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야기 ‘대학수학능력평가’ 올해 그대로?… ‘부작용’ 발생
이주호 교육부장관 “사교육 완화” 외쳤지만… 사교육비 ‘확대’

고3 수험생들. [뉴시스]
고3 수험생들.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지난해 정부는 초고난이도 문항인 이른바, ‘킬러문항’ 배제를 발표했다. 당시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공정한 수능을 꼭 만들겠다”라고 강조했지만, 변별력이 필요한 수능의 특성상 전체적인 문제 난이도가 높아졌다. ‘불수능’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급변한 정책과 엎친 데 덮친 격 ‘N수생’ 증가로 고등학교 수험생들은 사교육 현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상황. 전문가들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동이 사교육을 더욱 강화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수학능력시험에서 초고난이도 문항 이른바, ‘킬러문항’이 배제됐다. 당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을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 공정한 수능을 꼭 만들겠다”라고 강조하며 “학원에 가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혀야만 하는 소위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 성실히 노력한 학생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정한 수능을 두고 학교 등에서 제기하는 각종 억측에 대해서는 불안과 염려를 거두어 주시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사교육 카르텔에 대해서도 강력한 단속을 시사하며 “사교육 이권 카르텔, 허위·과장 광고 등 학원의 부조리에 대해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하겠다”라고 엄포를 놨다.

시민단체 “사교육비 그대로”, 전교조 “교육 후퇴될 것”

지난해 시민단체 ‘좋은교사운동’은 “수능 킬러문항 배제로 사교육비가 잡힐 리도 만무하다”라며 “킬러문항보다 더 심각한 사교육비 폭증과 공교육 경쟁력 약화의 주된 원인인 자사고·외고·국제고 다양화를 명분으로 존치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엉뚱한 이야기”라며 “전교조뿐만 아니라 교육시민단체나 연구자들이 하는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사교육의 원인은 문제 난이도가 아닌 현 교육구조”라고 일갈했다.

대변인은 “킬러문항이 생긴 이유는 변별력을 기르기 위함”이라며 “난이도 있는 문제는 시험이라면 있을 수밖에 없다. 본질에서 많이 벗어났다. 교육부 대책은 결국 사교육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로 후퇴시켰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상적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전혀 다른 곳에서 날아온 문제를 푸느라 난리법석을 떨고 학원을 가고, 이런 것은 정말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대통령께서 오래전부터 그런 말씀을 하셨다”라고 정책 취지를 설명했다.

‘킬러’ 배제 1년, 현재는? “난이도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해 정부는 공교육에서 배우지 않은 킬러문항 출제를 배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수능은 ‘불수능’으로 전망되며 더욱 고난이도 시험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종로학원이 고3 1372명과 N수생 97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74.2%가 이번 6월 모의평가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특히 영어의 경우 수험생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능 당시 난이도가 상당했던 영어 과목보다 더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영어과목의 경우) 상대평가는 아무리 어려워도 1등급을 받으려면 4% 내로 가면 되는데, 절대평가는 한번 어려워지면 1등급이 1%만 나올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킬러’ 문항의 난이도는 낮아졌어도 시험 자체의 난이도가 낮아진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수험생들의 입시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김원중 실장은 “시험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킬러문항’은 쉬워졌어도, ‘준 킬러문항’이 많아져 절대적으로 제한 시간 내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더욱 어려워진 셈”이라며 “시험 난이도와 킬러문항 유무는 다른 얘기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오히려 킬러문항이 있을 때는 문제가 더 쉬운 감이 있었다”라며 “수학의 경우 킬러문항이 1~2문제 있는데 다 풀 수 있는 학생들은 별로 없다. 그걸 고려해서 전략을 수립하는 건데, 킬러문항을 배제하니 전체적으로 문제가 다 어려워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킬러’ 뺐지만 ‘불수능’ 결국, 사교육 더 늘었다

정부의 ‘사교육비 부담 완화’와 ‘사교육 카르텔 혁파’ 선언이 무색해지게 ‘입시광풍’도 더욱 거세졌다. 당시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를 킬러문항으로 정의했고, 이를 타파하면 사교육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국민의 사교육비 부담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 10일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총 사교육비는 27조114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5% 증가했다. 특히 킬러문항 배제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은 7조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킬러문항 배제 등 교육 정책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오히려 불안감을 키우고 수험생들이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교육 정책 급변에 의한 불안감이 학부모와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더욱 내몬 셈이다.

김원중 실장은 “시험은 결국 변별력이 필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킬러문항이 배제되면서 변별력을 더욱 높여야 하는 상황이 닥친 수능시험 난이도는 결국,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모의평가도 국어, 수학 등의 1등급 커트라인이 80점대 초반으로 어렵게 출제됐다.

일반적으로 1등급 커트라인이 90점대 초반이면 평이한 수준, 80점대 초반 수준이면 불수능으로 분류된다. 결국 학생들은 어려운 수능을 대비하기 위해서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 ‘의대증원, 무전공’

의대증원과 무전공 정책 등으로 재수생이 많이 진입하며 사교육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수능에 응시한 N수생은 17만7942명으로 전체 수험생의 35.3%를 차지했다. 재수 이상 수험생 비율이 35%를 넘어선 것은 1996학년도(37.3%) 이후 28년 만이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졌다. 6월 모의평가에서도 N수생은 8만8300명으로 2011학년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N수생과 경쟁하기 위해 고3 수험생들은 결국, 사교육을 늘리는 상황에 처했고, 악순환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시의 예측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년 예고제의 취지대로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정해진 입시 기준에 따라 시험을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동이 더욱 사교육을 강화했다는 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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