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죽으면 절대 자살 아닙니다”…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죽음의 공포
“딸·아들 결혼하는 거 볼 때까지는 절대로 자살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 녹취록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진 이 모씨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면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 및 김문기 개발1처장 등에 이어 대선 국면에서 세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진상 규명 촉구에 나서고 민주당은 정치 공세로 몰아가지 말라며 대응하는 분위기다. [일요서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 녹취록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진 이 모씨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면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 및 김문기 개발1처장 등에 이어 대선 국면에서 세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진상 규명 촉구에 나서고 민주당은 정치 공세로 몰아가지 말라며 대응하는 분위기다. [일요서울]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제기하며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던 이 모(56세) 씨가 사망한 채로 발견된 것은 지난 11일 저녁시간. 이튿날인 12일 오전 대장동게이트진상규명범시민연대(이하 대진범)가 발칵 뒤집혔다. 이 씨가 20여 곳의 시민단체와 보수, 진보, 중도 및 여야 소속 일부 당원들로 구성된 대진범의 구성원이자 제보자였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사망 소식이 있기 바로 며칠 전까지 만남을 이어온 이들에게는 더 큰 충격이었다. 대진범은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과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의 사망 사건에 이어 이 씨의 사망까지 이어지는 과정에 연결고리는 단 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라며 “경찰이 사인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장질환 인정 못 해 “며칠 전 함께 식사하며 한 그릇 비운 건강한 사람”
경찰, 부검 결과 성급하게 밝혔나…이수정 교수, “부검 결과 너무 빨라”

지난 12일 오전 일요서울은 대진범과 연대를 하고 있는 이민구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이하 깨시연) 대표와 연락을 취했다. 이 씨의 사망 소식과 관련해 이 대표는 충격과 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또 다른 대진범 관계자를 찾아 자초지종을 물었으나 마두오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확인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이 부검에 나선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대진범에서는 부검에 참관이 가능한 의사와 변호사 등으로 인원을 구성하고 사태 파악에 나섰다. 대진범 공동 대표인 이호승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 상임대표는 취재진에게 “이 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 파악을 위한 부검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변호사와 의사 등 전문가들이 나서주기로 했다”면서 “정확한 원인 파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진범이 이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 파악을 위해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곧바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유족을 방문하고, 부검에 참관해도 좋다는 허락도 받았다. 의사와 변호사를 비롯해 대진범 관계자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하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진범과 전무가 등에게 “부검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상황을 확인한 결과, 이들을 배제하고 경찰 중심의 부검이 시작됐다는 연락이었다. 유족을 대신해 참관을 허락받은 것으로 알려진 의사에 의하면 부검이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수 서울연구소가 아닌 양천구 메디힐 병원에서 이뤄졌다는 것.

이미 진행된 부검에 대해 어쩔 수 없이 경찰의 결과 발표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유족 대리인 등을 배제하고 진행된 데 대해 항의도 했다. 하지만 이미 부검은 마무리됐고 경찰의 결과 발표가 이어졌다. 

김문기 처장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함께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찾아 집회에 참석한 이 모씨의 모습(모자이크). 이 씨는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경찰의 사인 발표를 믿기 힘들 만큼 평소 건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일요서울]
김문기 처장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함께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찾아 집회에 참석한 이 모씨의 모습(모자이크). 이 씨는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경찰의 사인 발표를 믿기 힘들 만큼 평소 건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일요서울]

사망원인 믿기 힘들어 사망 전에 함께 ‘식사도’

서울경찰청은 “이 씨의 부검 결과 ‘대동맥 박리 및 파열로 추정된다’는 국과수의 구두 소견을 받았다”고 13일 밝혔다. 이어 “대동맥 박리 및 파열은 주로 고령층의 고혈압, 동맥경화, 기저 질환 중 발생 가능한 심장질환으로 향후 혈액 조직 등 최종 부검 소견으로 명확한 사인을 규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씨에게 상당한 중증도 이상의 관상동맥 경화가 있고, 심장이 보통 사람의 거의 두 배 가까운 심장 비대증 현상이 있다는 설명을 이었다. 

이호승 대표와 이민구 대표,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등 대진범의 공동대표와 이민석 변호사 등은 진상 규명을 위해 대진범 관계자들을 소집하고 사태 파악에 나섰으나, 유족들은 서둘러 장례 절차를 진행하기를 원했다. 대진범 관계자들은 이 씨의 아들, 딸을 비롯해 유족 대표 등을 만나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장례를 며칠 미루자고 설득했으나, 유족 측이 반대하며 정밀진단에 나서지 못했다. 

대진범 한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지난 12월25일 이씨를 만나 함께 한잔하며, 이재명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소송을 제기한 건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면서 “그 때도 앞서 고인이 된 김문기 처장을 언급하며 절대 죽을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 씨 또한 20년 이상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활동하며 오랜 기간 민주당을 지지해왔던 인물로 알려졌다. 다만 이재명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된 복수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그간 은둔 생활을 해온 것으로 보였다. 다만 대진범에 소속돼 대장동게이트진상규명을 위한 운동에 동참해 왔다.

올 들어 지난 2일과 6일에도 대진범 관계자들과 자리를 함께 하며 식사를 하는 자리도 가졌다. 경찰이 밝힌 부검결과가 이상하리만큼이나 평소 건강해 보였던 이 씨는 이날 낙지볶음을 메뉴로 정하고 돌솥밥을 깨끗하게 한 그릇 비워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0일 있던 대장동 관련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등이 조기를 보내왔다. [일요서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등이 조기를 보내왔다. [일요서울]

장례식 보내온 조화, 윤석열·안철수 그리고

장례식이 치러진 메디힐 병원에는 평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으로 이 씨와 교류해 온 이들의 조화를 비롯해 각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의 조화 행렬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조기가 있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보내온 것이었다. 그 옆으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조화도 보였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조화나 조기는 없었다. 이 씨의 죽음에 대한 언급도 이재명 후보는 아꼈다.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에서 열린 10대 그룹 CEO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이재명 후보를 찾은 기자들의 질의에 “어쨌든 망인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명복을 빈다”라며 “선대위에서 입장을 냈으니 참고해 달라”라고 말을 아꼈다. 

정치권에서는 이 씨의 사망과 관련해 정치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으나 의미 있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지난 1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씨의 죽음을 두고 “이렇게까지 부검 결과가 빨리 나오는 걸 별로 본 적이 없다”면서 “경찰이 밝힌 심장 질환의 원인 가운데 심장질환이 있지만 외상과 약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이 밝힌 사인으로 심장이 부풀어 동맥이 파열됐다고 하는 점을 지적하며 “혈액검사나 약물 검사 및 정밀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결론을 낼 수가 없다”면서 “(경찰이) 왜 미리부터 이렇게 결론을 내서 마치 확정된 양 이렇게 얘기를 하는지가 궁금증이 좀 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수정 교수는 CCTV등을 통한 정밀 조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꼭 타살에 대한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 아니고 궁금증이라는 게 남아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각종 SNS에서는 이씨가 대진범을 만나 언급했듯 자신의 페이스북에 “딸·아들 결혼하는 거 볼 때까지는 절대로 자살할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언급한 내용이 공유되고 있다. 

대진범이 이 씨의 사망에 대한 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요서울]
대진범이 이 씨의 사망에 대한 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요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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