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발목 잡은 것은… ‘관리동’ 공동 사용 규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월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재판에 각각 출석하는 모습. [글=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월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재판에 각각 출석하는 모습. [글=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1988~1989년 노태우 정부는 집값 안정 및 주택난 해결을 위해 서울 근교에 1기 신도시 사업을 결정했다. 이때 만들어진 대표적인 신도시가 바로 경기 고양시의 일산과 성남시의 분당이다. 군포시의 산본, 부천시의 중동, 안양시의 평촌 등도 이에 속한다. 이 가운데 성남시 분당은 리모델링 사업 추진으로 논란 속에 있다. 통상 건축 30년에 이른 아파트가 재건축 계획에 나서는 것과 달리, 20년도 채우지 않았던 2010년부터 이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장 높은 가능성을 두고 추진 중인 시범 아파트가 LH에 의해 발목 잡히는 일이 발생했다.

LH 초과 이익 노렸나… 2개 대형 아파트 단지에 1개 관리동 설치
공동사용 관리동 해결 조건부 승인…주민동의·매도청구 모두 불가

2010년 이재명 시장 시절부터 추진해 온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주변 지자체의 관심을 집중시켜 왔다. 대표적인 예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초대 리모델링조합장을 맡았던 한솔5단지 아파트의 경우 2010년부터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13년째 제자리걸음. 은수미 시장이 비로소 조건부 승인을 냈지만, 조건 해소에 어려움이 따른다. 

한솔마을 5단지는 1994년 1기 신도시 계획과 함께 LH(토지주택공사)의 전신인 한국토지개발공사에 의해 준공됐다. 유동규 초대 조합장에 의해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됐고, 2010년 이재명 시장이 당선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시 기준 건축 연령은 16~17년에 불과할 때다. 수도권 소재 아파트 대부분이 건축 연령 30년에 이르러 겨우 재건축을 논의하는 것과 거리가 있다.

2023년 기준 13년이나 지났음에도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처음 사업 진행 당시 수직증축을 요청했으나, 반대 여론 및 소송 등에 이어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후 조합이 설계를 바꿔 변경 안을 제시하면서 2021년 2월 은수미 시장 시절 승인됐다. 하지만 조합장과 대의원 및 이사회 등이 대법원으로부터 ‘부적법’ 판결을 받아 승인 취소 주장까지 나왔으나, 성남시는 법적 자문을 거쳤다며 지속 추진하면서, 행정소송까지 당했다. 

은수미 당시 성남시장과 한솔5단지 리모델링주택조합의 조합장 및 주택과 관계자 등이 승인 결정 후 해당 단지를 돌아보고 있다. [이창환 기자, 사진=성남시]
은수미 당시 성남시장과 한솔5단지 리모델링주택조합의 조합장 및 주택과 관계자 등이 승인 결정 후 해당 단지를 돌아보고 있다. [이창환 기자, 사진=성남시]

은수미, 조건부 승인 내렸던 이유 있었다

이런 가운데 1994년 10월 준공된 한솔5단지 아파트의 관리동을 이듬해 준공된 한솔6단지 아파트가 공동 사용해 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은수미 시장이 당시 리모델링 사업을 조건부 승인을 내렸던 이유가 드러났다.

관리동은 통상 관리사무소, 노인정, 복지관, 어린이집 등이 들어서고 주민 편의 및 시설 관리와 복지를 돕는 용도로 쓰인다. 하지만 한솔5단지는 1995년 10월에 준공된 한솔6단지와 이를 공유하고 있다. 5, 6단지에서 노인정을 공동 사용하고, 관리사무소 직원은 2개 단지를 모두 관리한다.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 두 곳이 관리동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또 있을까.

취재진이 수도권 일부 아파트 단지를 찾아 사무실 공동 사용의 경우가 있는지 알아보았으나 당장은 찾지 못했다. 이와 관련 LH 측에 확인한 결과 역시 마찬가지. LH관계자는 지난 8일 취재진에게 “관리동 공동 사용은 아파트 규모가 작은 곳(100~200세대)에서 가능할 수도 있다”라면서도 “다만 1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답했다. 

