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 “새로운 사죄만이 능사 아니야”
시민단체 측 “수치스럽기 그지없다”

세종로 외교부 앞 규탄 집회 중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박정우 기자]
세종로 외교부 앞 규탄 집회 중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일본의 강제동원 피해자·희생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시민단체들이 6일 정부의 강제동원 관련 공식 발표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30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을 발표했다.

박 장관은 회견을 통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2018년 3건의 대법원 확정판결 원고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이라며 “현재 계류 중인 관련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에도 역시 판결금 등을 지급할 것”이라 밝혔다.

‘제3자 변제안’이라고도 불리는 이번 발표에서 일본 정부가 취할 조치와 관련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박 장관은 일본의 사죄표명과 관련해 “일본으로부터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 관계가 사실상 방치돼 왔다”고 지적하며, ‘엄중한 한반도 및 지역·국제 정세’를 언급했다. 한·일 관계 회복과 이를 위해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의 조속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발표된 방안은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참여’가 배제돼 있어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 [박정우 기자]
시위에 참여한 시민. [박정우 기자]

611개 시민단체 연합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친일매국 협상”, “을사오적의 경술국치”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민주노총 등 61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6일 오전 11시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정부입장 발표 전부터 ‘제3자 변제안’을 인정할 수 없다며 규탄 및 철회 요구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국익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선택”이라며 “발표한 방안이 취소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G7 정상회담에 초청받기 위해, 일본에 처세하는 것”이라며 지적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일제 전범 기업의 책임을 면죄해주는 친일매국 협상을 강행했다”며 비판했고,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또한 “104년 전 이완용과 을사오적이 일본총독과 했던 경술국치 선언과 다를 바 없다”며 “국내기업이 돈을 내야 한다는 것도 어처구니 없다”고 탄식했다.

정부는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인 가운데, 여론의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박 장관의 발표시간에 맞춰 부부젤라를 불며 거세게 반발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오후 7시30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정부입장 규탄 촛불집회를 예고한 바. 정부가 여론을 수렴할지, 기존 방안을 강행할지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계속 집회를 이어갈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박정우 기자]
계속 집회를 이어갈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박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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