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리스크에 野 군웅할거 임박...3金, 친문·비명 포섭하며 대권행보

김경수 전 경남지사(좌), 김부겸 전 총리(우) [뉴시스]
김경수 전 경남지사(좌), 김부겸 전 총리(우)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18 전당대회에서 역대급 득표율을 얻으며 일극체제를 굳힌 가운데, 야권 잠룡들이 민주당 비주류인 비명(비이재명)계의 새 구심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위 3김(金)으로 불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총리 등이다. 이들은 차기 대권이라는 트로피를 향해 제각각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친문(친문재인)계를 품으며 진영 내 기반을 닦고 있고, 김부겸 전 총리는 민주당이 친명 일변도로 흘러가는 상황을 비판하며 대외활동 재개에 나섰다. 영국 유학 중인 김경수 전 지사는 지난 8.15 광복절 특사를 기해 피선거권을 회복한 만큼, 정중동 행보 속 차기대권 구상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 잠룡들의 이러한 기지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다가오는 10월 1심 선고를 앞둔 상황과 맞물리면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사법리스크 고조로 ‘이재명 일극체제’에 균열이 일 경우를 대비한 사전 몸풀기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 대표의 연임으로 일극체제를 굳힌 민주당의 내부 균열이 점쳐지고 있다. 이르면 10월 초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1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는 이 대표가 민주당에서 집권한 전후로 꾸준히 거론돼 온 당 차원의 뇌관이자 시한폭탄이다. 현 야권 진영의 0순위 대권자산이자 정권교체 기수로 지목되는 이 대표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게 되면 민주당과 범야권에서는 적잖은 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 재판이 2심, 대법원 상고심까지 늘어질 것을 감안하면 당장 1심 유죄 판결로 당장 이재명 지도체제가 물리적 공백을 겪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이로 인해 당 리더십에 대한 회의감이나 불안감이 증폭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민주당에 잠재된 위기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재명 체제에 회의적이거나 반감을 품은 세력을 중심으로 당 내부 역학을 흔들기 위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난 21대 국회 때부터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비명계를 중심으로 ‘포스트 이재명’을 물색해야 한다는 ‘리더십 대체론’이 분출할 수 있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최근 화두에 오르자, 비명계 잠룡으로 불리는 야권 유력 인사들이 몸풀기를 시작한 것이 그 복선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야권 한 관계자는 본지에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1심 유죄 판결로 현실화하게 되면 분명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도자급 인사의 추락과 그에 따른 진영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 예견한 비명계가 일찌감치 음양으로 움직임을 시작한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 1심 결과가 나오는 10월은 민주당에게 혼돈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金, 이재명 사법리스크 예의주시하며 차기권력 노리나

이 대표 사법리스크 고조와 맞물려 야권 잠룡 중 최근 가장 두각을 나타낸 것은 김부겸 전 총리다. 김 전 총리는 최근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를 마다하지 않는 등 대외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서울 광화문에 싱크탱크 성격의 ‘생활정치연구소’ 운영을 위한 사무실까지 냈다. 

김 전 총리 측근 등에 따르면 그는 이달부터 이재명 일극체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막강한 군집체를 이룬 민주당의 현 상황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언론에서 적극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전 총리는 각종 강연을 통해 국내 정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자신의 정치철학을 설파하며 존재감을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리는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요직을 맡아 선거를 측면지원하다 선거 후에는 잠행을 이어왔다. 그러다 주변 인사들로부터 정치 재개를 권유받으며 지금의 스탠스에 이르게 됐다는 후문이다. 김 전 총리에 정통한 한 야권 인사는 “난맥이 끊이지 않았던 여의도 정치판에서 정도(正道)를 걸어온 김부겸 전 총리가 뒤틀린 정치판을 바로잡을 등불”이라 추켜세우며 “김부겸의 현실정치가 시작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내다봤다.

전해철 전 의원(좌), 김동연 경기지사(우) [뉴시스]
전해철 전 의원(좌), 김동연 경기지사(우) [뉴시스]

민주당 대권주자로 꾸준히 거론되는 김동연 경기지사의 최근 행보도 심상찮다. 지방정가에서는 그간 김 지사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등 굵직한 어젠다를 앞세워 ‘이재명의 경기도’에서 ‘김동연의 경기도’로 흔적지우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차기 대권 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것이다. 

또 그는 최근 제도권 정치현안과 관련해 부쩍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여야 쟁점인 금융투자소득세 유예·폐지 여부에 대해 유튜브 등 인디미디어에 출연해 소신을 밝히는 등 운신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아울러 김 지사는 ‘친문 핵심’ 전해철 전 의원을 경기도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위촉하며 비명계 포섭에 나선 모양새다. 친문 외에도 구 당권파인 친노(친노무현)계를 비롯해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보필했던 동교동계 출신들과도 스킨십을 확대하고 있다. 친명 일색인 현 민주당의 권력구도상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기 쉽지 않은 만큼, 원외에서 자신만의 세를 구축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 지사는 DJ 서거 15주기를 앞두고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와 밀착했으며, 지난달 3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기리는 자리에 참석해 특별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그는 ‘비운의 친문 적자’ 김경수 전 지사가 영국에서 잠시 귀국했을 당시에도 따로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김 전 지사의 경우 현재 영국에서 유학 중이지만 이르면 오는 11월에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귀국 후 차기 대권을 노린 물밑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지사는 지난달 15일 윤석열 정부의 복권 결정으로 피선거권이 회복됐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며 피선거권이 제한됐던 터라 정계복귀 가능성이 전면 차단됐으나, 이번 복권으로 차기 대권가도가 열리게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이자 친문 적자로도 불리는 그는 현재 이 대표의 잠정 대권 라이벌로도 가장 많이 언급된다. 복권이 결정됐을 당시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 재개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이런 가운데, 민주당 비명계도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우선 친문계 현역 의원들이 주축인 ‘민주주의 4.0’이 지난달 28일 자체 총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고, 지난 4.10 총선 공천에서 낙마한 박광온·박용진·송갑석·강병원·양기대·윤영찬 전 의원 등 10여명은 ‘초일회’라는 모임을 출범시키며 후일 도모에 나섰다. 이는 이재명 대표의 대체재로 지목되는 3김 멤버를 예의주시하며 이들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함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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