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형식 두고 4당 입장차…공방 끝에 양자토론은 무산
별도 일정 없이 토론회 ‘집중’하는 후보들…與野는 전날부터 일정 축소

 

좌측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뉴시스]
좌측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여러 논란 끝에 성사된 대선후보들 간 4자 토론회가 오늘(3일) 개최된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치러지는 첫 대선후보 다자토론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각 후보들은 다른 유세 활동을 줄여 가며 토론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각 당은 토론회를 앞두고 수차례 갈등을 빚어 왔다. 줄곧 토론 참여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토론을 수용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한 이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방송사 측이 제안한 토론회의 ‘회피 여부’를 두고 한 차례 공방을 벌인 바 있다.

논쟁 끝에 양당이 양자토론을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에 이르렀으나, 이번에는 제3지대 정당들이 들고 일어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여야의 TV 양자토론에 대해 방송금지가처분신청까지 냈고, 여야가 방송사를 피해 토론을 진행할 의사를 내비치자 국회 앞에서 철야농성까지 강행하며 저지에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이런 반대 움직임에 동참했다. 

안 후보와 심 후보 측 요청이 법원에서 인용되어 방송토론이 불발된 이후, 여야는 유튜브 등의 송출을 통해서라도 토론을 진행하려 협의를 벌였으나 자료 지참 여부 등을 두고 다투다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토론이 성사된 만큼, 대선 후보들은 모두 당일에 별도 일정을 잡지 않고 토론회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여야 후보들은 활발하게 펼쳐 오던 유세 활동까지 중단하고 일정을 대폭 축소해 토론 준비에 힘쓰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날인 2일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와의 토론을 통해 ‘예행연습’을 거쳤다. 지난달까지도 ‘매타버스’로 전국을 순회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던 이 후보는 토론 당일은 물론 전날에도 김 후보와의 토론 외에는 별다른 일정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번 토론을 통해 ‘준비된 대통령 후보로서의 모습’을 어필한다는 계획이다.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토론회에서) 누가 더 일 잘할 후보인지, 누가 더 잘 정책적으로 준비된 후보인지를 보여주겠다는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정책 역량과 경륜으로 준비된 대통령 후보로서의 이재명을 보여주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비서 갑질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민주당은 상대 후보들이 토론에서 이 지점을 파고들 것에도 대비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전날부터 일정을 모두 비우고 토론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토론을 통해 여러 차례 실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윤 후보의 ‘망언’ 이미지를 만회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여진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오던 양자토론이 무산된 만큼, 국민의힘은 이번 토론회에서 그간 준비해 왔던 것들을 효율적으로 내보이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4자 토론은 양자토론보다는 겉핥기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주제를 깊이 파고들지는 못하더라도, 수권 능력이 있는 국가 지도자로서의 정책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짧은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황상무 TV토론 준비단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의 강점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주제로 외교‧안보 분야를 꼽았다. 그는 “상대 진영에서 전쟁광 등의 이야기를 꺼내는 만큼, (토론에서) 외교‧안보 분야에서 부딪히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연일 미사일 실험을 하는 와중에도 방어 무기 도입까지 문제삼는 것을 비판하면서 차별점을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최근 정체 국면에 들어선 지지율 상승세를 되살리고 ‘3강 구도’를 굳히기 위해 이번 토론회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윤 후보의 약진으로 여야 양강 구도가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토론은 대선 국면에서의 구도 변화를 이끌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3%대를 이어가는 미약한 지지율의 흐름을 바꾸려 이번 토론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는 토론에서 여야 후보들에 대한 공세를 펼치며 ‘차별화’된 모습으로 반등의 기회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첫 4자 TV토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각기 다른 셈법으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번 토론회가 후보들의 지지율에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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