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난승도사 밑으로 온 지는 2년 밖에 되지를 않았다.
그러나 들어온 지 석 달 만에 난승도사와 관계를 맺게 되었다.
첫 관계는 공연이 끝난 날에 일어났다. 지방 순회공연을 다녀와 녹초가 되다시피한 상태였다.

다른 제자들은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약속이 있었던 듯 모두 외출을 나가 버리고 난승도사와 그녀밖에 집에 남지 않았다.
“아란, 이리 좀 올라와라.”

이층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아란은 공연 끝에 지친 몸을 다시 일으켜 옷매무새를 고치고 올라갔다.
그러나 옷매무새는 전혀 고칠 필요가 없었다. 위에 올라가자 난승도사가 보이지 않았다.

“스승님, 어디 계세요?”
“이쪽이다.”
아란이 난승도사를 찾자 방 안에서 소리가 났다. 이층의 방안에는 욕실이 따로 붙어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기 때문에 해매게 되었던 것이다.

무심히 문을 열고 들어선 아란은 깜짝 놀라 흡 하고 숨을 들이켰다.
난승은 벌거벗은 채 욕조에 드러누워 있었다. 아란이 들어서자 몸을 일으켰다. 검붉은 심벌이 아란을 어지럽게 했다.
“멍하니 있지 말고 등을 밀어.”
난승도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아란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갛게 타올랐지만 웬일인지 나갈 수가 없었다.

그녀는 목욕 타월을 집어들어 난승도사의 등을 밀기 시작했다.
“더운데 옷을 벗어.”
난승도사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을 싣지 않고 말을 내뱉었다.
  안그래도 더운 느낌을 받고 있던 아란은 얼른 윗도리와 치마를 벗어 던졌다. 슈미즈 바람이 되었는테 물이 튀어 젖게 되자 그도 귀찮아 벗어 버렸다. 그러자 브래지어와 팬티만 남게 되었다.

그때서야 난승도사의 심벌도 서서히 용트림을 했다. 아란의 얼굴이 더 붉어졌지만 거기서 눈을 뗄 수도 없었다.
“같이 씻지.”
난승도사는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며 아란을 마주보게 세워 놓고는 브래지어를 벗겨 버렸다.

아란의 마음 깊은 곳에서 반발의 기운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도대체 저항을 할 수가 없었다. 그것도 불가사의한 마술과 같았다.
난승도사의 손길은 아무 저항 없이 팬티로 옮겨 갔고 아란은 잠시 후에 전라로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같이 욕조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다음에는 침대 위에서 격렬한 정사로 이어졌다.
그 모든 일이 지극히 객관적으로 이루어져 그녀에게는 너무나 낯설은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런 관계는 현재까지도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었다. 난승도사 앞에만 가면 그녀 자신은 없어지고 객체화된 하나의 물건이 성의 향락을 누리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때에 구원으로 존재한 것이 형준이었다. 그녀가 들어왔을 무렵 형준은 아무 하는 일이 없었다.

예전에 희수가 하던 잡일을 그가 담당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실제로 마술과는 관련이 없는 일로써 백날 하고 있어야 아무것도 아닌 일일 따름이었다. 따라서 형준은 그녀의 주목 밖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난승도사와 반자발적인 관계를 맺게 되자 마술에 대한 두려움이 나타났다.
그 두려움은 먼저 동료들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를 주게 했다.
마술을 할 줄 아는 이들이 모두 경계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며 그 반대로 마술을 전혀 할 줄 모르는 형준이 그 위치를 부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형준은 답답하리 만큼 말도 잘하지 못하였고, 얼굴도 남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큼의 미남도 되지 못했다.

그 점이 처음 형준을 보고 말을 붙이게 하는데 장애요인이었다면, 이제는 상황이 바뀜으로써 형준이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였다.
서로를 위로해 주며 공휴일에는 같이 놀러다니기도 하더니 둘 사이는 급속한 진전을 보이고 있었다.

난승도사가 그 점을 깨닫고 있는지의 여부는 잘 알 수가 없었지만 형준이 마술에 너무나 재주가 없다 하여 내쫓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날도 아란이 뭣에 씌운 것처럼 관계를 가진뒤였다.

[작가소개] 권경희는 한국 여류 추리작가이다. 1990년 장편소설 '저린 손끝'으로 제1회 김내성 추리문학상을 수상하고 문단에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 추리소설 '거울 없는 방', '물비늘', 실화소설 '트라이 앵글', 단편으로 '검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수십 편이 있다. 수필집 '요설록', '흔들리는 삶을 위한 힌트'등이 있다. 중견 소설가이면서 상담심리 전문가로 <착한벗 심리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