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여론조사 분석…민심은 누구 편에?

좌측부터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뉴시스]
좌측부터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뉴시스]

- 설 직전 李 38.1% vs 尹 43.5%…尹 우세 이어지던 상황
- 설 막날 李 40.4% vs 尹 38.5%…직전 조사 대비 李은 ↑·尹은 ↓
- 대체로 오차 범위 내 여야 양강 구도…安은 하락세·沈은 정체기
- 尹 정체·李 소폭 상승 양상…與 쇄신·여야 토론회 공방 등 영향 분석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설 명절을 지나면서, 여야의 박빙 대결 구도가 더욱 공고해 지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올라가는 흐름이 엿보이는 가운데, 한동안 지지율 상승이 이어지며 우세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다소 상승세가 둔화된 모습이다. 굳어져 가는 양강 구도 속에서, 한때 가파른 상승 효과를 누리며 20%를 넘봤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다시 10%대 아래로 내려가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별다른 이변 없이 2-3%대의 저조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설을 맞이해 민심 탐방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어 모아야 했을 시기임에도, 각 당은 대선후보 토론 개최 여부를 놓고 충돌을 반복하는 일로 긴 연휴 기간을 소비하면서 유의미한 지지율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지난달 말부터 2일까지 이어진 설 연휴 기간 동안, 윤석열 후보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기존의 흐름이 변화하며 여야는 다시 박빙 구도 속으로 빠져들었다.

여야가 지난달 31일로 TV 양자토론을 예정한 이후, 4당은 토론 형식과 성사 여부 등을 두고 내내 갈등을 이어갔다. 

여야 양당 후보의 토론에 참여할 수 없는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강하게 반발했다. 윤석열 후보가 지지율을 회복하며 상승세가 꺾인 안철수 후보가 특히나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며 토론 참석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었다. 지지부진한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심상정 후보 역시 양자토론에 반감을 드러냈다. 안 후보와 심 후보는 법원에 양자토론의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낸 데 이어 국회 앞에서 철야농성까지 진행하며 저지에 나섰다.

여야 사이에서도 파열음이 일었다. 설 직전까지 이어지는 상승세 속에서 여러 공약들을 발표하며 구도를 유지하려던 윤석열 후보는 양자토론을 통해 우세한 입지를 굳힌다는 구상이었다. 지지율 정체를 겪던 이재명 후보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은 설 직전까지 당내 쇄신 움직임과 이낙연 전 대표와 이 후보의 ‘원팀’ 합동 유세, ‘매타버스’ 지역 순회 일정 등을 총동원해 가며 박스권 지지율 돌파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방송 토론에 큰 무게를 둔 양당은 연휴 기간 동안 토론 방식을 놓고 기싸움을 벌였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실무진 협의에서부터 토론 주제와 시간 제한, 자료 지참 여부 등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혔고, 결국 협상이 결렬되며 양자토론은 무산됐다.

토론을 개최하기로 한 31일 당일까지도 공방이 이어지면서, 양당은 온종일 다툼을 벌이는 모습만을 보여준 채 결국 토론을 성사시키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타난 구도 변화 움직임에, 토론회를 둘러싼 각 당 간 갈등과 법원 판단 이후에도 양자토론을 고집했던 국민의힘 측 태도가 여론의 흐름에 반영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좌측)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우측).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좌측)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우측). [뉴시스]

‘尹 우세’에서 ‘박빙 구도’로…위기 속 결집한 여권 세력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29일 하루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43.5%,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38.1%로 나타나며 윤 후보가 이 후보를 5.4%차로 앞서는 결과가 노출됐다. 안철수 후보는 7.8%로 두 자릿수에서 내려앉은 수치를 보였고, 심상정 후보는 2.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18세-20대‧30대‧60대 이상에서 윤 후보가, 40대‧50대에서 이 후보가 앞서는 양상이었고, 지역별로는에서 서울과 충청권, TK, PK, 강원‧제주 지역에서 윤 후보가, 경기‧인천 지역과 호남에서 이 후보가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명절 막바지에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역전된 조사 결과가 나타났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40.4%, 윤석열 후보가 38.5%의 지지율을 보이며 두 후보가 1.9% 차로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결과가 나왔다. 

