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고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해 종료로 판단될 시‘해고’로 봐”

지난 6월5일 오전 서울 중구 락앤락 본사 앞에서 열린 부당해고 철회! 원직복직 이행! 경영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및 락앤락지회 조합원들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지난 6월5일 오전 서울 중구 락앤락 본사 앞에서 열린 부당해고 철회! 원직복직 이행! 경영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및 락앤락지회 조합원들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최근 부당해고와 관련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근로자(신청인)’는 회사가 자신을 일방적으로 퇴직시켰다거나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주장하고, 반면 ‘사용자(피신청인)’는 근로자와 협의해 사직을 권고했고 이에 따라 합의사직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부당해고 분쟁에 있어서 권고사직인지, 해고인지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이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법원(대구지방법원 2023가합372, 2024.7.23. 선고)에서는, “권고사직이 실질적인 해고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어 법원이 권고사직과 해고를 어떻게 구분하는지를 살펴보고, 만약 권고사직이 아닌 해고라고 판단된 경우 해고의 적법성은 어떻게 판단하는지도 함께 살펴보기로 하겠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좁혀지는 이견 차이
-해고의 적법성 어떻게 판단하나


피고(사용자)는 사립대학 00대학교를 설치ㆍ운영하는 학교법인이고, 원고(근로자)는 2022년 11월 29일부터 이 사건 학교의 관리사무원으로 입사해, 피고의 대표자의 수행기사 업무를 수행했다.

원고와 피고는 같은 해 12월 12일에 원고를 이 학교의 관리사무원(계약직)으로 근무하게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며, 근로계약기간은 입사일부터 1년으로 정하는 한편 3개월의 수습기간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피고는 입사 1개월이 조금 넘은 시점인 2023년 1월 19일에 원고에게 사직을 권고했고, 원고는 같은 날 피고에게 원고가 운행하던 차량의 키를 반납했다. 

먼저, 원고(근로자)는 피고와 근로계약을 합의해지 한 것이 아니라, 피고로부터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했고,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대표자인 C의 수행기사로서 성실하게 근무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했고, 또한 원고를 해고함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으므로 부당해고라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사용자)는 원고가 피고에게 차량 열쇠를 반납하는 등 진의에 의한 사직의 의사표시를 했고, 피고가 이를 승낙함으로써 이 사건 근로계약은 합의해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령 원고를 해고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해고 당시 수습기간 중이어서 통상의 경우보다 해고의 제한이 완화되고, 원고의 근무태도ㆍ부적절한 언행ㆍ건강상태 등에 비추어 원고가 피고 대표자의 수행기사 업무를 맡기에 부적합하므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권고사직과 해고의 판단기준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 해지가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적용해, “이 사건 근로계약은 원고의 의사에 반해 피고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해 종료”됐으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권고사직 및 이에 따른 원고의 퇴사는 그 실질이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근로계약의 종료 사유는 퇴직, 해고, 자동소멸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로 또는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이고,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하는 것이며, 자동소멸은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소멸하는 것이다.”라고 보았다.

이어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를 뜻한다.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성질상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정한 제한을 받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해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다고 하더라도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해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 ‘해고’라고 판단한 근거는

법원이 위와 같이,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료를 해고라고 판단한 구체적인 사유로는 ① 원고와 피고는 해고일 이전까지 원고의 퇴직 여부에 관해 협의를 한 적이 없었고, 원고는 이 사건 해고 당일에도 업무수행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는바, 원고는 이날 피고 측의 권고사직이 있을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 점

② 원고가 당시 피고에게 차량 열쇠를 반납하면서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원고는 피고의 대표자로부터 권고사직 요구를 받았으므로, 이에 대해 이의하더라도 위 권고사직 요구가 번복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는 1995년부터 학교에 근무하기 전인 2022년 말까지 꾸준히 수행기사 업무에 종사했고, 2024년 새로운 정규직 직장에 입사하기 전까지 일용직으로 생업에 종사했는데, 원고의 경제적 상황, 근무경력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권고사직 요구 없었다면 원고가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도 않은 채 피고 학교법인에서 퇴사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④ 원고는 이 사건 해고를 당한 후 약 한 달 정도 후 즈음에 학교의 총장 등에게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제시했다. 

한편, 법원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의 적법성과 관련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피고가 원고를 채용하면서 3개월의 수습기간을 정하고 수습기간 종료 이전 언제라도 본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근로계약서에 정하고 있더라도, 이는 피고가 3개월 동안 원고의 업무적격성을 관찰, 판단해 정식채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로서 이른 바 ‘시용기간’을 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피고가 이 사건 해고를 하면서 원고에게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는 바, 이에 의하면 서면에 의하지 않은 이 사건 해고는 그 사유의 정당성 여부에 관해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무효이고, 피고가 이 사건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는 이 사건 해고의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판결했다. 즉, 법원이 권고사직이 아닌 해고라고 판단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해고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하게 되므로, 부당해고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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