 알기 전부터 저를 좋아한 사람인데⋯ 정필대 씨에게 배신당하고 그냥을 못 견딜 것 같아 그를 서울로 불렀지요.”“여기선 무슨 일을 하는 분입니까?”추 경감이 물었다.“내가 다닌 학교는 흑인 학생들이 많은 학교 였습니다. 흑인들은 우리 동양인들을 항상 인종적으로 한 수 아래의 종족으로 보고 있거든요. 툭하면 가지고 놀려고 한답니다.”
정치 추리소설 '악녀시대'
이상우 작가
2021.06.11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