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못 보내’ 무급휴직 하더라도 2009년 대량해고사태 복직자 못 내보내 

쌍용자동차가 뼈를 깎는 고통으로 전체 근로자 절반의 무급휴직이라는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수용 여부에 대한 노조원의 찬반 투표 결과가 이르면 8일 공개될 예정이다. [이창환 기자]
쌍용자동차가 뼈를 깎는 고통으로 전체 근로자 절반의 무급휴직이라는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수용 여부에 대한 노조원의 찬반 투표 결과가 이르면 8일 공개될 예정이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지난 3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생즉사 사즉생(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의 각오를 요구했던 쌍용자동차가 마침내 구조조정에 들어갈지를 결정짓는 투표를 시작했다.

일요서울은 7일~8일 양일에 걸친 구조조정 관련 쌍용차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투표 진행을 두고 쌍용차의 분위기를 들여다봤다.

되짚어 보면, 올 초부터 쌍용차가 미국계 자동차 유통업체인 HAAH오토모티브에 인수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각 언론사들을 통해 연일 보도됐다. 이런 가운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P플랜(법정관리)을 진행하던 쌍용차에 “노사가 뼈를 깎는 각오로 투자자와의 협상에 임하라”고 당부했다. 

이후 쌍용차 스스로는 투자 의향 기업이 어느 곳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언론들은 아예 HAAH에 대한 평가와 특성까지 파악하며 쌍용차를 인수할 수 있는 ‘규모다, 아니다’를 두고 왈가왈부했다.

반면 쌍용차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완벽하게 결정되지 않은 사항을 두고 인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었던 탓이다. 결국 소문만 무성했던 인수는 실패로 돌아갔고 급기야 쌍용차는 차입금 환급 시기를 놓쳐 마지막 키는 회생법원으로 넘어갔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정부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외면당했다.

오랜 기간 쌍용차에 몸담고 있었다고 밝힌 A씨는 “처음 맞는 인수·합병 절차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인수 여부 및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며 갖는 부담감은 적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은 반복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후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동안 뉴스는 끊이지 않았으나, 정작 쌍용차 내부의 동요는 크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급여 동결 및 성과급 반납에 이어 부품 대금 지연 우려로 추가적인 부품을 제공하지 않고 있던 부품협력사들에 대한 격려에 나섰다.

그렇게 3개월의 시간이 흘러 쌍용차는 ‘뼈를 깎는 심경’으로 3000여명이 넘는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노조는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찬반 투표 진행에 나섰다. 

주·야 2교대 체제서 ‘1교대로’ 절반 무급휴직  

쌍용차 관계자는 “그간 주·야간으로 두 개 라인을 운영했으나, 요구되는 물량에 맞춰서 1개 라인으로만 운영하겠다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했다”며 “구조조정 방향을 무급휴직에 맞췄다”고 말했다. 

즉 인원 감축이 아닌 근무 시간에 대한 감축이다. 십시일반해서 모두 남되 서로의 근무 시간을 단축시키자는 안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쌍용차의 자구책에 대해 ‘구조조정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있으나 반대 입장에서는 ‘이는 쌍용차의 과거 아픔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지적한다.

2009년 무려 1000여명에 이르는 대량 해고 사태의 아픔을 딛고 10여년이 흐른 지난해 5월 전원 복직에 성공했다. 다시 내보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구조조정의 형태가 겉으로 보이는 근로자 감원은 없어도, 2라인 가운데 1개 라인이 사라지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라는 설명이다. 전체 인력 절반 이상이 최대 2년간 무급휴직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쌍용차 노조는 조합원들의 적극 참여를 권고하고 나섰다. 담화문을 통해 “자구안은 전체 조합원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완전 고용 방안”이라며 “현실을 직시하고 헤쳐 나가야 한다”고 노조원들에게 절박한 심경을 전했다. 

근무자 A씨는 “더는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없어, 주야 생산 업무를 반 토막내면서라도 무급휴직을 받아들여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안다”며 “뼈를 깎는 자구안을 통한 개선의 여지를 내보여야 투자자들이 인수 의향을 드러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쌍용차는 마지막 해고자 35명이 10년 만에 다시 출근하면서 2009년 악몽 같았던 대량해고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1년여를 넘긴 지금 다시 한 번 기로에 놓이게 됐다. 노조가 자구안으로 내놓은 2년간 무급휴직에 대한 조합원들의 투표 결과는 이르면 8일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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