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 회복되는데…경유 차주는 ‘울상’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어느 정도 완화되면서 휘발유는 올 초 가격을 회복했지만, 경유는 아직 올 초 대비 20~30%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어느 정도 완화되면서 휘발유는 올 초 가격을 회복했지만, 경유는 아직 올 초 대비 20~30%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글로벌 경제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유가가 요동을 치면서 휘발유와 경유 모두 지난 1월 대비 40~50% 수준의 상승세를 보인 바 있지만 최근 휘발유 가격은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다만 경유 가격은 지속적인 급등세 이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긴 했으나, 여전히 예년 대비 20~30%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디젤 엔진 차량을 보유한 차주들이 울상이다. 특히 정부가 휘발유에 높게 책정하던 세금을 낮춰주면서 경유와의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났고, 일선 주유소에서는 휘발유와 경유 간의 가격 격차가 더 커지는 모양새다. 

국제유가 ‘휘발유’ 가격 1월 수준으로 하락… 주유소 ‘휘발유’ 역시 원상회복
정부 친환경 정책, ‘디젤’ 차량 혜택 줄어… ‘혹시’ 세금 더 오를까 노심초사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1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 유류세 최대 폭 인하를 시행해 왔다. 이와 관련 산업부 석유산업과는 “경유는 러시아산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경유 수입이 對러시아 제재로 인해 일부 제한됨에 따라, 국제 경유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라며 “당분간 휘발유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반면 휘발유 관련해서는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도 유류세 추가인하 및 석유제품 가격 하락분이 함께 반영돼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다”며 국제유가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산업부의 발표대로 산유국 가운데 경유 생산 및 판매의 러시아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 9개월째 이어지면서 러시아의 경유 생산도 쉽지 않은데다 전 세계가 러시아 제재까지 나서면서 국제유가 기준 경유 가격은 더욱 영향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경제 위기가 지속되던 시기인 지난 1월 첫주에도 경유는 배럴당 91~92달러를 유지했다. 하지만 1월 중순을 지나가면서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했고, 3월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전쟁 물자로 경유가 쓰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産 경유 비중이 20%에 달했던 유럽에서는 러시아發 경유가 수입되지 못하면서 내부적으로 경유 부족에 시달렸다. 이 파장은 유럽을 넘어 전 세계까지 이르렀고 국제유가 상승을 불러냈다. 러시아로부터 경유 수입에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유럽연합은 대놓고 러시아 제재에 전격 참여를 결정하는 동시에 러시아가 아닌 다른 산유국으로의 비중 확대에도 나섰다.  

경유차 보유하면 손해? 중고차 팔기도 쉽지 않아

문제는 이로 인해 전 세계적인 경유 부족 사태가 이어지며, 재고량 소진에 따른 경유의 고가 행진이 지속되는 데 있다. 국내에서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급등으로 정부가 유류세 인하 정책을 내걸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인하 폭까지 확대했으나 역부족이다. 

국제유가 휘발유의 경우 지난 1월 첫째 주 가격대인 배럴당 92달러 선까지 돌아왔고, 尹 정부에서 지속 유류세 인하정책을 쓰면서 지난 10월28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61원을 나타냈다. 서울 기준으로는 리터당 평균 1732원에 이르러, 예년과 큰 차이 없는 가격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경유는 여전히 전국 평균 리터당 1864원을 보였고, 서울에서는 평균 리터당 1926원을 나타냈다. 이런 경유 고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국제유가 경유가 여전히 배럴당 137~138달러를 유지하고 있는 데 이유가 있다. 아울러 정부가 경유차를 감소시키고 친환경 차량을 확대시키고자 하는 정책적인 이유도 한 몫 한다. 

기존에 산업 성장 등을 이유로 디젤 엔진차량이 대부분인 산업용 상용차에 지원되던 유류세 감면 혜택이 모든 경유차까지 포함돼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휘발유 대비 경유 자체에 세금이 낮게 책정돼 있었다. 즉 휘발유 위주로 책정된 유류세가 고유가 상황에서 정부의 세금 인하 결정으로, 경유에 비해 오히려 수혜를 입게 된 것.

여기에다 환경오염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경유차는 정부의 친환경 관련 규제가 확대되면서 완성차업체들이 생산 축소 및 단종까지 하게 되는 품목으로 전락하게 됐다. 조기폐차 지원금까지 시행하면서 경유차 줄이기에 나선 정부의 의지는 지난 정부부터 지속 이어져오고 있다. 

휘발유 가격 회복, 경유 가격 여전히 높아

유류 가격은 높은데다 정책적으로 수혜를 받지도 못하게 내몰린 경유차 차주들은 차를 계속 보유하고 있기도, 그렇다고 팔기도 힘든 상황이다. 높은 경유 가격으로 디젤 차량의 중고차 시장 가격이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중고차 가격이 예년 평균을 상회하는 분위기지만, 4등급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책을 내놓은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이어갈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와 관련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의 경유 수입 루트인 러시아가 막히면서 경유 가격이 상승했다”라면서도 “정부가 정책적으로 경유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취재진에게 “유류세 인하 정책이 휘발유와 경유에 동일하게 적용된 듯 하지만 복잡한 유류세 인하 등의 내용을 살펴보면 경유 관련 혜택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지난 정부에서 2020년부터 장기적인 경유 값 인상안을 발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과 더불어 국제유가 상승 이후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이 역전됐다. 이후 유류세 인하 및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휘발유 가격은 예년 평균 가격에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경유 가격은 지속 고가격이 유지되는 이유가 바로 “기회가 되면 가격을 올리겠다” 밝혔던 지난 정부의 계획대로 유지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 경유 가격이 고가격을 이어가는 동안 국내 주유소의 경유 가격은 정부의 도움을 더 이상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산업용을 제외하고 승용차 중 경유차 비중이 40%를 넘는 것을 고려할 때 약 절반에 가까운 차주들의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대형 디젤 SUV를 보유하고 있는 A씨는 취재진에게 “국제유가가 급등하기 전에 당시 기준으로 가격이 낮은 경유를 고려해 디젤 엔진 차량을 패밀리카로 구입했다”라면서 “지금은 중고로 되팔기엔 아깝고 연료비가 높아 맘껏 타고 다닐 수도 없는데, 이후 정부가 친환경 관련 규제나 환경세 명목으로 세금을 오히려 더 내놓으라고 하지나 않을지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창환 기자]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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