한솔5단지는 1156세대, 한솔6단지는 1039세대에 이른다. 두 곳 모두 대규모 아파트 단지. 하지만 소규모 아파트라 할지라도 공동 사용이 쉽지만은 않다. 앞서 관계자는 “소규모 단지라도 복수의 아파트가 관리동 공동 사용을 위해서는 협약을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또 주민 동의 절차도 필요해 사실상 독립적인 아파트 단지의 관리동 공동 사용은 불가능해 보였다.

어떻게 한솔5, 6단지는 관리동을 공동사용하게 됐을까. 성남시 주택과 및 리모델링 관계 부서는 리모델링 사업 진행을 위해 문제 해소에 나서야 하지만 현재까지 LH 등으로 문제 확인에 나서거나 해결을 위한 노력이나 시도는 없었다. 특히 리모델링 사업 자체가 성남시 주관으로 진행되고 해당 단지는 시범단지로 성남시가 선정한 곳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홍보판. [이창환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홍보판. [이창환 기자]

한솔5단지 단독 진행 ‘불가능’ 반드시 조건 만족해야

그렇다면 한솔5단지가 단독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성남시가 밝힌 바 있다. 2021년 은수미 시장이 조건부 승인을 내린 직후, 성남시는 한솔5단지의 리모델링 승인에 이의를 제기한 한솔6단지 측에 “주민공동시설(관리동) 철거를 위해 6단지 동의 또는 매도청구를 통한 공용지분 취득을 전제로 승인했다”는 입장을 공문으로 전했다.

즉 한솔5단지가 단독 의사로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그렇다고 관리동을 빼고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성남시의 승인이 ‘관리동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하기 때문. 결국은 현재 관리동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한솔6단지의 의사가 중요하다.

성남시와 한솔5단지 조합 등이 고려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한솔6단지 주민 75%의 동의를 받는 것이지만, 이는 가능성이 낮다. 1039세대에 대한 설득도 문제지만, 6단지는 이미 5단지 리모델링 사업 승인을 재검토해달라고 성남시에 요청한 바 있다. 더불어 불과 2년 뒤면 건축 후 30년으로 리모델링 대비 융자 및 승인이 용이한 재건축이 가능해지는 6단지 입장에서 공유부분 리모델링을 동의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 외 법적인 해결 방법으로 매도청구 소송 진행이 높은 가능성을 두고 있지만, 넘어야할 산이 높다. 아파트의 관리동은 규약에서 공용부분으로 규정하고 있기에, 전유부분과 분리 처분이 쉽지 않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 및 제12조, 13조에 따라 구분소유자들의 지분에 따라 이를 공유하는데, 공유지분은 전유부분 처분에 따르며 전유부분과 분리 처분할 수 없다. 전유부분은 각 아파트의 개별 세대를 의미한다. 매도청구를 통한 분리 매각에 어떤 법적 걸림돌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앞서 1994년 한솔5단지 준공 이듬해 지어진 한솔6단지의 관리동 공동 사용을 두고 5단지 주민들은 당시 LH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5단지 주민은 보상금을 받았고, 1997년 6월17일 규약을 통해 관리동을 5, 6단지 공동으로 등기했다. 각각 1000세대가 넘는 5, 6단지는 나란히 있지만, 5단지 관리동을 마주보고 있는 것은 6단지 상가. 일각에서는 당시 LH가 초과 수익을 위해 6단지 관리동을 상가로 전환 분양해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결과적으로 성남시는 그간 공사는커녕 승인 조건을 마무리 짓지도 못한 한솔5단지를 비롯해 5~6개의 리모델링조합 구성과 민사상 법적 권한이 없는 조합장의 급여 등으로 기금 약 170억 원을 쏟아 부었다. 이는 지난해 7월1일 신상진 시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신상진 시장은 주택과의 리모델링 기금의 존속 기한 연장 안을 승인했다. 기금 사용 기한은 올해로 끝나지만 성남시는 2028년 12월까지 5년을 연장하는 ‘성남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입법예고’에 나섰다.

신상진 성남시장이 당선 직후 이재명 전 시장의 대장동 관련 의혹과 관련 과거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 등 산하기관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약속하던 모습. [이창환 기자]
신상진 성남시장이 당선 직후 이재명 전 시장의 대장동 관련 의혹과 관련 과거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 등 산하기관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약속하던 모습. [이창환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