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 정체된 전통 산업에 속한 기업으로서는 드물게 다시금 전성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되는 업체를 소개하려 한다.

미국의 산업용 펌프 및 밸브 제조사인 플로우서브(Flowserve)이다. 글로벌 펌프와 밸브 시장에서 각각 점유율 2위 기업으로서 최근 전통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 양 쪽에서 투자와 수주가 가속화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플로우서브에 주목해야 되는 이유를 아래에서 상세히 뜯어본다.

첫째, 작년 고유가로 많은 현금을 확보한 글로벌 주요 산유국들의 신규 투자가 늘어나며 수혜가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상대적 고유가 환경이 지속과 빈 살만 황태자의 야심을 배경으로 사우디는 기존 가스보다 깊은 지대에 묻혀 있어 특수한 기법으로 추출해야 하는 가스의 개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전체 천연가스 매장량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한 자푸라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외에 올 겨울 아우타르와 다란 등에서도 가스전이 추가 발견하는 등 신규 가스지대 탐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플로우서브는 2008년 사우디 제조 공장을 가동한 후부터 사우디와 공고한 관계를 구축해오고 있으며 실제로 2022년 3분기 자푸라 프로젝트에 2억2천만달러(약 2860억원)의 펌프 및 밸브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14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 계약 규모다. 미국의 LNG 프로젝트도 지난해 단기 수출 물량 증설이 가능한 해상 플랜트 위주 계약이 대부분이었다면 올해부터는 규모가 커 더 많은 장비가 도입되는 육상 플랜트 수주가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역시 플로우서브에 긍정적이다.

둘째, 원자력, 수소를 비롯한 탈탄소 산업 확장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이들 산업에서 쓰이는 펌프와 밸브 제품은 원자력 발전소나 영화 163도에서 액화가 필요한 수소 발전소 등 극한의 환경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높은 내구도가 필수적이다.

자연스레 까다로운 국제 규격 인증을 모두 통과하여 가장 기술력이 돋보이는 점유율 상위 업체들의 경쟁력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또한, 신재생 에너지는 에너지 변환 과정이 전통 에너지 대비 늘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유체나 기체의 흐름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펌프와 밸브의 쓰임새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플로우서브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2년 12월 미국 최대 기체 액화 장치 및 초저온탱크 제조사인 차트 인더스트리와 펌프 공급 관련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천연가스와 연계된 수소 프로젝트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투자와 집행하는 업체들이 다수인 만큼 차트 인더스트리를 필두로 플로우서브에 속속 수주 계약이 쏟아져 나올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셋째, 2023년은 이익률의 본격적 개선이 시작되는 해다. 플로우서브는 고가의 내구성이 필요한 제품에는 스테인리스강, 이외 부품에는 탄소강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2021년 철근 가격 급등으로 힘든 시간을 견뎌내야만 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2022년 두차례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효과는 미미했으나, 최근 2021년 고점 대비 원자재 가격이 상당히 하락함에 따라 이익률 개선이 유력하다. 실제로 2022년 4분기 실적에서도 이익률 반등이 확인됐다.

물론 리스크도 존재한다. 향후 천연가스 가격이 더욱 하락한다면 신규 투자 유인이 줄어들어 플로우서브의 수주도 감소할 것이다. 더하여, 철강 가격과 해운 운임이 중국의 코로나 봉쇄 완화와 맞물려 상승 추세로 전환된다면 이익률도 다시 훼손될 수 있다. 그러나 큰 그림에서의 플로우서브의 모멘텀은 확실하다.

지갑이 두둑해진 전통 에너지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 두 극단의 양 방향에서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기업은 흔치 않다. 플로우서브에 주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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