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하지만 특허를 보유한 첨단 기술과 넓은 시장 규모가 돋보이는 미국의 혁신 의료기기 기업에 대해 소개한다. 장기 이식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트랜스메딕스라는 기업이 그 주인공이다. 

트랜스메딕스는 간, 심장과 폐 총 3개의 장기 이송에 쓰이는 기기이다. 지금까지 장기 기증자로부터 적출한 장기를 기증받는 사람에게까지 이송하는데 쓰이는 수단은 아이스박스였다.

그러나 살아있는 장기를 냉동하여 아이스박스로 이송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보아도 여러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장시간 장기에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니 문제가 발생하며 이송 중 돌발상황을 파악하거나 대응할 방도도 없다. 또한, 심장의 경우 장기 적출 후 4-6시간을 넘기면 장기이식 성공률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미국과 같이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는 이를 준수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랜스메딕스의 OCS라는 기기가 개발되었다. 트랜스메딕스 기기는 장기에 기증자의 혈액을 순환시킬 수 있는 장치가 내장되어 체내와 유사한 환경으로 이송이 가능하다.

별도의 선과 연결된 센서를 통해 혈압과 산소포화도, 혈류 속도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장기를 부작용 없이 더 오래 신체 밖에 보관할 수 있으니 당연히 더 먼 거리까지 이송할 수 있어 장기 이식 건수가 크게 증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폐기할 수밖에 없었던 장기마저 사용 가능하다.

심장을 예로 들면, 신체에서 분리 후 얼리면 상태가 안 좋아질 수밖에 없어 100% 건강한 장기만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기증자 연령이 55세 이상인 심장 등은 이식에 사용할 수 없다. 트랜스메딕스는 이를 가능케 한다.

실제로 2018년 임상시험에 따르면 100%가 아닌 상태인 심장 93개 중 트랜스메딕스 기기를 사용하여 이송 시 80%가 성공적으로 이식되었고, 대조군인 아이스박스를 사용해 이송 시 32%에 그친 바 있다.

더욱 긍정적인 부분은 경쟁업체도 없고 미국내 침투율도 2%에 그칠만큼 사업 초기 단계에 있다는 점이다. 간과 심장 이송 기기는 임상시험은 커녕 개발이 진행중인 업체조차 전무하다. 폐는 스웨덴 업체가 경쟁사로 존재하나, 이 업체 기기보다 트랜스메딕스 기기가 이식률과 생존률 임상 결과가 더 높으며 무엇보다 경쟁업체는 이동이 불가능한 병원 내 고정식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더하여, 전체 미국 장기 이식 시장 침투율이 2%에 불과하다. 기존 아이스박스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데 경쟁업체도 없으니 매년 약 5조5천억원에 달하는 전체 미국 장기이식 이송 기기 시장은 장기적으로 트랜스메딕스가 모두 차지하게 되는 구조다.

2022년 2분기 기준 트랜스메딕스 매출의 대부분은 미국 12개 대형 장기이식센터에서 창출되었는데, 미국 대형 장기이식센터가 40개, 장기이식수술이 시행되는 병원 총 수가 250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매출이 수십배는 더 늘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장기적인 성장은 신제품과 해외 확장에서 나온다. 간, 심장 및 폐 이송 기기에 이어 신장 이송 기기를 개발 중이며 2023년 하반기부터 임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신장은 2021년 미국 기준 전체 이식 장기의 80%를 차지할 만큼 거대한 시장인지라 성공적인 임상 결과와 당국의 승인을 얻어낸다면 엄청난 신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해외 확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각 국 정부와 기기 사용 허가 및 보험 수가를 위한 협상이 진행 중으로 향후 18-24개월 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랜스메딕스는 최근 9월 컨퍼런스에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내부에서 예상한 최대치를 훌쩍 넘어설 만큼 폭발적이며 그렇기에 생산 규모를 무려 4배 확대하는 계획에 대해 논의 중이라 밝혔다.

해외 확장이 가시화되는 시점에는 4배가 아닌 10배 생산량 확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사업 외적으로도 업황이 너무 좋은지라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가운데에서도 트랜스메딕스는 연간 2배 이상 주가가 상승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트랜스메딕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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