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을 위한 치료기기를 제조하는 인스파이어 메디컬 시스템즈라는 기업이 있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코를 골며 자다 간헐적으로 호흡이 끊기는 질병이다.

일반인 대비 뇌졸증 확률 2배,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 확률 5배를 기록하는 등 장기간 방치하면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쓰이는 보편적 수단은 양압기이다.

수면 시마다 양압기에 호스가 연결된 마스크를 착용하여 기도에 지속적인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확실히 수면의 질을 높여 주지만 매우 불편하고 피부 질환, 코막힘, 드물게 폐쇄공포증 등의 후유증까지 동반되는지라 환자들이 착실히 착용하는 경우는 50%에 불과하다.

이외에 UPPP, MAA와 같은 수술 치료도 있지만 성공률이 45%로 낮은데다 신체 일부의 절개는 물론 긴 입원기간까지 요구하는지라 잘 쓰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4년 4월 인스파이어 메디컬의 ‘신경자극기기’가 등장했다. 수술 시간이 90여분에 불과할 만큼 간단한 시술이다. 먼저 가슴 피부 아래에 100원짜리 동전 2개 크기의 기기를 이식하여 호흡 패턴을 감지하게 한 뒤, 기기로부터 얇은 의료용 와이어를 기도와 혀 밑으로 흐르는 근육 조절 신경에 연결해 기도가 막힐 때마다 가벼운 전류(자극)를 전달한다. 덕분에 수면 중 기도는 항상 열려 있게 된다.

가장 큰 장점은 작은 기기가 몸에 내장되기 때문에 거추장스러운 마스크 착용이 필요 없어 불편함을 경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심각한 부작용 걱정도 없다. 기기에 들어간 배터리의 수명도 중간 충전 없이 평균 11년 이상 사용 가능하다.

편의성에 더해 효능 또한 결코 양압기에 뒤지지 않는다. 2018년 발표된 5년간 인스파이어 메디컬 기기를 사용한 이들을 관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79%가 수면무호흡증 증세 개선을 보였으며 90%가 더 이상 코콜이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2019년 임상시험 결과 역시 전체 500명 중 96%의 사용자가 양압기를 사용했을 때 보다 착용감과 효율성 모두 우수하다고 응답했다.

여느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인스파이어 메디컬의 사업도 시작 단계다. 미국 기준 중등도 이상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2019년 기준 약 2400만 명으로 이를 환산하면 시장 규모는 약 116억 달러(약 16조2천억원)로 추정된다.

하지만 2021년 기준 인스파이어 메디컬의 매출은 2억3천만달러로 침투율이 약 2%에 불과하다. 경쟁 상황도 여유롭다. 미국의 Livanova와 벨기에의 Nyxoah가 신경자극기기를 개발하여 2023년 임상 결과 발표 및 승인이 예상되나 이들이 보험 커버리지에 편입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인스파이어 메디컬도 많은 대형 보험사들의 급여대상 명단에 포함된 것은 5년간의 임상 데이터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한 이후 부터다. 따라서 향후 5-6년간은 인스파이어 메디컬에 대항할 기업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해외 진출과 제품 혁신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2021년까지 대부분의 해외 매출은 독일에서 창출되었으나 2022년 영국과 일본, 싱가포르에 진출하고 한국, 홍콩 등 아시아 지역 진출도 초기 단계에 있다.

제품 혁신 관련해서는 의료진이 환자들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으며, 최근에도 기기를 착용한 채 MRI를 찍을 수 있는 모델을 출시하고 기기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는 리모컨과 연동하여 사용 시간을 기록하는 등의 기능들을 속속 추가하고 있다.

필자는 얼마 전 외신 기사를 펼치고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중등도 이상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약 4억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는 내용이었다. 금액으로 추산하면 시장 규모가 수백조원에 육박하다는 말이다.

2021년 기준 인스파이어 메디컬의 미국 외 지역 매출은 고작 1200만 달러(168억 원)에 불과하다. 폭발적 성장은 이미 예약되어 있는 것 아닐까? 인스파이어 메디컬에 주목해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