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개원 100일···'윤희숙 신드롬' 없다  
초선의원 134명, 국감서 '제2의 박용진' 겨냥 

윤희숙 전 의원 [뉴시스]
윤희숙 전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22대 국회 개원 100일 동안 '스타' 초선의원이 탄생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석 달간 진행된 수많은 필리버스터와 각종 청문회 속에서 초선의원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10월 국정감사에서 '제2의 박용진'이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60일 만에 스타덤 오른 윤희숙 
이제 막 국회에 입성한 초선의원들이 스타로 발돋움하기에 100일은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지난 21대 국회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의 사례를 감안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윤 전 의원은 21대 국회가 개원하고 62일 뒤인 2020년 7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저는 임차인입니다' 연설로 일약 '초선 스타'에 등극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한 '임대차 3법'의 반대토론에 나선 윤 전 의원은 "저는 임차인입니다. 제가 지난 5월 이사했는데 이사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 그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라며 "그런데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제가 기분이 좋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저에게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입니다. 제 개인의 고민입니다"라는 5분 발언으로 국민들의 공감을 샀다. 

윤 전 의원의 5분 발언은 상당한 파급력을 불러왔다. 본지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빅카인즈'로 분석한 결과 21대 국회 개원 100일(2020년 5월 30일~9월 6일) 동안 윤 전 의원에 대한 정치 기사 보도량은 총 1742건이다. 이 중에서 21대 개원 직후 임차인 연설 전날인 2020년 7월 29월까지 61일간 윤 전 의원에 대한 정치 기사 보도량은 총 309건, 연설 당일인 2020년 7월 30일부터 9월 6일까지 39일간 윤 전 의원에 대한 정치 기사 보도량은 총 1433건이다.  

본지가 22대 국회 초선의원 134명의 개원 100일(2024년 5월 30일~9월 6일)간 보도량을 파악한 결과, 초선의원 134명의 정치 기사 보도량은 평균 448건으로 나타났다. 초선의원들의 평균 보도량은 빅카인즈 검색 키워드에서 동명이인을 제외한 수치다. 

빅카인즈로 분석한 22대 국회 초선의원 134명의 개원 100일(2024년 5월 30일~9월 6일)간 보도량 [박철호 기자]
빅카인즈로 분석한 22대 국회 초선의원 134명의 개원 100일(2024년 5월 30일~9월 6일)간 보도량 [박철호 기자]

22대 국회 개원 100일 동안 1000건 이상의 정치 기사 보도량을 기록한 초선의원은 총 15명이다. 언론 보도량 순위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5562건)·이준석 개혁신당 의원(2584건)·곽규택 국민의힘 의원(1770건)·노종면 민주당 의원(1465건)·이성윤 민주당 의원(1432건)·박정훈 국민의힘 의원(1294건)·인요한 국민의힘 의원(1251건)·진종오 국민의힘 의원(1226건)·김민전 국민의힘 의원(1218건)·천하람 개혁신당 의원(1194건)·한민수 민주당 의원(1193건)·황정아 민주당 의원(1115건)·강유정 민주당 의원(1075건)·김재섭 국민의힘 의원(1073건)·박준태 국민의힘 의원(1051건) 순이다. 조 대표에 대한 언론 보도량은 검색 키워드에서 정당 명칭인 조국혁신당을 제외한 수치다. 

1000건 이상의 보도량을 기록한 초선의원들은 국회 입성 전부터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 셀럽(Celebrity·유명인) 정치인이거나 당의 최고위원·대변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 대표와 이준석 의원은 차기 정치지도자 조사에 언급되는 거물급 초선이다. 문재인 정부 검찰의 황태자로 불린 이성윤 의원은 서울 중앙지검장을 지냈다. 천하람 의원도 지난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출마하며 높은 인지도를 구축했다. 김재섭 의원은 22대 총선 당시 여권의 험지인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되며, 당대표 출마설이 나오기도 했다. 

나아가 민주당의 노종면·한민수·황정아·강유정 의원, 국민의힘의 곽규택·박준태 의원은 당의 대변인으로서 각종 논평이나 입장 표명 등으로 인해 언론 노출 빈도가 증가한 사례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인 박정훈·인요한·진종오·김민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로 주목도가 높아진 가운데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진행하는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기사 보도량이 증가한 사례다. 이렇다 보니 개인의 의정 활동으로 스타 반열에 오른 초선의원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22대 국회에서 펼쳐진 7번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효과는 저조했다. 통상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의 입법 강행에 맞서는 여론전의 성격을 띤다.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은 장시간의 발언 시간을 통해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19대 국회 당시 초선인 김광진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새누리당의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로 스타로 거듭난 바 있다.  

본지는 19대 국회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와 22대 국회 해병대원 특검법·방송4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노란봉투법 필리버스터의 보도량을 비교해봤다. 그 결과 19대 국회 필리버스터는 8일 동안 3990건이 보도된 반면 22대 국회 필리버스터는 한 달(7월 3일부터 8월 4일) 동안 2847건이 보도됐다. 

