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등 정치인 발걸음… 결과는 ‘강남식민지·소돼지’ 취급?
“부자만 강남구민? 우리는 소, 돼지냐?” 주민 불만 폭발

구룡마을 주민들의 설움이 담긴 현수막. [박정우 기자]
구룡마을 주민들의 설움이 담긴 현수막.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구룡마을 재개발 문제와 아울러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심각한 상황. 매년 계속되는 인명피해에도 총대를 메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책임자는 없다. 현장에는 “강남구의 식민지”, “부자만 주민, 우리는 소돼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으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더불어 정치권 인사들의 보여주기식 발걸음에 주민들은 이제 희망조차 지니지 않는 상황이다.

구룡마을 재개발 잔혹사가 10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여전히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강남구’에 속한 빈민 지역으로 개발대상으로 지정됐지만, 첫 삽조차 뜨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오세훈 시장의 구룡마을 정비사업 계획 발표 이후에도 재개발이 12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자 주민들은 불만을 넘어 정치인에 대해 신뢰를 아예 저버린 상황이다. 

그 사이 다수의 화재와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지난 1월에는 주민 500여 명이 대피, 주택 60채가 불타 62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악재는 계속됐다. 하지만 반복되는 인명피해에도 구룡마을 주민들의 재개발 및 주거환경개선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말로만’ 재개발 바뀐 건 없었다

지난 2011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남구청과 개발 계획 관련, 부지 활용 방안과 보상 방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2014년 8월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해제됐다. 그해 11월 마을에는 어김없이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에 지난 2016년 12월, 구룡마을은 다시 한번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됐고, 서울시는 2020년 6월 실시계획 인가를 고시했다. 당시 시는 2022년 착공을 시작해 2025년 하반기까지 사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그러나 또 다시 강남구청과 임대·분양 중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토지 보상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구룡마을은 재차 방치됐다.

이후 올해 2월7일 서울시가 구룡마을을 100% 공공 재개발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개발되는 건물 높이는 최고 35층으로 예상되며, 3600세대가 공급될 것”이라 밝혔다. 물량 일부에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추진하는 ‘토지임대부(토지는 SH가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 주택도 포함될 예정이다. 

'강남식민지', '소돼지', 구룡마을 주민의 아픔. [박정우 기자]
'강남식민지', '소돼지', 구룡마을 주민의 아픔. [박정우 기자]

하지만 가득찬 분노, “식민지? 소돼지?”

일요서울 취재진이 방문한 ‘구룡마을’은 서울시의 재개발 발표 소식에도 분노와 설움이 가득한 주민들과 현수막을 마주할 수 있었다. 반복적인 재개발 철회에 대한 실망감에 더해 현장에서는 “아예 희망이 없다”라고 못을 박는 주민이 대부분이었다.

판자촌에 설치된 현수막에는 “구룡마을이 강남구의 식민지냐”, “주민 억압하고 점령군 행세하는 강남구청”, “가난하면 말도 못하냐”, “너희들이 붙이는 현수막은 공익광고? 주민이 붙이는 스티커는 불법광고?”, “부자들은 강남구민 사람이고 구룡마을 주민은 강남구 소, 돼지냐?” 등의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실제 구룡마을 주민들은 1980년대 후반 이후 2011년이 돼서야 전입신고가 허용됐고, 주민세도 납부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 A씨는 “부자들만 강남구 주민인 것 같다”라며 “강남구청은 강남구에 주소지를 두고 주민세도 납부하는 명백한 주민을 소, 개, 돼지로 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룡마을 주민들의 “식민지·소돼지” 등 불만 표출에 관해 강남구청 관계자는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아마도 저번 화재 관련해서 (강남구청 대처에) 불만이 있는 것 같다, 재개발 관련 불만은 SH가 대상일 것”이라며 “하지만 강남구청은 관내 호텔을 임시 숙소로 제공했고, 이재민 대상 가구당 최대 382만 원 현금을 지원했다”라고 해명했다.

주민들의 “식민지, 소, 돼지” 등 발언은 재개발과도 연관돼 있다. 서울시와의 재개발 관련 논의에서 구룡마을 주민들이 ‘사람’이 아닌 ‘공작물’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회장 B씨는 “주민등록도 돼 있고, 주민세도 납부하는데 (구룡마을) 터에 법률상으로 사람이 사는 게 아닌 공작물이 살기 때문에,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하더라”라고 주장했다.

이어 “재개발과 관련해 택지조성비, 토지비용, 건축비까지 (주민들이) 다 지불하고 입주하겠다고 해도 안 된다더라”라며 “그 이유가 도시개발법에 의해 구룡마을에 있는 게 사람이 아니라 물건, 짐승으로 돼 있다고 한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자치회장 B씨는 “법을 바꾸면 되지만, 그러지 않는 이유는 서로 눈치 보며 나서지 않고, (정치적인) 이득도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주민 曰 “쇼하지 말라”, “대통령 빼고 다 왔다”

한편 주민들은 정치권 인사들의 연일 발걸음에도 개선점이 없는 부분 또한, 일말의 희망조차 지니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자치회장 B씨는 “대통령이 7번 바뀌었는데, 구룡마을은 변한 게 하나도 없다”라며 “안 온 사람이 없다, 정말 대통령 빼고 다 왔는데, 이야기 듣고 공감하고서는 돌아가면 정작 해결되는 건 없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오세훈은 시장일 때도, 국회의원일 때도 왔다”라며 “별짓을 다 했다, 사진 찍고 폼 잡고 했지만, 결국 정치적으로 쇼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치회장 B씨는 “그 외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송영길 전 서울시장 후보자, 조성명 강남구청장까지 방문해 문제점도 듣고, 연

 

탄도 나르고 했지만, 법 때문에 재개발 시에도 주민들에게 토지 등의 보상을 해줄 수 없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22년 5월, 총선 당시에도 송영길 후보의 “구룡마을 개발이익이 27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발언에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장 출마한 사람이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얘기를 한다”라고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주민들은 이런 모습을 그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구룡마을을 이용하는 것으로밖에는 보지 않고 있다. 이미 재개발 및 처우개선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래.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이 정치적 행태만 이뤄지고 해결되지 않은 부정적 사례로 남지 않도록 분발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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