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관리·감독 제기능하고 있나… 변호사 보수 규정 무시?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의 손해배상 국가소송에 2심에 선임된 변호인들의 자문료를 보훈부 산하 월남전참전자회가 지급 한 것과 관련해 보훈부의 관리·감독 기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법무부에게 자문료 언급 없이 변호인만 소개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창환 기자]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의 손해배상 국가소송에 2심에 선임된 변호인들의 자문료를 보훈부 산하 월남전참전자회가 지급 한 것과 관련해 보훈부의 관리·감독 기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법무부에게 자문료 언급 없이 변호인만 소개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국가소송의 경우, 대부분은 법무부 소속 직원 및 검사, 공익법무관 등이 대한민국의 수행자로서 소송에 임하도록 돼 있다. 다만 소송 내용에 따라 해당 사안의 관계 부처 직원들이 함께 대응에 나설 수는 있다. 이런 관점에서 베트남전 당시 우리 국군의 학살 피해를 주장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에는 법무부와 함께, 당시 파견 국군을 통제, 지원, 관리했던 국방부가 함께 소송에 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변호인 선임과정에서 국가보훈부 산하 단체가 비용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송 당사자도 아닌 해당 단체가 변호사 자문료로 각 2200만 원씩 총 6600만 원을 지급했다고 밝히고 있어서다. 

월남전참전자회, “회원 성금, 국가소송 종결 시까지 사용할 것”
국가소송 소송대리인 3명에게 각각 자문료 2200만 원씩 전달?

월남전참전자회는 국가보훈부 산하의 공법단체다. 정부기관이나 부처 소속 기관이 아니다. 이에 어떤 국가소송에도 관여할 의무나 권리가 없다. 국가소송 참여 자격이 없는 참전자회가 베트남전 학살피해를 주장하는 손해배상 소송에 어떻게 얽히게 됐을까.

참전자회에 소속된 A씨는 “우리 국군도 무려 10여 년간 월남전에 참전했고, 파병 과정에서 고엽제 피해를 비롯해 죽거나 다친 사람도 많았다”라며 회상했다. 말 그대로, 참전자회는 베트남전쟁에 파견돼 참전했던 이를 회원으로 한다. 

A씨는 “목숨 걸고 파병을 다녀온 우리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이 1심에서 져버리니, 남의 일 같지 않더라”라면서도 “그렇다고 우리가 직접 나설 수는 없는 일이기에, 참전자회가 변호인 선임을 지원하겠다고 해서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가소송 1심에서 대한민국이 패소하자, 법무부와 국방부는 곧장 항소를 준비하게 되는데 이 때 참전자회가 변호인 선임을 지원하겠다며 나섰다. 지난해 3월 법무부는 항소를 결정했고, 참전자회는 이때부터 자체적인 모금을 진행했다. 

참전자회의 모금 목적은 ‘국가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변호인 선임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참전자회는 18만 명 생존 회원들로부터 ‘변호인 선임비용’ 명목으로 모금을 시작했고, 이렇게 모인 돈이 약 2억 원.

수임은 법무부가 했는데 참전자회가 자문료 지급?

하지만 법무부에 따르면 국가소송에는 외부 민간단체가 참여할 수도, 지원할 수도 없다. 이미 모금에 참여했던 회원들은 이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고, 강정애 보훈부 장관과 이화종 월남전참전자회회장 앞으로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를 요약하면 ‘베트남전 학살 피해’를 주장하는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64세) 씨의 소송 피고는 대한민국 정부와, 대한민국 수행자인 법무부와 국방부가 나서서 법적 대응을 하고 있는데, 외부 민간 변호인 3명 선임 과정에서 보훈부 산하 참전자회가 변호인 비용을 지불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을 규명해 달라는 것. 

내용증명에 대해 강 장관은 “참전자회의 의혹에 대해 (참전자회가) 직접 밝힐 것을 지시했다”고 회신했다. 또 이 회장 측은 “언제든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내용증명을 보냈던 전직 참전자회 간부 B씨가 지난달 22일 서울시 강서구 월남전참전자회 중앙회를 직접 찾아 갔다. 중앙회 소속 관계자는 A씨에게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으니, 오시라”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B씨가 참전자회 중앙회를 찾아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가소송 소송대리인단에 참여하게 된 3인의 변호인에 대해 참전자회가 각각 2200만 원씩 총 6600만 원의 자문료를 지급했다. 하지만 참전자회가 소송 당사자도 아닌 상황에서 이들에게 자문료를 지급한 데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법무부는 정해진 수임료 외에 큰 비용은 지급할 수 없고, 민간단체와는 변호인 선임에 대한 논의는커녕 의견도 청취한 바 없다는 입장. 다만 법무부는 “보훈부가 국가소송에 참여하고 싶어한다는 변호인이 있다며 소개를 해준 바 있다”라면서 “내부 규정에 의거해 심사하고 절차에 맞춰 선임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보훈부 관리·감독 기능 마비, 자문료 지급 기준 알까?

다만 지난해 7월 참전자회가 ‘국가소송 소송대리인 지정 여부 확인 절차 진행 중’이라고 업무 보고를 올린 바 있다. 3곳의 소속 변호인과 자문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이다. 더욱이 참전자회가 업무보고를 했던 같은 시기 실제로 대한민국의 소송대리인으로 3명이 선임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법무부의 변호인 수임료가 민간 소송 대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참전자회가 자문료를 지급했을 가능성도 보고 있다. 국가소송이라 하더라도 외부 변호인 선임이 불가한 것은 아니다. 다만 국가소송은 변호사 보수 규정을 반드시 따르기 때문에 민간소송 대비 수임료가 상대적으로 낮다. 

응우옌 티탄의 3000만 원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 ‘변호사 보수 규정 제 3조(민사본안사건의 보수기준액) 1조2항에 해당해 500만 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자문료 규정도 있다. 다만 소송의 수행을 위해 전문적 자문이 필요한 경우 제9조(소송을 위한 자문료)에 따라 자문 1건당 300만 원 범위 내에서 산정해 지급할 수 있다. 

참전자회의 변호인 각 1인에 대한 2200만 원 자문료 기준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 법무부가 책임지고 있는 국가소송에 선임된 변호인으로부터 자문을 받아야 하는 쪽은 참전자회가 아닌 법무부다.

결국 보훈부의 관리·감독 기능에 의문이 제기된다. 보훈부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참전자회 회비 모금액이 국가소송 변호인 수임 또든 자문료 명목으로 지출된 것으로 확인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변호사 보수 규정을 확인하면, 누구라도 ‘변호사를 수임한 자가 자문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B씨 등 참전자회 전임 간부 및 일부 회원은 “정상적으로 지급이 됐다는 가정 하에 남은 비용이라도 회원들에게 돌려주길 바란다”라고 요청하지만, 이 회장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라면서 “소송비용을 위해 조성된 회원들의 성금은 재판이 종결될 때까지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잔금처리문제는 재판종결 이후에 결정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법무부도 모르는 재판 지원비용. 재판이 종결될 때까지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참전자회의 답변대로라면, 과연 누구를 위한 어떤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것일까. 지난 4월부터 감사를 이어가고 있는 보훈부의 감사결과에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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