빅카인즈로 분석한 19대 국회 필리버스터 연관어(가중치 기준) [박철호 기자]
빅카인즈로 분석한 19대 국회 필리버스터 연관어(가중치 기준) [박철호 기자]

'필리버스터'에 대한 연관어 분석 결과에서도 19대 국회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의 비중이 더 높았다. 19대 국회 필리버스터 연관어는 무제한 토론에 참여한 의원 4명(김광진·은수미·이종걸 전 의원,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포함됐다. 

빅카인즈로 분석한 22대 국회 필리버스터 연관어(가중치 기준) [박철호 기자]
빅카인즈로 분석한 22대 국회 필리버스터 연관어(가중치 기준) [박철호 기자]

반면 22대 국회는 2명(유상범·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에 그쳤다.  22대 국회는 '습관적' 필리버스터를 이어간다는 지적을 받았다. 거대야당의 강행 처리 이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지난한 공식 속에서 필리버스터는 여야의 체력장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지난 7월경 본회의 사회를 거부하며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원들을 몰아넣고 있는 이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주류에서 국감스타로···'제2의 박용진' 나올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5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통과되자 동료의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2020.01.13. [뉴시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5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통과되자 동료의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2020.01.13. [뉴시스]

시선은 오는 10월 7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국정감사로 향한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국감은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린다. 정치 신인이 피감기관을 향한 날카로운 문제 의식과 송곳 질의를 선보일 수 있는 등용문인 셈이다. 정계를 은퇴한 심상정 전 의원은 20년 전인 2004년 국감에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외환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1조 8천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고 폭로해 ‘초선이 늙은 너구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들었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도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당시 초선인 박 전 의원은 국감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명단을 공개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민주노동당 출신으로 당내 비주류에 머무른 박 전 의원은 일약 국감스타로 떠올랐다.

빅카인즈 분석 결과 20대 국회가 개원한 2016년 5월 30일부터 박 전 의원이 최초로 사립유치원 문제를 제기하기 전날인 2018년 10월 4일까지 박 전 의원에 대한 정치 기사 보도량은 2540건이다. 

이어서 박 전 의원이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토론회를 개최한 2018년 10월 5일부터 2019년 1월 12일까지 박 전 의원에 대한 정치 기사 보도량은 2586건이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100일간의 보도량이 이전 2년 4개월간의 보도량보다 많은 것이다. 

초선의원의 참신한 문제 의식이 국감에서 빛을 발하기도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초선의원이 다선의원보다 민간에서의 고충이나 국민들의 시선을 더 많이 공감하는 것 같다. 어쩌면 제일 국회의원 같지 않은 국회의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정치의 때가 묻지 않다 보니 국감 주제를 걸러내는 거름망의 크기도 넓다. 첫 국감을 잘 해내야 한다는 패기와 열정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의원도 2019년 월간 '인물과 사상'과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에게는 적이 생기거나 재선과 의정 활동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아주 피곤하다"면서도 "제가 장사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정치인은 공공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면 손해를 봐도 해야 한다.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긴 정치인은 모두 손해 보는 장사를 했고, 오히려 남는 장사가 되더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전 의원은 국감스타로 등극한 비결로 "보좌진의 말을 잘 들으면 된다"고 말했다. 정책 실무를 담당하는 보좌진들은 국감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이렇다 보니 한 의원실 관계자는 "보좌진의 가족들은 단풍놀이를 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국감이 매년 가을에 열리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름부터 국감 주제에 심혈을 기울이는 의원실도 부지기수다. 

국감의 주역인 보좌진들은 정책 국감이 실종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한다. 익명의 의원실 한 관계자는 "22대 국회 상임위는 지난 국회보다 더 정쟁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정책적인 질의를 살리는 것도 더 어려워졌다. 보좌진들도 국회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너무나 느끼고 있다. 모두가 정쟁의 한복판에서 싸우는 와중에 저희만 뜬금 없이 정책적 질의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이 국감장에서 무한정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야당은 공격, 여당은 방어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다 보면 의원실에서 획기적인 아이템을 찾아도 질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야권은 공천개입 의혹과 대통령실 관저 불법 의혹을 고리로 '김건희 국정농단 국감'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조국혁신당은 일찌감치 '탄핵 국감'을 강조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발할 수 있는 '스모킹 건' 발굴 및 축적에 주력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렇다 보니 국감이 정치 신인들의 등용문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는 것이다. 의원실 한 관계자는 "오히려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소수정당 소속 의원 중에서 국감스타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야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며 "이슈를 다루는 과정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본지에 "처음부터 '나는 정치 공세를 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며 "지금 불거진 다양한 현안에 집중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만 지금 드러난 문제만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미 알고 있는 현안만 다루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없고, 의도적으로 이슈를 회피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도 없다. 지금은 자료를 취합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떤 사안을 예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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