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의견 분분...1심 유죄 시 “李 리더십 균열” vs “영향 미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10월은 중대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달 중으로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이 대표는 최근 몇 년간 경기 지자체 변방 장수에서 일약 야권의 유력 대권자산이자 정신적 지주로 거듭났다. 드라마 각본에 못지않은 정치 여정이다. 다만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그도 깊게 내재된 사법리스크에 향후 정치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사법리스크 현실화 여부에 따라 현 야당 권력정점의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수도, 범죄자 오명에 현실정치를 할 수 없는 신분으로 수직낙하할 수도 있다. 그 만큼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한 10월 법원 1심 결과에 쏠린 시선과 무게감은 남다르다. 1심 결과에 따른 향후 여야 정치지형 변화도 지대한 관심사다. 이에 본지는 정치 전문가들을 통해 이 대표의 1심 판결과 그에 따른 정국 전개양상 등을 관측해 봤다.

이재명 ‘10월 위기설’, 1심 판결이 불러올 후폭풍 ‘주목’

야권 사령탑의 사법리스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이 대표를 둘러싼 대장동‧성남FC‧대북송금 등 여러 혐의점을 비롯해 재심, 대법원 상고심까지 감안하면 수년에 걸친 긴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선거법 및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는 이 대표의 정치적 생사를 가를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 관심사다. 

정치권에서는 10월 이 대표의 선거법‧위증교사 재판 결과와 관련해 여러 경우의 수가 언급되고 있다. 다만 이 대표가 당선무효형이나 피선거권 박탈에 준한 실형을 선고받게 될 경우를 가장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 경우 법적 최종 판결은 아니어도 야당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 전조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는 만큼 거대 파장이 예상된다.

만약 이 대표가 1심에서 이처럼 유의미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당장 대척점에 서 있는 집권 당정으로선 여소야대라는 극한의 열세 국면을 돌파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이 대표의 위법 이슈는 민주당에게도 도덕성‧이미지 실추라는 거대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여야 혼조세가 지속됐던 민심과 여론에 균열이 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국정지지율 20%대 박스권에 머무른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반전 모멘텀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이러한 기대심리가 엿보인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대표를 향해 “민주당이 방탄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놓아달라”며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개인 차원에서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도 이 대표가 직접 제기한 ‘용산 계엄설’을 언급하며 “10월에 잘못하면 이 대표에게는 잔인한 한 달, 곡소리 나는 한 달이 될 수도 있다”며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나오고 10월16일 재보궐 선거가 있는데, 이 대표에게 굉장히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때 그 위기를 모면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지층을 조금 더 결집시켜 돌파하겠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고 짚었다.

이 대표의 1심 유죄는 민주당의 내부 역학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 대표의 리더십 균열을 틈타 원내외 비명(비이재명)계와 대권잠룡 등을 중심으로 세력화 움직임을 가시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이 돌자, 야권에서는 이 대표의 잠정 대안으로 지목되는 이른바 ‘3김(金)’이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3김은 이 대표와 정치노선이 다르다고 평가되는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을 일컫는다. 이 밖에 일각에선 이낙연 전 총리도 잠정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 전 총리는 4.10 총선 부진 등을 계기로 최근 정계 은퇴설까지 돌았으나 “국가 위기를 외면하지 않겠다”며 현실정치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여기에 박광온·강병원·김철민·박용진·송갑석 전 의원 등 비명계 인사들이 최근 ‘초일회’를 결성한 것도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이 대표가 10월 1심에서 무죄 또는 향후 정치활동에 지장이 없는 수위의 선고를 받게 되면 당 대표이자 대권주자로서 개인 입지는 물론, 민주당의 대여(對與) 결속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용산을 향한 야당의 검찰독재‧특검 공세가 더욱 거세지며 여소야대 국면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 대표 10월 위기설에 대해 “1심 판결이 난다고 해서 이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흔들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라며 “어쨌든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는 것”이라고 1심 선고가 지금의 당 리더십이나 진영결속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이재명 1심에 대한 전문가 관측은

그렇다면 이 대표의 10월 1심 선고를 바라보는 정치 전문가들의 시선은 어떨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에 이 대표의 유무죄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도 1심 판결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신 교수는 “1심에서 두 혐의점 모두 무죄가 나올 경우 이재명 대표는 날개를 달 것”이라며 “유죄 판결이 나도 당선무효나 피선거권 박탈에 준하는 수위가 아니면 사실상 무죄나 다름없다”고 봤다. 

이어 “위증교사 혐의의 경우 유죄가 나온다면 대부분 실형이 선고된다”면서도 “다만 벌금형을 받게 될 경우 얘기가 다르다. 만약 천만 원 이하 벌금형 수준에 그친다면 이 대표로선 정치행보를 이어가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또 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와 관련해서는 “공직선거법 위반은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선고되면 이 대표는 피선거권을 잃게 된다”며 “1심에서 벌금형이 나오더라도 재심, 상고심으로 갈수록 그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결국 이 대표가 1심에서 3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는 뜻”라고 말했다.

그는 두 혐의점에 대한 이 대표 재판은 대법원까지 2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아울러 이 대표가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이나 당선무효형을 받게 되면 김동연‧김경수‧김부겸 등 ‘3김’을 주축으로 한 비명계의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이 대표의 입지나 민주당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1심에서 유죄를 받더라도 상고심 실형이 확정되지 않는 이상 지금의 입지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대법원에서 (이 대표의) 최종 유죄가 확정되면 민주당은 대안 물색 후 전당대회로 새 지도부 선출을 시도하는 등 대혼돈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1심 유죄 선고가 3김을 주축으로 한 비명계의 결집 동력으로 이어지기엔 역부족”이라고 평했다. 또 1심 무죄가 선고될 경우에는 야당이 ‘정치수사’를 매개로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정의 수세 국면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황철순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의 1심 유죄가 유력하다고 봤다. 황 평론가는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이나 흐름을 봤을 때 1심 무죄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런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일관된 스탠스를 고려하면 1심에서 유죄가 나오더라도 무죄추정 원칙을 언급하며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정치보복’ ‘검찰독재’ 명목으로 여론전을 펼 공산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1심에서 무죄 판결이라도 나면 대법원 판결이라도 난 듯 윤석열 정부를 향한 탄핵 분위기 조성에 나서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이어 황 평론가는 ‘3김’을 거론하며 “유죄 판결 시 3김 등 비명계 움직임이 빨라지긴 하겠지만, 지난 전당대회에서 85% 지지율을 얻은 이재명의 리더십을 흔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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