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대기업들이 지배하고 있는 미국 화장품 시장에는 최근 새로운 브랜드가 떠오르고 있다. 엘프(e.l.f)라는 작은 기업이다.

심지어 파이퍼 샌들러 증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엘프 뷰티는 2022년 미국 10대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등극했으며, 미국 내 TOP5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왜 이렇게 인기를 얻고 있을까?

가장 큰 요인은 물가 상승 및 경기침체로 가성비(가격대 성능비) 좋은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엘프의 컨실러(잡티 커버) 제품의 가격은 7달러로 고가 브랜드 평균 가격인 30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단순히 저렴할 뿐 아니라 아마존 등에서 리뷰를 살펴보면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능을 포인트로 꼽는 고객들이 다수다. 실제로 가장 최근 엘프 CEO의 인터뷰에 따르면 고가 상품을 쓰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제품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언급된 바 있다.

두번째 포인트는 최근 화장품 시장의 큰손으로 등극하고 있는 10대 여성들의 마음을 전략적으로 사로잡았다는 점이다. 미국은 10대 여성들의 화장 빈도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파이퍼 샌들러 증권의 설문조사에서도 매일 화장을 한다는 비중이 2021년 봄 20%에서 2022년 가을 40%로 단기간에 2배 증가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10대들에게 가성비에 메리트가 있는 엘프 제품군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엘프는 어느 브랜드보다 디지털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펼치고 있다. 대표적 SNS인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보더라도 연간 매출이 40배가 넘는 에스티로더보다 많고, 10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인 틱톡은 연간 매출이 100배인 로레알보다 팔로워가 많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엘프는 100% 비건(식물성 제품)이며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깨끗한 브랜드(클린 뷰티)를 표방한다. 환경과 윤리에 특히 민감한 10대들의 클린 뷰티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2021년 가을 클린뷰티 제품에 더 많은 돈을 쓸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77%였으나 2022년 가을에는 86%까지 상승했다.

여전히 미국 내에서도 침투율이 낮은 엘프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2022년 가을부터 미국 최대 약국체인 중 하나인 CVS와 영국 2위 드럭스토어 슈퍼드러그에 납품이 시작되었으며, 2023년 봄까지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월마트와 타깃에도 입점한다.

여전히 미국의 대표적인 슈퍼마켓에도 입점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역으로 엘프의 성장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증명한다. 현재는 미국 외 지역 확장을 유럽과 캐나다에 맞추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 확장을 노리고 있다.

아울러 화장품뿐만 아니라 스킨케어 제품군으로의 확장도 시작되었다. 엘프는 2015년부터 스킨케어 라인을 판매해왔으나 2022년부터 엘프 스킨이라는 브랜드로 따로 분리 런칭하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여전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그러나 2021년 4분기에 사상 첫 매출 기준 미국 TOP20 스킨케어 브랜드에 랭크되고 화장품 고객들 중 상당수가 스킨케어 제품에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나이키 등 역사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소비재 기업들의 특징은 의외로 간단하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고, 특정 연령 또는 집단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 시작하며, 해외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을 순차적으로 보인다. 엘프는 정확히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아직은 작은 미국 기업에 불과하지만, 압도적인 가성비와 10대 여성들로부터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근 미래에 유럽과 아시아로의 확장이 진행될 것이다. 장차 글로벌 화장품 최대기업들인 로레알, 에스티로더와 견줄 만한 브랜드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돋보이는 기업 엘프에 주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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