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대표회의 구성 인가 처분 취소’ 등 효력 정지 및 집행 정지 신청

주민대표회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모습. 주민대표회의는 흑석 2구역 토지의 20%를 소유하고 있어, 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80%의 주장을 무시하고 진행된 시행 계획이 정지 및 취소돼야 한다며 이에 대한 승인을 내린 동작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창환 기자]
주민대표회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모습. 주민대표회의는 흑석 2구역 토지의 20%를 소유하고 있어, 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80%의 주장을 무시하고 진행된 시행 계획이 정지 및 취소돼야 한다며 이에 대한 승인을 내린 동작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지난해 1월 서울시 공공재개발 1차 정비지역으로 선정된 동작구 흑석 2구역 주민들이 공공재개발 반대 시위에 나섰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해당 지역을 대표할 자격이 없는 주민대표회의가 나서서 정비사업 진행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공공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리고 서울행정법원에 주민대표회의 구성 승인인가처분 취소 및 시행사 서주택도시공사(SH)에 대한 지정 인가 처분 효력 정지 등을 신청했다. 

토지 소유자 80% 반대하는데 주민대표회의 찬성? 이상한 재개발 사업
공공재개발 앞세운 환경정비사업 강한 반대나선 지역 상인들 및 세입자

지난 20일 흑석 2구역 공공재개발 반대 비대위 측은 일요서울에 “이 곳 전체의 80%가 반대하고 있는 공공재개발이 자격도 없는 주민대표회의에 의해 강제로 집행되고 있다”면서 “흑석 2구역 비대위는 공공재개발 반대를 위해 본격적인 소송 전과 함께 높은 법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미 성남시 대장동 사태에서 봤던 것처럼 재개발을 하겠다고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로 몰수하는 일이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면서 “그렇다면 보상의 대상조차 될 수 없는, 이곳에 있는 수많은 상가에 생존 기반을 둔 세입자들은 모두 길거리로 나앉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에 문제가 불거진 성남시 대장동의 경우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거주민들은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지가로 보상받았다. 이에 해당 지역에서 강제로 이전할 수밖에 없었던 주민들은 “공공개발을 앞세운 토지 강제수용권에 의해 생활 터전을 빼앗겼다”면서 “당시 실거래가가 600만 원에 이르렀으나 보상금이라도 내놓은 것은 평당 150~200만 원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번에 논란이 된 흑석 2구역도 9호선 흑석역부터 중앙대학교병원에 이르기까지 주변 지역의 상권이 발달된 구간이지만 오랜 기간 개발이 정체되면서 그간 지방선거 등에서 개발 이슈가 항상 나오던 곳이다. 하지만 개발 이슈 초반에 민간개발이 타진되던 해당 지역은 최종적으로 공공재개발을 내걸고 서울주택도시공사를 시행사로 내세웠다. 

주민대책회의 사무실 앞에서 공공재개발 반대 1인 시위를 펼친 비대위 측. [일요서울]
주민대책회의 사무실 앞에서 공공재개발 반대 1인 시위를 펼친 비대위 측. [일요서울]

주민 동의 없어 12년간 조합 설립 못해

공공재개발 반대 비대위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이 지역의 주민대표회의라고 구성된 곳은 주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면서 “주민들의 80%가 반대하고 있는데 누구를 대표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특히 이곳 상권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분들은 실제 토지나 주택의 소유자가 아닌 세입자들”이라면서 “공공재개발을 가장해 강제 수용당하고 나면 이들은 거주지는 물론,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공공으로 개발되는 지역의 경우 실제 토지나 주택 소유주가 아닌 세입자들의 경우는 보상을 받는 문제도 수월하지 않은 경우가 상당하다. 

이와 관련 비대위는 “서울 동작구청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주민대표회의 구성 승인 인가처분 취소 등 청구사건’의 본안확정시까지 2021년 9월13일자 피신청인의 ‘주민대표회의구성 승인인가처분 및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흑석2재정비촉진구역의 사업시행자로 지정 인가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라는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비대위의 주장에 따르면 재개발정비사업 주민대표회의는 말 그대로 주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흑석 2구역 일대는 2005년 뉴타운지구로 지정되고 이듬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 2008년 정비구역이 지정되면서 재정비촉진계획안이 결정됐고, 곧이어 2009년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됐으나, 위원회가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들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서 무려 12년동안 조합이 만들어지지 못했던 것. 

하지만 2020년 10월 조합도 아닌 추진위가 공공재개발을 신청하고 지난해 1월15일 공공재개발 1차후보지로 확정됐다. 아울러 SH를 공공시행자로 지정하면서 해당 지역에서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GS건설 등이 수주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SH가 현장설명회까지 열고 시공사 선정에 착수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공공재개발 예정지로 허가가 난 흑석 2구역은 흑석역에서 중앙대학교 병원까지 이르는 구간과 이웃하며 상권이 발달한 지역이다. 이에 상인들의 반대가 크다. [이창환 기자]
공공재개발 예정지로 허가가 난 흑석 2구역은 흑석역에서 중앙대학교 병원까지 이르는 구간과 이웃하며 상권이 발달한 지역이다. 이에 상인들의 반대가 크다. [이창환 기자]

20%의 토지 소유자, 전체를 대변할 수 있나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주민 동의’라는 절차가 생략된 채 이를 넘어선 다음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두고 해당 지역 상인들은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비대위 측은 “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주거환경정비법상 토지 등 소유자 동의요건 적용 없이 도시재정비 촉진 특별법  제15조를 적용해 소유자 과반수 동의만으로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니는 동의자들의 소유면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다수결만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하려  하고 있는 것”이라며 “실제 주민대표회의가 주장하는 동의율을 모두 인정한다고 해도 동의한 소유자들의 토지면적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즉 20%를 소유한 재개발 찬성 측에서 흑석2구역 전체 토지의 처분 권한을 다수결로 행사하자는 억지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일요서울이 찾은 현장에서 만난 지역 상인들은 “재개발을 하더라도 주민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다”라며 “집 2채 가진 사람이 이웃의 8채를 소유한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전체 10채에 대한 재개발을 주장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지역대표회의 구성 취소 소송 및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사업시행자 지정에 대한 효력 정지 신청에 대한 행정법원의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래된 상가들이 모여있는 흑석 2구역에서 주민대표회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 보인다. [이창환 기자]
오래된 상가들이 모여있는 흑석 2구역에서 주민대표회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 보인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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