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성남시는 대법원 판단 ‘부적법’ 무시하고 사업 방치하나

신상진 시장. [성남시]
신상진 시장. [성남시]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신상진 성남시장이 대법원으로부터 ‘부적법’ 판결을 받은 리모델링주택조합 사업 건에 대한 승인을 취소하지 않고 방치해 두면서 행정소송을 당했다. 앞서 이재명 시장 시절 인가받은 조합장이 은수미 시장 시절 사업 승인을 진행하면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어서다. 이를 두고 언론과 성남시 주민들로부터 이의 제기가 있었으나, 성남시와 이를 담당했던 주택과 등은 “행정소송으로 다퉈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운 바 있다. 결국 신 시장과 성남시는 행정소송을 자청한 꼴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신상진, 안전사고 우려 높은 아파트 증축 ‘취소’ 못하나
법원 ‘부적법’ 판결에도 리모델링조합 1000세대 눈치 보기?

성남시와 신상진 시장이 대법원의 “리모델링조합 부적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조합의 사업 진행을 지속 방치해두면서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조합의 구성과 조합 대표자의 자격 모두 재판부로부터 부적법 판정을 받았으나 성남시가 미온적으로 대처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2014년 이재명 전 시장은 당시 한솔5단지 리모델링주택조합 대표를 유동규 조합장에서 구자선 씨로 변경하는 내용을 인가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수원고등법원 제6민사부는 “구자선은 조합을 대표할 권한이 없다”라면서 “조합은 대의원회뿐 아니라 이사회도 적법하게 구성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 역시 구 씨를 조합장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2심과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김장권 성남시의원은 “재판부가 리모델링 조합과 해당 조합 대표자로 알려진 구자선 씨를 모두 부적법한 것으로 판단했다”라면서 “이와 관련 은수미 성남시장 시절 승인한 리모델링 사업 자체가 모두 취소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취재진에게 “해당 승인 건에 대해 신상진 시장과 담당과의 관계자 등과 논의를 거쳤다”라면서도 “신 시장 등은 재판부의 판단을 알면서도 이 승인건과 관련해 안타까워할 뿐,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적법한 사업 승인 취소 못 하는 성남시

해당 조합의 조합장도, 대의원과 이사회까지 모두 ‘적법하지 않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재판부 판단에도 성남시가 해당 사업을 방치하고 있는 원인이 뭘까. 특히 민선 8기로 취임한 신상진 시장이 “이재명, 은수미 시장 시절 각종 특혜나 비리 척결”을 외쳤음에도 법원의 판단을 애써 무시하는 이유가 있을까.

성남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신 시장도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즉 법원의 판단은 분명히 나왔지만, 해당 조합의 사업을 취소하게 된다면 그에 뒤따르는 후폭풍이 거세게 일어날 수 있어서다. 

이미 수년 전부터 1000세대가 넘는 조합원 가구에서는 자신의 아파트가 리모델링을 거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성남시가 이를 취소한다면 집단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해당 리모델링 사업은 이재명 시장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그의 측근인 유동규 조합장 시절인 2010년부터 진행돼 왔다. 

하지만 해당 리모델링 사업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은수미 시장 시절까지 미뤄져왔다. 그간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리모델링조합 구성에 대한 반대 여론이 지속됐기 때문. 당시를 기억하는 성남시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일반적인 재건축 조합은 법인으로 구성이 되는데 반해 리모델링 조합은 그렇지 못하다”라며 “법적 구속력이 떨어지는데다 정상적인 재건축조합으로 가길 바랐던 가구가 다수 있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2018년 당시 조합장으로 인식됐던 구자선 씨가 조합에 참여하지 않았던 가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조합 불참 세대들에 의해 구 씨의 조합장 부적법성이 지적되면서 판도가 뒤집혔다. 

신상진 성남시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이창환 기자]
신상진 성남시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이창환 기자]

성남시, 1심 판결 무시… 리모델링 사업 승인

2020년 1심 재판부는 조합 불참 세대가 지적한 조합장 적법성 여부를 두고 “구자선은 원고(조합)의 적법한 조합장이 아니어서 대표권이 없다”라며 “원고의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한다”고 결정했다. 즉 불참 세대의 리모델링 사업 방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던 구자선 조합장의 자격이 없는 것으로 확인 되면서 소송 자체가 무효가 된 것.

하지만 성남시는 재판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그간 미뤄왔던 리모델링 사업을 부랴부랴 승인했다. 2021년 2월23일 은수미 당시 시장은 1심 결정 이후 2심이 진행 중이었음에도 한솔5단지 조합이 요청한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승인을 경정했다.

하지만 2022년 4월 2심 재판부 역시 구 씨의 조합장 자격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대의원회 및 이사회에서 진행된 사업 관련 표결 등도 마찬가지. 대의원 및 이사회 구성 자체를 부적법한 것으로 봤다. 이어진 7월의 대법원 판단도 결과는 동일.

행정소송 취지, 사업계획 승인 ‘무효’

조합 불참 가구 구성원들은 신상진 성남시장을 상대로 “피고가 2021년 2월23일 한솔마을 5단지 리모델링주택조합에게 한 주택건설 사업계획승인이 무효임을 확인한다”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재명 시장 시절 유동규 등에 의해 구성된 조합이 요청한 사업인데다 은수미 시장 시절 승인이 이뤄졌던 사업 건이다. 

2018년 11월 해당 조합은 한솔5단지 아파트의 3개층 수직증축을 하는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성남시에 승인 신청을 제출한바 있다. 하지만 교육환경 영향평가 심의 및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기 어려워 이를 수평증축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2020년 12월 임시총회를 열어, 3가구를 2가구로 나누고 가운데 2층의 슬라브를 철거해 이를 1층과 3층이 각각 반씩 나눠가져 복층 형태로 사용하는 ‘복층형 리모델링’ 방식의 사업계획을 요청했다. 

김장권 의원은 “안정성을 제대로 평가받은 일도 없고 누구도 이를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면서 “특히 등기부상 사라지는 2층 세대에 대해 이를 절반씩 나눠 받게 되는 1층과 3층은 증여받는 것인지 기부 받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성남시, “행정사항 취소 사유 될 수 없어”

한편 성남시는 앞서 민사 소송에서 진행된 조합장이나 대의원의 자격 등의 부적법성이 행정 절차 상 진행과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성남시 고문 변호사로부터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민사사건의 판결로 기 진행된 행정사항을 취소하는 사유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성남시는 지난해 9월20일 자문 내용을 일부 밝히며, 앞서 민사 소송으로 인한 법원의 판단(조합장 등의 대표권 없음)이 진행되고 있는 행정 사항의 취소 사유를 될 수 없다고 답해왔다. 

이와 관련 성남시 주택과는 지난 3월 해당 사업 관련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진행하는가’에 대한 취재진 물음에 “자문 변호사를 통해 법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라면서 “승인 취소 여부 등은 행정소송으로 다퉈봐야 알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한편 해당 사안과 관련 신상진 성남시장은 지난 3월 "전임 시장들이 추진해 진행된 사항을 행정적으로 뒤바꿀 수 없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해당 리모델링조합 사업 승인의 적법성이 행정소송을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이창환 기자]
[이창환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