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준이란 녀석 어때?”느닷없는 그 말에 아란은 얼굴색이 변할 만큼 놀랐다.“뭐, 뭐가요.”놀란 나머지 숨을 크게 들이쉬느라 탐스러운 가슴이 출렁거렸다. 난승도사는 부드럽게 손을 가져가 유두를 살그머니 쓰다듬었다. 아란은 견디기 어려워 몸을 비비꼬았다.“마술에 대한 전망 말이지.”난승도사는 그녀가 쾌락을 다 흡수해 내지 못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말했다.“그, 그건 또 무슨 말씀이에요?”숨이 탁탁 끊어지는 것을 느끼며 아란이 안간힘을 쓰며 물었다.“아무 재주도 없는 친구를 이런 불경기에 계속 둘 수는 없단말야. 자기 밥값은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9.20 16:59
-
그녀가 난승도사 밑으로 온 지는 2년 밖에 되지를 않았다.그러나 들어온 지 석 달 만에 난승도사와 관계를 맺게 되었다.첫 관계는 공연이 끝난 날에 일어났다. 지방 순회공연을 다녀와 녹초가 되다시피한 상태였다.다른 제자들은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약속이 있었던 듯 모두 외출을 나가 버리고 난승도사와 그녀밖에 집에 남지 않았다.“아란, 이리 좀 올라와라.”이층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아란은 공연 끝에 지친 몸을 다시 일으켜 옷매무새를 고치고 올라갔다.그러나 옷매무새는 전혀 고칠 필요가 없었다. 위에 올라가자 난승도사가 보이지 않았다.“스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9.13 10:15
-
점잖게 말하는 사람은 마술사였다.“어떻게 된 일이지요?”“그저 큰 우연일 뿐이지요.”조수가 말했다.“우리는 그곳을 지나다가 싸움이 난 것을 알고 말리려고 약간의 수작을 했던 것뿐이라고요.”“수작이라니오?”“그런 폭력배들은 싸울 때 경찰이 나타나서 방해를 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항상 있지요.”조수가 설렁설렁 말을 풀었다.“우리 마술 도구 중에는 음향에 관계되는 것들도 있어요. 그 중에서 약간의 고음을 만들어 이었다 끊었다 해본 거지요.”조수는 말을 마치고 씩 웃었다.“그랬더니 과연 다 내뺐다 이겁니까?”“그렇지요. 스스로의 긴장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8.30 16:04
-
찢어지는 비명도 함께 나왔다. 효미의 목소리였다.“해룡이, 이 비겁한 놈아! 여자는 풀어줘라!”“저 자식이 형님 이름을 마구 불러대!”“확 가서 조져 버려!”해룡파 부하들의 흥분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내버려 둬. 곧 죽을 놈인데 맘껏 짖으라고 해라.”해룡의 비웃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해룡은 이제 막 40줄에 접어든 별 6개의 사나이였다. 본 이름은 아무도 몰랐고 해룡살롱의 영업부장이었기 때문에 해룡이라고 불리웠다.“김희수, 독불장군 시대는 끝났어! 내 밑으로 들어온다면 신분보장은 해주지. 장성로를 떼주겠다! 그러나 오지 않는다면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8.23 16:35
-
마술사는 빙긋이 웃고 있었다. 희수는 차마 웃는 얼굴은 겨냥할 수 없어 겨냥지를 허벅지로 바꾸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총을 쏘았다.마술사는 다시 접시를 앞으로 내밀었고, 총알은 그의 발 밑을 굴렀다. 희수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일순 당황했으나 곧 눈치챈 것이 있었다. 자신은 분명 허벅지를 겨냥했는데 마술사는 왼쪽 가슴을 보호하려는 자세로 팔을 뻗었던 것이다.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이 공기총은 발사가 되지 않는 것이다. 소리만 요란하게 날 뿐 실제 총알은 나오지 않았으며 누군가가 '쨍그랑' 하는 음향효과를 내주었던 것이다.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8.16 16:39
-
여자가 팔짱을 힘주어 끼면서 말했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있는 가슴이 희수의 팔로 전달되어 왔다.“그걸 모를까?”희수가 비웃는 투로 말하며 효미를 좀더 가까이 끌어당겼다.“정말?”효미의 얼굴은 깜찍스런 예쁜 얼굴이었다. 전문대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전공이 무엇이었는지는 까먹었지만 그리고 희수에게 그런 건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물론이지.”희수는 한 블럭만 더 가면 자신의 단골 술집 ‘페브린’이 나온다는 것을 상기하고 발길을 그 쪽으로 돌렸다.“그럼 우리 저거 봐요.”“응?”“난요, 마술이 얼마나 얼마나 신기한지 몰라요. 옛날부터 꼭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8.09 17:07
-
4. 미스디렉션의 세계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은 희수도 느끼고 있는 일이었다. '팀' 안에 흐르는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냉소적인 것이었다.희수가 보기에 그 근본적인 원인은 난승도사와 현덕간의 불화에 있는 듯 하였다.둘 사이에 언제부터 금이 갔는지 희수는 잘 알 수 없었다.그러나 지아가 관련이 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문제의 요점이 초능력이라는 것에 있다는 것도 분명한 것 같았다.희수는 초능력이란 말을 되뇌며 담배를 한 대 꺼내 물었다.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초능력으로 물건을 공중으로 휙휙 날려 보낼 수 있으면 정말 근사한 일일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8.02 16:02
-
