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소유자 “유류세 인하 차등 적용해야”
국제유가 경유 2008년 이후 최대 수치 상승

[팩트요약]
하룻밤 사이에 눈에 띄게 오르는 국제유가가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휘발유, 경유 등을 중심으로 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도 작용하며 국내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20% 유류세 인하를 결정했고 현재까지 유류세 인하를 이어오며,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도모했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지난달을 기점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큰 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했고, 국제유가 상승과 국내외의 우려 속에 정부는 5월부터 유류세 30% 인하에 나설 예정이다.
추가적인 유류세 인하가 결정됐으나, 일부 주유소를 중심으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는 등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서민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모든 유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유류세 인하 정책이 경유와 LPG에 불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일요서울이 사실 검증에 나섰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경유 가격이 사상 최대로 오르면서,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이 경유차 소유자들에게 불리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창환 기자]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경유 가격이 사상 최대로 오르면서,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이 경유차 소유자들에게 불리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창환 기자]

[검증내용]

한국석유공사의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월3일 기준 배럴당 90.34달러(약 11만1100원)에 불과하던 국제유가 경유 가격이, 지난 4월14일 기준 배럴당 156.17달러(약 19만21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불과 100일 만에 72.8%가 넘게 상승한 가격이다. 국제유가 경유 기준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으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초래됐던 시기 이후 최대 상승 수치로, 최근 10년 내 역대 최고 가격이다. 

휘발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월3일 기준 배럴당 90.64달러(약 11만1500원)에 이르던 휘발유는 지난 4월14일 기준으로 배럴당 126.37달러(약15만5400원)를 기록했다. 이는 약 40% 상승한 가격으로 2012년 유럽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치다. 

국내 정책 상 경유는 트럭과 버스를 비롯해 선박 등에 이르기까지 산업 용도로의 소비가 크기 때문에 휘발유 대비 더 큰 세제 혜택을 입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세제 혜택에도 불구하고 국제 경유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국내 주유소 일반 판매 가격이 휘발유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올랐다. 

경유차를 운행하는 차주들은 정부가 결정한 유류세 인하가 불만스럽다. 경유차 구입 시 휘발유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유를 염두에 두고 차량을 구매 했는데, 휘발유 대비 작은 세금이 부과되는 경유는 국제유가 상승 속에 정부가 내놓은 정률(定率) 인하를 적용하면 하락 폭이 작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평균 1970.75원을 나타내고 있다. 경유 가격은 리터당 평균 1899.12원으로 약 71원 차이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경유차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경유차에 설치된 배기가스저감장치(SCR)에 요소수도 추가로 넣어야 한다. 지난해 발생한 중국發 요소수사태의 여파로 가격이 아직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이 휘발유에 비해 경유차에 불리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됐다. LPG 차량 소유자 역시 기존에 세제 혜택을 통해 상대적으로 작은 세금이 부과되는 만큼, 이번 유류세 인하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아 볼 멘 소리를 한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원래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차이가 약 200원 가량 (통상적으로) 있었는데 경유 가격이 많이 인상되면서 가격 차이가 좁혀졌다”며 “정률로 하다 보니 차이가 줄어든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을 언론 등을 통해 들은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원래 국내의 휘발유, 경유 가격도 국제유가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라며 “최근에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차이가 줄어든 것은 일부 정률로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일부 줄어들기도 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당연히 국제 유가 경유가격이 워낙 많이 뛰어서다”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사태發 국제유가 급등…휘발유·경유 2000원까지 끌어올려
정부 유류세 30% 인하책 ‘언발 오줌누기’…경유차 소유자 불만 증폭

기재부 등 정부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때문에 러시아에서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들어가지 못하면서 반사적으로 경유 수요가 대폭 늘어났다. 이에 국제유가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유 가격이 많이 오르게 됐다. 이런 이유 등으로 국내 경유 가격도 급등했으나, 지난 5일 정부는 유류세 30% 인하를 휘발유와 경유 등에 동등하게 적용한다고 밝혔다.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 측은 “5월부터 적용하는 유류세 정책은 유가보조금을 받는 화물 차량 등에 대해서는 추가로 유가 연동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보완할 예정”이라면서도 “(유류세 인하 폭 차등 적용 등)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경유차 소유자가 평소에 휘발유보다 더 큰 세제 혜택을 입고 있을 때는 이득이라고 하지 않으면서, 유류세 정률 인하로 손해를 본다고 한다면 어떤 것이 공정하고 형평성에 맞다고 할 수 있겠나”라며 “현재 유종 간 가격 차이가 줄어든 것은 국제유가에 의한 것이므로 한시적인 유류세 인하를 차량 구매 시의 요건과 접목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조금 다른 의견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취재진에게 “유럽에서 경유를 많이 소비하는데 러시아 루트가 막히다보니 부족 현상에 의해 국제유가 경유가 올랐다”라며 “정부는 동일한 유류세 인하 정책을 적용한다고 하지만 복잡한 유류세 내용을 따져보면 최근 경유의 혜택이 줄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에서 약 1년 반 전에 장기적으로 경유 값을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현재 휘발유와 경유의 간격이 줄어드는 이유가 단지 유가만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회가 되면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힌 정부의 발표대로, 국제유가 상승에 스며들어서 함께 올라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내 등록된 약 2600만 대 가운데 약 950만 대에 이르는 차량이 경유 차량이다. 경유차가 환경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되는데다 요소수 문제 등이 겹치면서 경유차 퇴출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 다만 LPG는 휘발유 대비 오염물질 총량 기준 친환경 차량에 가깝다. 경유, 휘발유, LPG 순으로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시키므로 휘발유나 경유 등의 순수 내연 기관 차량은 이제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경유차 소유자가 휘발유차에 비해 불리한가’에 대한 질의에 “유류 가격이 오르고 요소수 투입도 불편하므로 경유차의 이점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국내에서 세단은 경유가 거의 단종됐고, 남아있는 수입차도 경유차 생산을 줄이고 있다”라며 “정부는 경유차를 줄이고 구매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오염원이니까”라고 말했다.

[검증방법]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 인터뷰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인터뷰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유가 정보

[검증결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유가 기준 휘발유 가격 대비 경유 가격이 23% 넘게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 경유 기준 2008년 이후 최대 폭의 상승이다. 정부가 5월부터 적용하기로 한 30% 유류세 인하를 유종 간 차등 없이 정률로 적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 기재부는 당장 가격 폭은 줄었으나, 그간 세제 혜택을 입어온 경유차의 손해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 LPG 차량은 기존 혜택이 큰 만큼 유류세 인하가 휘발유 차량 대비 불리하지 않다.

다만 김필수 교수 등의 설명대로, 정부가 지난해 향후 환경오염원이 되는 경유차의 세제 혜택을 줄여갈 것이라고 발표한 것에 비춰볼 때, 이번 유류세 정률 인하로 휘발유 대비 불리하다는 주장이 ‘일부는 사실’로 인정된다. 다만 향후 친환경 차량 중심의 정부 정책이 확대되면 경유차 등 환경오염물질 배출 차량은 운행이 더욱 불리해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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