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연휴 이후 정국반전 카드를 고심 중이다. 윤 대통령의 현 상황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특히 국정수행 지지율 붕괴, 야권의 탄핵·특검공세, 해법없는 의료대란, 당정갈등 심화 등 4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는 11월 대통령 5년 임기의 반환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상황은 엄중하다. 정국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식물대통령으로 남은 임기를 채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휴 동안 휴식과 더불어 정국 구상을 고민해온 윤 대통령의 승부수는 체코 순방을 마친 이후 베일을 벗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정국반전 승부수를 짚어봤다.

물 마시는 윤 대통령. 뉴시스
물 마시는 윤 대통령. 뉴시스

- 윤통, 오는 11월 임기반환점사면초가 위기에 식물대통령 우려
- 지지율 붕괴 탄핵·특검 의료대란 윤한갈등 4대 위기 직면
- 여야 적대적 정치 타개 위해 개헌카드 승부수로 위기국면 돌파 추진
- 뇌물죄 수사 등 사정정국 강화로 지지층 결집 및 정국반전 시도

먼저 개헌 카드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특정 시점에 개헌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승자독식과 극한대치로 상징되는 현행 헌법의 한계를 인정하고 권력분산형 개헌으로 여야 협치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의 손질에는 여야 모두 동의하는 사안이다. 또 사정정국 강화를 통해 지지층 결집과 정치적 위기 돌파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뇌물죄 수사 정면돌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 공세 강화를 통해 국정주도권을 장악한다는 구상이다.

지지율 붕괴에 탄핵공세까지대통령 사면초가 수렁

윤 대통령은 22대 총선 패배 이후 정치적 반전에 실패했다. 한마디로 악재의 연속이다. 정치적 돌파구 없이 난제들만 쌓이는 상황이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20%로 추락한 것은 물론 야권에서는 탄핵준비 의원연대라는 모임까지 출범시켰다.

가장 심각한 것은 지지율 붕괴다. 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역대 대통령 지지율과 비교해봐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용산 대통령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총선참패 직후보다 지지율이 더 추락하면서 20%선 유지가 위태롭다. 최악의 경우 10%대로 추락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현실화된다면 윤 대통령은 국정동력을 상실한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과의 손절 시도에 나설 수 있다. 친한계인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거의 비상상황이라고 봐야 될 것 같다고 우려한 뒤 대통령실에서는 자꾸만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너무 한가한 얘기라고 직격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총선 이후 본격화한 야권의 대통령 탄핵 공세도 부담이다. 게다가 김건희 여사 특검 및 채해병 특검 공세 또한 여전하다. 수적 우위를 앞세운 야권이 최근 무차별 공세에 나서고 있다. 유일한 방어수단은 대통령 거부권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김건희 여사가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광폭행보에 나서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공개 활동을 하실 때가 아니다. 그런데 공개 활동을 한다는 것은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답답하더라도 지금은 나오거나 공개활동할 때가 아니다고 자제를 요청했다.

또 여론을 등에 업고 추진한 의대증원 문제는 최대 난제다. 추석연휴 동안 우려했던 응급실 의료체계 붕괴라는 최악의 고비는 넘었지만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고령화와 소득 증가로 폭증하는 의료 수요에도 30년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하면서 의사는 양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의료개혁의 필요성은 이제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정부가 의사 집단행동 등 어려움을 각오하고 의료개혁을 시작한 이유이며, 내년이나 후년으로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다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특히 여야의정합의체 구성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대통령실을 향한 정치적 책임론은 커져만 가고 있다. 대통령 부정평가 1위 항목일 정도다.

마지막으로 당정갈등도 부담이다. 22대 총선을 전후로 시작된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불협화음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김건희 여사 문제는 물론 의대증원 등의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 양상이다. 과거 적폐청산 수사로 찰떡호흡을 과시했던 건 옛말이 돼버렸다. 한 대표는 최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민심을 더 따르고, 더 반응하지 않으면 최저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추석 민심을 확인했다며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의지를 드러냈다.

개헌여야 원칙적 동의에도 실제 추진에는 첩첩산중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헌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헌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사면초가에 놓인 윤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승부수가 시급하다. 이 때문에 개헌이라는 메가톤급 화두를 던질 것이라는 소문이 커지고 있다. 극단적인 여소야대의 정치적 지형 속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 붕괴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성사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화두를 던지고 야권이 동의한다면 개헌론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한다. 입법부 수장인 우원식 국회의장도 22대 국회 개원식 연설에서 여야 정당에 재차 제안한다. 개헌의 폭과 적용 시기는 열어놓되 개헌 국민투표는 늦어도 내후년 지방선거까지는 하자대통령께도 다시 한번 개헌 대화를 제안한다. 대통령의 결단으로 막힌 물꼬를 틀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한 바 있다.

