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출신 황도수 교수 “수익이나 손실 모두 국고 귀속”

'대장동 배임 형사 책임' 관련 전문가 세미나가 열렸다. [이창환 기자]
'대장동 배임 형사 책임' 관련 전문가 세미나가 열렸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단군 이래 최대의 부동산 적폐로 드러난 대장동 도시개발 특혜 의혹은 공정을 가장해 민간 기업에 천문학적 이익을 안겨줬다. 이에 국민들은 공정과 정의 상실에 충격을 받고 조속히 진상이 규명을 원했으나 검찰과 경찰,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은 국민의 여망을 대변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일관해 불신과 허탈감은 증폭했다. 이에 대장동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해 각자 영역에서 활동해 온 진보, 중도, 보수 시민단체 및 인사 등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 강력한 공동대응을 위해 대장동게이트진상규명범시민연대를 출범한다”

배임의 쟁점, “성남시에 이익 줬는지가 아니라, 제 3자가 이득 취하게 한 것”
이호선 교수 “유동규·김만배 전리품 나눠 유죄”… 이를 용인한 승인권자 배임

지난해 12월20일 출범한 대장동게이트진상규명범시민연대(이하 대진범)는 정치와 이념의 차이를 넘어,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불거진 각종 비리와 민간 기업의 천문학적 이익을 안겨준 불법적 행위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 처벌 등을 위해 국민들의 집약된 목소리를 정치권이 수용하도록 그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진범은 지난해 12월23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기, 더불어민주당사를 찾아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개발1처장의 사망 사건과 관련 “스스로를 설계자라 주장한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검찰 수사를 촉구한다”며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어 대진범은 지난해 12월30일 대장동 개발의 배임 책임에 관한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기한 단국대 법대 교수가 좌장으로 참석하고 황도수 건국대 법대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토론 자리에는 이호선 국민대 법대교수와 박인환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황도수 교수는 공법상 모든 개발에 대한 승인권자인 성남시장의 배임 책임을 당연히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환 기자]
황도수 교수는 공법상 모든 개발에 대한 승인권자인 성남시장의 배임 책임을 당연히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환 기자]

황도수 교수, 판례 들어 성남시장 공법상 배임

헌법재판관 출신의 공법 학자인 황도수 교수는 이날 ‘대장동 개발의 배임 형사 책임’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하고 판례를 들어 공법(公法)상 법령의 원칙과 대장동 도시개발 사업에서의 성남시장의 배임의 요지, 그리고 신임위반 행위를 짚어냈다. 

황도수 교수는 서두에서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라며 “그는 2015년 2월 ‘윗선’의 뜻이라며 황무성 당시 사장의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지목된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김문기 개발사업 1처장이 공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라며 “대장동 개발 실무 책임자로,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컨소시엄 선정 당시 평가위원 겸 시행사 ‘성남의뜰’ 공사 측 사외이사였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의 지지부진함을 지적했다. “법은 좌고우면(左顧右眄)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사건인 만큼 법을 신속하게 집행해야 한다”면서 “수사기관은 이재명 배임에는 묵묵부답이고 다른 피고인 처리에 대해서는 동문서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도수 교수는 “김만배 남욱 등 몇사람은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의 이름으로 3억5000만 원을 투자해서, 도시개발 사업으로 4040억 원, 주택분양 사업으로 4531억 원, 합계 8571억 원을 벌었다”며 “이들이 8000억 원을 벌어들일 만한 일을 했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것도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 것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발 대상 토지는 도시개발법에 따른 토지수용 공권력으로 확보했고 재원은 국가사업으로 쉽게 조달이 가능했다”라며 “성남시장이 저들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4~5년 사이에 저런 천문학적 돈을 벌 수 있었겠는가”라고 물음을 던졌다. 

그에 따르면 대장동 사건의 핵심은 공사(公私) 구분이다. 국가권력 등 공권력은 우월하며, 일방적이고, 단독적이다. 공무원이 사인(私人, 개인)에게 이익을 만들어주면 이른바 ‘대박’이 따른다. 그래서 공과 사는 엄연히 다르다. 이에 헌법은 공법과 사법을 철저히 구분한다. 황도수 교수는 공법적 관점만으로 대장동 개발의 배임 문제를 풀어냈다. 

황도수 교수는 “배임죄 피고인(공무원)은 결정권을 가졌고, 결정권 행사에서 본인(국가)의 신임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며 제3자가 이득을 취하는 결정을 했다”면서 배임의 법리를 풀었다. 그는 취재진에게도 “헌법 23조에 따라 공익사업의 목적은 수익이 아니다. 사업성과를 높이는 것도 목적이 아니고 공공복리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며 “사업수단으로 (개발 사업 선정부터 토지 수용하는 과정 모두) 공권력을 행사 했기에 사업 결과로 나온 수익이나 손실은 모두 국고에 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비리와 이에 대한 배임 책임은 지금까지의 검찰 조사로도 충분히 물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창환 기자]

검사 출신 박인환 변호사 “검찰의 꼬리 자르기” 지적

박인환 변호사는 “현재까지 노출된 정보와 이미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되며 수사를 받았던 피의자 등에 대한 수사 내용만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이재명 후보를 배임 등의 혐의로 충분히 기소할 수 있다”면서 “검찰이 현재 불구속 기소된 정민용 변호사를 머리로 보면서 꼬리자르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민용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에 의해 지난해 12월2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부정처사후수뢰죄 및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 당했다. 

이를 두고 박인환 변호사는 “정 변호사를 머리로 보고 배임을 적용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꼬리자르기다”라며 “하지만 꼬리자르기를 하면서까지 배임을 적용해 머리로 본 정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한 것 역시 납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 변호사의 구속 영장 기각되자 수사팀은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의 구속 영장 신청 시점과 재차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데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비판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정 변호사를 현재까지는 배임의 정점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토론 참여자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배임도 성립한다”라며 “천문학적 수익을 가져간 유동규·김만배 등이 이를 얻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준 사실도 배임이다. 수사가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을 위해 진행된 사업에서 얻어진 수익과 관련 당사자(승인권자, 성남시장)는 이런 판단에 대해서도 무관해야 한다”면서 “이재명 당시 시장은 스스로의 치적으로 치켜세웠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리스크 없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을 통해서다.

대장동 개발의 배임 형사 책임에 관한 전문가 세미나. [이창환 기자]
대장동 개발의 배임 형사 책임에 관한 전문가 세미나.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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