안철수 후보는 8.2%의 지지율을, 심상정 후보는 3.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밖에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가 2.1%,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가 0.7%,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가 0.5%의 지지율을 보였고,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이 4.7%, ‘잘 모름·무응답’이 0.9%, ‘기타 후보’가 0.6%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윤 후보는 20대와 60대 이상에서, 이 후보는 30대‧40대‧50대에서 우위를 보였다. 18~29세에서 윤 후보는 37.2%의 지지율로 31.2%의 지지율을 보인 이 후보를 앞질렀다. 30대에서는 이 후보가 43.1%, 윤 후보가 34.7%로, 40대에서는 이 후보가 50.5%, 윤 후보가 30.1%로 이 후보가 앞섰다. 50대에서는 이 후보가 49.3%로 31.8%의 지지율을 받은 윤 후보를 제쳤고, 60대 이상에서는 윤 후보가 50.9%의 지지율을 얻으며 32.1%를 기록한 이 후보를 눌렀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윤 후보와 이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 드러났다. 서울에서는 윤 후보가 42.6%, 이 후보가 39.3%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윤 후보가 소폭 앞섰고, 경기·인천 지역에서는 이 후보가 40.7%, 윤 후보가 37.1%의 지지율을 보이며 이 후보가 약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 지역세는 다소 약화된 모습이었다. 이 후보가 호남·충청·제주에서, 윤 후보가 TK·PK·강원 지역에서 우세를 보인 가운데, 이 후보는 진보의 험지로 꼽히는 대구·경북에서 34.8%의 지지율을, 윤 후보는 보스의 험지인 호남 지역에서 18.1%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비교적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같은 조사 기관의 직전 조사와 비교해 이 후보는 38.5%에서 1.9% 상승한 결과를 받아들었고, 윤 후보는 40.2%에서 1.7%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 후보가 약간의 반등을 보인 반면, 윤 후보의 상승세가 둔화되며 지지율이 소폭 하락한 모습이었다. 

한편 안철수 후보는 지난 조사에서 나타난 10%에서 1.8% 하락하며 한 자릿수 지지율로 돌아섰고, 심상정 후보는 지난 조사의 2.3%에서 1% 상승한 결과를 얻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까.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지난 3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 후보가 상승세, 윤 후보가 정체기를 보이는 현상에 대해 송영길 대표의 불출마 선언과 7인회의 후퇴 등 민주당 내 쇄신 선언,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호작용, TV토론 방송금지 여파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안 후보와 윤 후보 지지율이 제로섬 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하면서 법원에서 안 후보의 TV 양자토론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것도 윤 후보가 약세를 보이게 된 원인으로 짚었다. 

그러면서 “한때는 특정 여론조사 기관에서 윤석열 후보가 오차 범위를 넘는 수준으로 앞섰는데, 지금은 전화면접이나 자동응답방식이나 오차범위 내에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각 당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을 내놓는 데 대해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오차범위 내 박빙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승기를 잡으려면 밴드웨건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 우리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두 진영 모두 박스권에 갇혀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같은 날 인터뷰에서 “설 연휴 들어가기 직전에는 윤 후보의 상승세가 확인되고, 연휴에 들어오면서 그 폭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재명 후보는 조금 올라오고 윤 후보가 조금 빠진 추세가 여러 여론조사 기관에서 보이는 현상”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오차 범위 이내에서도 하단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3% 포인트 안팎이라면 판단유보 구간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여론조사는 오차범위라는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룰이자 과학적 데이터가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그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한 요인으로 민주당의 당내 쇄신 움직임이 중도층에 소구점을 가졌을 가능성을 짚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이 후보, 안 후보 모두 자신들의 전고점을 세게 뚫고 나가지는 못하고 있고 윤석열 후보는 상향 터치하려는 손짓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깨지는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은 “중도층의 확장 여부보다도 이재명 후보의 지지층이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지지층 내에서도 위기의식이 있는 것이고, 더 결집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도층 확장도 확장이지만, 주로 진보층 40대‧화이트칼라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의 결집 성격이 더 강하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 기사 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여론조사결과 등록현황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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