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글래디에이터’하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6도를 넘어가면서 아스팔트마저 녹아내릴 것 같던 어느 오후, 타오르는 태양처럼 빨간 지프 글래디에이터와 함께 도로 점령에 나섰다. 제8호 태풍 네파탁이 북상한다는 소식을 아는지 모르는지 날씨는 뜨겁기만 했다. 지글지글 끓는 도로 위를 글래디에이터는 무심한 듯 내달렸다.
특유의 디자인과 차체 크기만으로도 도로를 달릴 때면 주위를 압도하는 글래디에이터지만 색상마저 붉게 불타오르는 녀석으로 시승을 결정했다. ‘나만의 착각’이라는 표현이 맞을까. 도심에서 질주 할 때면 앞에 끼어드는 차량조차 드물었다.
하지만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뿜어내는 위용과 달리 나름 정숙한 가솔린 엔진을 얹어 디젤과 같은 거슬리는 소음은 전혀 없다. 페달을 깊이 밟으면 가속할 때 기분 좋은 엔진음이 조금은 느껴지나 소음과는 거리가 있다.
다만 차량에 장착된 온오프 겸용 타이어는 반대다. 255/75R/17 일반 승용차를 옆에 세워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규모가 남다른 타이어를 장착해 주행 시 마찰음이 깔끔하게 들린다. 4륜 시스템을 적용하면 더욱 크게 들리긴 하지만 주행 전용 2H를 선택하고 달리면 음악소리에 묻을 수 있다.
글래디에이터는 오디오시스템도 남다르다. 천장에 장착된 스피커에서 내려오는 음악 소리에 샤워할 수 있다. 이번 시승에서는 총 900km를 주행하며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갔다. 태백산맥 서쪽 산으로 둘러싸인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서도 ‘여수 밤바다’를 목이 터져라 따라 불렀다.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한참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길게 뻗은 도로에 빨간 글래디에이터 혼자만 질주하게 되는 일도 있었다. 내비게이션 아래 있는 파워 윈도우 4개 버튼으로 모든 창문을 한 번에 활짝 열고 에어컨으로 식힌 내부 공기를 도로 위의 열기와 교환했다. 달리는 동안 에어컨 바람에 추워 잠시 꺼둘까 하다가도 앞 창문에 부딪히는 열기에 얼른 재가동하게 되는 날씨였다.
장거리 운전에 쉼은 필수. 휴게소를 들러 주차하고 맨손체조로 굳은 몸을 풀었다. 주차하고 보니 다른 차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나는 글래디에이터다”라고 외치듯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매력이 시선을 끌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여름 출시된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출시와 함께 초도 물량을 2주 만에 완판했다.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은 빠르게 번져 캠핑과 차박을 위한 최고의 기능을 갖춘 차량으로 떠올랐다.
지난 5월 지프코리아는 강원도 양양 오토캠핑장 및 송전 해변 등에서 ‘지프 캠프’를 열어 총 1000명에게 오프로드 축제 기회를 제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23일간 260개 팀으로 나눠 진행했으며, 방역지침에 따른 인원 제한으로 참여하지 못한 약 4500여명의 지프 마니아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현장과 소통했다.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3.6리터 V6 펜타스타 가솔린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얹어 284마력의 최고출력과 36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온오프를 막론하고 주행 능력에서는 부족함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 기능을 갖춰 도로 주행 시 앞 차량과 간격을 유지하며 달릴 수 있었다. 장거리 운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로를 덜고 비상시 탁월한 제동 능력을 보였다. 특히 구간단속 구간에서 매우 용이한 기능이었다.
글래디에이터의 서스팬션은 이미 지난 겨울 시승에서 확인한 바 있으나 다시 언급하면 폭스(FOX)사의 댐퍼를 적용해 험로 주행 시 진동 및 충격 흡수 능력이 탁월하다. 글래디에이터의 매력을 업그레이드시킨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한편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올 초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라이버(Car and Driver)’로부터 ‘2021 에디터스 초이스 어워드’를 수상했다. 약 400여 개의 차종 가운데 ‘가족과 친구들에게 추천할 만한 차량’에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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