지아를 위로할 적당한 말을 찾아 사무실 안을 서성이던 성철이 갑작스레 지아 쪽으로 몸을 돌렸다.“지아 양이 느끼는 것은 바로 그 일을 방해하기 위해서 보내지고 있는 텔레파시의 일종이 아닐까?”지아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그런지도 몰라요. 그래서 도움이 필요해요.”지아의 말에 성철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작자의 짓이라면 큰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아. 실제로 무슨 해를 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그냥 겁을 주자는 것뿐일 게야.”“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할 수 있지요?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못할 일이 없는 법이에요.”“지아 양의 일은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7.26 16:39
-
성철이 너스레를 떨었다. 커다란 머리가 우측으로 기울어졌다.“앉아.”지아는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미니스커트가 하염없이 말려 올라가며 탐스러운 허벅지를 거의 드러내 놓았다.“자세가 너무 야하잖아?”성철은 근엄한 척 자신을 속이려고 하지 않았다. 우선 지아에게 그것은 통할 노릇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지아는 그 말에 생글생글 웃었다.“미안해요. 마흔이나 된 회장님 앞에서.”그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는 자세를 바꿀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요즘은 어떻게 지내지?”성철이 물었다.“저야 늘 그렇지요.”지아가 가볍게 한숨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7.19 16:59
-
더 중요한 것은 사후의 문제였다. 내세에서 자신이 어떤 자리에 도달하게 될지는 현세에서 자신이 어떤 일을 행했는가에 달린 것이었다. 그 속에는 그 속에서의 깨달음이 있다. 그 깨달음을 넘본 사람을 도사(道士)라고 불렀던 것이다.성철의 견해는 분명 초능력 연구가들 사이에서도 독특한 것이었다. 어려운 영어 나부랭이나 지껄이는 사람들은 그 뜻도 이해하지 못했고 그것을 우리것으로 만들지도 못했다.그 까닭의 저변에는 이들 부류가 학문을 하는 데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었다. 말이 좋아 연구회지, 실상은 그들 자신이 연구대상인 셈이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7.12 17:41
-
3. 박 성 철한국초능력자연구회 회장 박성철은 아침에 눈을 뜨며 오늘 반가운 손님이 찾아올 것이라는 영감을 얻었다. 그 손님이 누구인지 알고자 한다면 모를 것도 없는 일이긴 했으나 만남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위해서 그는 그런 행동을 취하는 것을 자제했다.성철의 느낌은 사무실이 있는 필동으로 가까이 갈수록 더욱 강해졌다. 손님은 이미 사무실에 와 있는 것 같았다.‘남잘까? 여잘까?’만남의 즐거음을 얻자는 생각도 결국 호기심을 누르지는 못했다. 성철은 택시 안에서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여자. 성철은 이제 그 사람이 누군지 짐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7.05 17:20
-
“섭외는 잘했어?”현덕이 물었다. 희수는 양복 윗주머니에 참하게 꽂혀 있는 손수건을 쏙 뽑아 얼굴의 땀을 닦았다.“땀이나 식히고 얘기합시다.”“오늘이 뭐가 덥다고 그래?”현덕이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쳇, 형은 모르우. 집 안에 턱 틀어박혀서 명상이나 퍽퍽 하고 있으면 뭐 더울 것도 없지요.”희수의 말은 지아에게 암시하는 바가 있었다. 잠깐의 환상이 그녀의 망막 위에 번쩍였다.“나처럼 피부가 연약한 사람은 이런 날씨도 못 견딘다고요.”희수는 과장스레 떠들어댔다.“그래, 알았다, 알았어.”현덕이 포기했다는 몸짓을 하며 다시 물었다.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6.28 16:19
-
지아는 1층 마루 한가운데 걸린 중악당 (中嶽堂) 이라는 현판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마루에 어울리지 않게 큰 현판이었다. 집 안에 들어서면 현관에서 바로 보이게 되어 있어서 그 현판 밑의 방이 집주인의 방이 아닐까 착각을 하게도 만들었지만 사실 그 방은 아란의 방이었다.중악당, 그 현판에서도 요기가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집 안에 살기(殺氣)가 끼어 있어, 지아는 그렇게 단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비록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어느 누군가가 그 일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지아는 불행히도 그것이 외부에서 오는 것인지,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6.21 16:06
-
형준이 말을 마쳤다.“오, 그래요?”지아는 싱크대 쪽으로 걸어갔다. 형준은 불안한 눈길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저 여자는 아란과는 틀려. 형준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뒷모습마저도.“누가 그릇을 닦았어요?”지아의 말이 형준의 정신을 퍼뜩 돌아오게 하였다.“그거야...... 언제나 그렇듯이 아란 씨가 했지요.”형준의 어눌한 말투는 사람의 비위를 긁는 묘한 뉘앙스가 있었다.“아란이가 설거지만 한 건 아닌 것 같은데요?”지아는 답답한 형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식당을 나갔다. 자기 등 뒤로 형준의 시선이 따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6.14 15:39
