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HDC아레나로 '정몽규 사유화' 지적 
축협 정관 위반 지적한 강유정 "동네 계모임 수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뉴시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대한축구협회를 질타했다. 여야는 지난 24일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정몽규 축구협회장을 향한 송곳 질의를 이어갔다. 여당에서는 정 회장의 축구협회 사유화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야당은 축구협회의 정관 위반을 지적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문체위 현안질의에서 축구협회가 추진 중인 천안축구종합센터(NFC) 건설 과정에 정 회장이 기업 수장인 현대산업개발(HDC)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배 의원은 "축구협회가 2015년부터 지금까지 국비와 시비 그리고 축구협회 자체 재원까지 동원해서 약 1550억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3월경 축구협회는 축구센터 마스터 플랜 건축사를 선정하기 위한 국제 공모를 시행했고, 2020년 6월경 네덜란드 건축사 유엔스튜디오(UNSTUDIO)를 최종 선정했다. 배 의원은 축구협회가 유엔스튜디오에 발송한 서한에 HDC가 지속적으로 언급됐다는 점, 유엔스튜디오가 답신한 수신자가 축구협회와 HDC라는 점을 지적했다. 축구협회 실무 과정에 HDC가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배 의원은 "정 회장이 HDC 임직원들에게 축구협회센터 건립에 실질적으로 개입해서 실무를 하라고 지시한 바 있나"고 물었다. 그러자 정 회장은 "우리가 전문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축구협회를) 많이 도와달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유엔스튜디오가 보낸 1차 디자인 결과물에 'HDC아레나'라고 명시됐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대한축구협회도 아니고,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도 아니고 왜 HDC아레나로 디자인이 왔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축구 팬들이 정 회장이 12년 동안 재임하면서 공사를 구분 못하고 축구협회를 사유화했냐라는 질문을 드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네이밍 라이츠(구장 명명권)를 팔기 위한 가칭"이라며 "HDC는 축구협회 관련 이득을 본 것은 절대로 없다고 맹세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요즘 계 모임이나 동아리 모임도 정관이 확실하다. 정관을 위반하면 상당한 책임을 묻고 민사소송도 감안해야 한다"며 "(축구협회)가 동네 계 모임이나 동아리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질타했다.

강 의원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선임 과정을 총괄하는 전력강화위원회 업무를 병행한 것은 정관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정 회장에게 "이 이사가 전강위 업무 일부를 위임받는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쳤느냐"고 물었다.

정 회장은 "지금까지 관행상 이사회 결의는 보안적인 이유 때문에 선임한 다음에 추후 추인을 받는다"고 답했다. 이에 강 의원은 사후 결의가 서류로 남았느냐고 물었다. 정 회장은 남아있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이후에 열린 이사회 안건·결정 사안 어디에도 이 이사에게 전강위 업무 일부를 위임한다는 내용이 없다. (정 회장은) 지금 위증을 한 것이다. 차라리 모른다고 하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공정함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모든 절차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이뤄진다는 의미"라며 "축구협회가 스스로 만든 정관을 위배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전재수 문체위원장은 전재수 위원장은 현안 질의를 마무리하면서 "제가 3선 국회의원이지만 그간 오늘처럼 여야 위원들이 한 치 이견 없이 한목소리로 대한민국 체육계를 질타한 건 처음 보는 풍경"이라며 "오늘 증인으로 나온 분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시길 바라고, 그게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 한 관계자는 본지에 "오랜만에 국회가 국민들에게 효능감을 선사한 자리 같다"며 "일부 의원들은 체육인 출신 의원들보다 더 날카로운 질의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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