현행 헌법은 87년 체제의 부산물이다. 대통령 직선제, 5년 단임제, 국회의원 소선구제를 근간하는 하는 현행 헌법은 정치적 수명이 다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개헌 추진에 나섰다. 결과는 실패였다. 개헌론을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87년 체제 이후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권으로 이어지는 15년간 별다른 개헌 논의가 없었다. 다만 3당합당과 DJP연대 과정에서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하는 정치적 합의가 있었지만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개헌론이 본격 추진된 건 2000년대 이후 참여정부 시절이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개헌 전도사였다.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정치적 이상의 실현을 위해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의 개편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다만 영호남 지역주의라는 여야의 기득권에 막혀 실패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개헌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특히 국정농단·탄핵사태 당시 국민적 여론이 극도로 악화하면서 전격적인 개헌카드를 던지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2년차인 2018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욕적으로 개헌을 추진했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까지 예고된 상황이었지만 야당의 거센 반발에 무산됐다.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의 개헌추진 카드는 성사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여야 모두 현행 헌법의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가 크다. 특히 5년 단위의 대선과 4년 단위의 총선 주기의 불일치에 따른 정치적 비용도 상당하다. 극단적인 정치적 양극화 해소의 유일한 답은 개헌이다. 야권은 22대 국회 출범 이후 대통령 4년 중임을 골자로 하는 개헌을 주장해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도입,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등은 합의가 가능한 만큼, 22대 국회에서 이것부터 개정하자2026년 지방선거 이전 개헌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22대 총선 이후 황우여 비대위 시절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 등의 개헌에 동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개헌에 소극적이었던 윤 대통령이 예상밖으로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카드를 꺼내들고 야권이 전격 동의한다면 개헌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게다가 내년에는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해다. 여야 모두 민생을 챙기면서 개헌 논의에 주력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 여론을 수렴하면서 여야의 이견이 해소될 경우 이르면 2026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야권의 탄핵 공세를 막아내면서 임기 중후반기 노동·교육·연금 등 중장기적인 개혁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는 셈이다. 윤 대통령은 과거 여야가 합의해서 개헌하면 내 임기를 1년 줄일 용의도 있다는 취지로 개헌에 대한 전향적인 언급을 내놓은 바도 있다.

·고강도 사정정국국면전환용 비판에도 정면돌파

새미래민주당  소속 인사들이 문 전 대통령 수사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뉴시스
새미래민주당 소속 인사들이 문 전 대통령 수사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뉴시스

개헌이 여야간 타협을 통한 정치적 위기 돌파라면 사정정국은 정공법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스타일상 정치적 타협이나 좌고우면보다는 정면돌파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수사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조속한 처리 등을 통해 사정정국의 고삐를 쥐는 것이다. 이른바 지지층 결집을 통해 정치적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복안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보수세력을 붕괴 위기에 내몰았던 적폐청산 수사가 윤석열정부 중반에서야 본격 추진되는 것이다. 정권교체 이후 보수진영에서는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에 대한 사법적 단죄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지지층의 요구를 외면만 하기에도 부담이다.

물론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수사와 사법처리는 민감한 사안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트라우마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또 전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탓에 정치적 후폭풍도 감수해야 한다. 아울러 전직 대통령 수사라는 엄중함을 고려할 때 용산 대통령실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 지도 변수다. 국면전환용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윤 대통령이 전현직 정권과의 정면충돌을 마다하지 않는 원칙론을 고수할 경우 정치적 환경은 급변한다. 보수진영으로서는 지지층 결집을 통해 위기극복을 위한 시동을 거는 셈이다.

10월로 예정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로 중대 분수령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년 동안 이 대표는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우리 의회 정치와 사법 시스템을 심각하게 훼손시켜왔다어떠한 정치적 계산도 없이 법률과 상식에 맞는 공정한 판결을 해달라고 재판부에 촉구한 것은 의미심장이다. 만일 1심 판결이 유죄로 나올 경우 야권의 도덕성은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으로서는 정치적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놓고 야권이 극심한 내홍이나 분열에 휩싸일 경우 여권으로서는 국정 주도권을 되찾아올 수도 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붕괴 이후 야권을 중심으로 탄핵공세가 거세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또다시 현직 대통령의 탄핵은 국가적 불행이라면서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가장 어려운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정국반전을 위한 드라마틱한 승부가 조만간 베일을 벗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위기돌파 해법으로 거론되는 개헌카드와 사정정국 추진은 강온전략의 일환이라며 무엇보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우선이다. 민생경제 분야는 물론 주요 국정과제에서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읍참마속도 단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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