-
사내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가는 더 크게 숨을 내놓았다. 그 동작을 반복하는 것을 지아는 지그시 바라보았다. 만족스런 눈빛이 잠깐 그녀의 얼굴에 떠올랐다. 숨소리만이 방 안에 가득찬 채 30분이나 시간이 흘렀다. 사내가 가부좌를 풀고 일어섰다.“어떻습니까? 단전에서 뜨거운 것이 느껴집니까?”“지아가 물었다.“아니야. 아직......”사내가 맥없이 말했다. 숨쉬기가 힘들었던지 땀방울이 얼굴에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그날이 오리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지만......”사내는 고개를 흔들었다.“그런 생각 자체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부정입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6.07 16:27
-
1. 프롤로그민망해하는 사람들 속에 의연한 자세로 앉아 있던 왜소한 사내가 일어섰다.“너희들 중 나의 자세를 놓고 실망한다든가 싫어한다든가 하는 행동을 하는 이가 많다는 건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다.”사내의 목소리는 체구답지 않게 우렁차게 울렸다. “그러나 너희들은 이 점을 알아야 한다. 만물을 주관하는 신이 있듯이 너희들을 주재하는 힘이 있다. 그것이 바로 나다. 나없이 너희들이 무엇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여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렇게 하지 말아라."모여앉은 사람들은 모두 네 명, 남자 셋에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5.31 16:59
-
조정에서는 석영서의 보고를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허위 장계를 올렸다고 파직을 시켜버렸다. 해월은 그 다음날 목을 매 자결했다. 새로 포도대장이 된 백인추(白仁秋)는 흑장 유령을 반드시 잡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그는 우선 지하도를 면밀히 수색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하도에는 여전히 아무런 단서가 보이지 않았다. 백인추가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하게 되었을 때 포도청으로 편지가 한 장 날아왔다. 누가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모르는 것이었다. 백인추는 겉봉을 열었다.포도대장 백인추 상전 돈수하고 아뢰옵나이다.제 편지를 받으시면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5.24 16:50
-
둘이 이런 이야기를 하며 거의 자정이 지나도록 자지를 못했다. 해월이 잠깐 눈을 붙였는가 싶었는데, 석영서가 그를 흔들었다.“여봐. 자지 말아...”석영서는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고 약간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해월을 깨운 것이었다.“왜 그러십니까? 나으리.”해월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석영서의 어깨에 하안 손을 올려놓으며 생긋 웃었다.“잠이 오시지 않습니까?”“흥, 남의 아내를 뺏은 사람이 잠이 올 리 있어!”난데없는 소리가 벽장에서 튀어 나왔다. 이어 드르륵 문이 열리며 흑장유령이 나타났다.“으악!”해월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석영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5.17 17:19
-
“글쎄요, 별로 그런 일은 없지만, 때론 밥을 해두거나 남은 밥들을 찬 속에 넣어두면 없어진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방안에 있는 이불들이랑 옷가지가 잘 없어진다고 하였습니다.”그날 뒤부터 나졸들이 밤 낮을 가리지 않고 해월의 집을 지켰고. 섯영서도 여러모로 수소문을 해보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잡을 수 없었고, 귀신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그러던 중 하루는 석영서가 포청에 나와 있을 때 지성천이 이런 말을 올렸다.“졸렬한 의견이오나 드려도 좋겠습니까?”“그래, 흑장 유령의 사건 말이냐?”“저어, 소인의 생각으로는 그게 유령이 아니라 사람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5.10 17:18
-
지성천은 범인이 근처에 있으리란 생각을 하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앞으로 몇 발자국 나갔는가 싶었는데, 발밑의 땅이 내려앉아 버렸다. 성천은 어디로 쳐박혔는 지 몰랐다. 얼마를 지나서야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날이 새었고 성천은 강기슭에 닿아있었다. 건너편으로 해월 마님의 집이 커다랗게 보이는 한강 가였다.지성천의 옷은 흠뻑 젖어 있었다. 지성천은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서려 했으나 허리가 시큼하고 결려 주저앉았다가 용을 쓰고 다시 일어났다. 허리를 만져보니 칼자국이 나 있었고 피가 배여 나오고 있었다. 지성천은 어제 싸운 귀신에게 입은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5.03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