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자치구 협력해 ‘판자촌·쪽방촌’ 대안 모색해야
국토부 지원사업과는 부합하지 않은 서울시
주거취약지역 거주자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강남구에 한 판자촌. [박정우 기자]
강남구에 한 판자촌.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국토교통부가 도시 취약지역 주민의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국비 300억 원을 투입하는 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서울시는 “참여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자치구에서 신청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달았지만, 서울 취약지역 거주민 중 정부 보조를 받는 수급자는 전체의 67.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지원사업에 고개 돌린 서울시와 자치구의 대안에 이목이 집중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일 “판자촌·달동네·쪽방촌 등 도시 취약지역 주민의 생활여건 개선 사업에 대상지 10곳을 선정해 국비 300억 원을 지원한다”라고 발표했다. ‘도시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은 도시 취약지역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주거·안전·위생 등 기초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공모에 선정되는 대상지 10곳에는 내년부터 5년간 국비 약 300억 원 규모가 지원되는데, 사업당 국비 지원액은 약 30억 원이다. 도시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임대주택을 조성하면 최대 70억 규모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취약지역 개조사업에는 담장·축대 정비, 소방도로 확충, 재해 대비 배수시설 설치, CCTV 설치 등 안전시설 확보를 비롯해 공동 화장실 개선, 상·하수도 정비까지 생활·위생 인프라 확충도 포함된다.

이어 슬레이트 지붕 교체, 노후주택 수리 등과 같은 주택 정비와 주민 공동체 활성을 위한 노인돌봄, 건강관리, 주민교육 프로그램 등 휴먼케어 및 주민 역량강화 사업도 진행된다.

국토부 설명회 “불참했다”, 서울시 “신청 예정 없어”

이번 ‘도시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과 관련 국토부는 지난 4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신규 사업 절차 등을 안내하는 ‘지자체 설명회’도 가졌다.

오는 2028년까지 5년간 국비 약 3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지원사업인 만큼 대상지 선정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특히 집중호우·폭염 등으로 인한 재해 피해가 가중되는 도시 취약지역의 생활환경을 우선 개선할 수 있도록 재해 발생 지역에는 가점이 부여된다.

일요서울 취재결과 서울시는 이번 국토부 지원사업에 신청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관 관계자는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서울시는 신규 사업을 안내하기 위해 마련한 4월4일 지자체 설명회에 참여하지 않았다”라며 “지원사업 신청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자체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은 건, 자치구에서 신청하지 않아서 가지 않았다”라며 “같은 이유로 (국토부 지원사업도) 신청하지 않을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이번 사업의 지원 액수로는 창호 개선·지붕 수리밖에 할 수 없는 정도라서 (자치구에서) 원하는 수준의 사업이 아닌 것 같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자체적 판단, 강남구·용산구 

강남구와 용산구에는 이른바 쪽방촌과 판자촌이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이곳에 거주하는 상당수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등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 지원이 필요한 이들이다. 그럼에도 강남구와 용산구는 국토부나 서울시에 직접적인 사업 신청 의사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강남구청 정책홍보실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남구 내 판자촌 같은 경우에는 무허가 건물이며, 감점 대상들이 있다”라며 “위험지구나 특별재난지역 지원과 관련해서도 강남구 내부의 판자촌 같은 경우 지원사업에 해당하지 않을 것 같아 신청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용산구청 언론팀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용산구에서는 거시적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통해 쪽방촌 문제 개선에 나서는 만큼 이번 (국토부) 사업은 일시적인 환경개선이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라며 “현재 공공주택 지구지정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신청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라고 밝혀왔다.

강남구의 한 판자촌2. [박정우 기자]
강남구의 한 판자촌2. [박정우 기자]

서울시 판자촌 조사, 수급자 67.1%

보통 판자촌은 무허가 건축물이 밀집된 지역으로 인식되지만, 오래된 건축물과 저소득층이 밀집된 지역도 ‘판자촌’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시는 “위성사진과 건축물대장 등 공공데이터를 통해 판자촌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역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실태조사를 실행하고, 판자촌 현황 데이터를 공표해 주거취약계층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이후 판자촌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주민 거처 개선 및 이주를 통한 지역 개발 작업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서울시는 이와 관련 판자촌 개선사업을 예고했다. 다만 지역이나 용적률 등은 서울도시공사(SH)에서 여건을 고려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향후 사업계획 수립 후 도시계획위원회 등 심의를 거쳐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2018 서울시 쪽방 밀집지역 건물실태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정부 보조를 받는 수급자는 전체 주민의 67.1%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주거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서, 자연스레 주거복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심도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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