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김부겸, '영남후보론' 주인공 될까   

김부겸 전 국무총리 [뉴시스]
김부겸 전 국무총리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대권 잠룡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김 전 총리는 복귀 일성으로 다양성이 실종된 더불어민주당에 쓴소리를 남겼다. 지역주의 타파에 헌신한 김 전 총리다운 복귀다. 그는 대구에서 숱한 낙마를 경험한 탓에 '바보 김부겸'이란 말을 듣기도 했다. 민주당에서 '바보'는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별명이다. 김 전 총리만의 독보적인 정치적 자산이다. 

강점 : ① 인물 경쟁력 ② 중도 확장성 ③ 친화력
2011년 김 전 총리는 3선을 달성한 경기도 군포를 떠나 고향인 대구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그는 ‘지역주의, 기득권, 과거의 벽’을 넘기 위해 대구로 간다고 말했다. 이듬해 19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 전 총리는 이한구 전 의원을 상대로 낙선했다. 이어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출마한 김 전 총리는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을 상대로 낙선했다. 하지만 김 전 총리는 2번의 선거에서 모두 4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김 전 총리는 수성갑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거물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맞붙었다. 김 전 총리는 치열한 난타전 끝에 62.30%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1985년 이후 31년 만에 대구에서 야당 국회의원이 탄생한 것이다. 김 전 총리는 이 승리로 단번에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 

이에 김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로 발탁됐다. 지역주의 타파에 매진한 김 전 총리가 국민통합의 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김 전 총리는 2021년 4월경 한국갤럽의 총리 후보자 적합도 조사에서 영호남 응답자들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당시 광주·전라 응답자의 47%, TK(대구·경북) 응답자의 45%가 김 전 총리는 '적합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렇다 보니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의 대권 공식인 '영남후보론'의 적임자로 평가받기도 한다. 영남후보론은 호남의 지지를 받는 영남 출신 인물이 대권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전 총리는 PK(부산·경남)를 넘어 TK의 표심도 확보할 수 있는 소구력이 있다. 앞서 2020년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 전 총리는 "영남에서 아무리 어려울 때도 40% 득표했던 김부겸이 책임지겠다"며 자신의 강점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합리적인 성향의 김 전 총리는 중도 확장성을 가진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2대 총선 당시 민주당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은 김 전 총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 논란이 불거진 양문석 민주당 의원의 재검증을 요청했고, '이대생 성상납' 발언을 한 김준혁 민주당 의원의 직접적인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서 정치 복귀를 선언한 김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언제까지나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이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것인가. 그건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유의 친화력도 김 전 총리의 강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후배 정치인들은 김 전 총리를 '부겸이 형'으로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서 김 전 총리는 여의도 밖에서도 소탈한 모습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행정안전부 장관 시절인 2018년 KTX에서 소란을 피운 승객을 제지한 바 있다. 당시 김 전 총리는 승무원에게 고함을 치는 승객에게 "나가서 이야기하라"고 만류했고, 해당 승객은 "당신이 공무원이냐"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전 총리는 "그래 나 공무원이다"고 맞서며 승무원에게 보완관을 부르라고 요청했다. 

김 전 총리가 대구 유권자들에게 호통을 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7년 대선 당시 김 전 총리는 대구 칠성시장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에 나섰다. 김 전 총리는 야유하는 시민들을 향해 "언제까지 평당 5000만원짜리 아파트 살면서 1년에 재산세 200도 안내는 이런 부자들을 위한 그런 나라 언제까지 할 겁니까"라며 "정신 차려요. 어디서 여당이라고 하면 말도 못하면서 야당이 뭐만 하면 삿대질하고. 우리 새끼들 어찌 되겠냐. 정신 차립시다"고 호소했다. 

약점 : ① 세력 부재 ② 낮은 대중성 ③ 보수정당 이미지 

(왼쪽부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낙연 전 국무총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뉴시스]
(왼쪽부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낙연 전 국무총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뉴시스]

다만 김 전 총리는 37년 정치 인생 동안 비주류에 머물렀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2020년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 전 총리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함께 3파전을 펼쳤다. 당시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이 전 총리를 지원한 현역의원은 10명이 넘는 반면 김 전 총리를 돕는 현역의원은 2명에 그쳤다. 세력 부재의 한계가 나타난 셈이다. 

김 전 총리는 대중성의 한계도 경험했다. 전당대회 최종 득표율은 이 전 총리(60.77%), 김 전 총리(21.37%), 박 의원(17.85%)으로 나타나며, 이 전 총리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야권 잠룡 간 대결에서 김 전 총리는 3배에 가까운 득표율 차이로 패배한 것이다.

문제는 국민 여론조사 결과다. 대중적 인지도 조사에서 김 전 총리는 3위(이낙연 64.02%·박주민 22.14%·김부겸 13.85%)에 그쳤다. 그러자 정치권은 '김부겸은 지고, 박주민은 뜬다'는 평가를 남겼다. 대권주자급 정치인의 뼈아픈 참패다.

나아가 김 전 총리는 한국갤럽이 3년간 진행한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에서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갤럽은 유권자의 자유 응답으로 진행되는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는 대중적 지명도나 인기가 반영된 지표라고 설명한다. 2021년 1월부터 3년간 진행된 조사에서 1% 이상의 선호도를 기록한 정치인은 총 17명이다. 이 중에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이탄희 전 의원 같은 40대 정치인도 존재한다. 

'한나라당 꼬리표'도 약점으로 꼽힌다. 김 전 총리는 2003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 김 전 총리는 2010년 민주당에서 유력한 사무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됐으나,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으로 인해 당직 인선에서 배제됐다. 당시 김 전 총리는 민주당 의원 86명 전원에게 친필 편지로 "정치사의 큰 물결에 따라 본의 아니게 한나라당에 몸 담았다는 게 원죄라면 그 값을 달게 치르겠지만 부디 외면하지 말아달라"며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낙인과 명에를 제 어깨에서 좀 벗겨달라"고 호소했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노력이 양날의 검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 전 총리는 박정희 컨벤션센터 건립을 공약한 바 있다. 당시 대구경북진보연대 등은 성명을 통해 "김 전 총리의 영호남 교류를 통한 화해의 진정성을 이해 못하는바 아니지만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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