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의존도 OECD 1위의 슬픔… “또 2천 원 넘을까”

광화문 서울정부 청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 대응 TF 회의가 이억원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열리고 있다. [기획재정부]
광화문 서울정부 청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 대응 TF 회의가 이억원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열리고 있다. [기획재정부]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긴장 사태를 둘러싼 국제 사회의 우려가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양 국의 충돌 발생 시 유가가 무려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에서는 그간 이어오던 유류세 인하 방안을 대선 이후까지 연장하는 조치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다만 국제유가가 지속 오르면서 실제 유류세 인하가 적용되더라도 서민들의 체감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대안도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러시아 對우크라이나 군사 충돌 시 국제유가 배럴당 150 달러 돌파 경고
정부, 석유수급계획 점검 TF ‘유류세 20% 인하’ 방안 4월까지 연장 검토

18일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2월에도 어려운 물가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유류세 20% 인하 조치에 대한 연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충돌 위기가 확대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데 따른 것으로 대선이 끝난 4월 이후까지 유류세 인하를 통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코로나19 여건에서 서민 물가가 상승 곡선을 나타내고 있는데다, 이른바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며 국내 경기에 더욱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제 유가는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여전히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주요 국제원유 가격은 한달 반만에 평균 20%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3일 기준 배럴당 76.88달러에 머물던 두바이유는 지난 17일 기준 배럴당 91.90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역시 지난달 3일 배럴당 78.98달러였으나 지난 17일 92.97달러로 올랐다. 미국 텍사스원유(WTI) 역시 같은 배럴당 76.08달러에서 91.76달러로 올랐다.

이에 정부가 유류세 20% 인하 정책을 유지한다하더라도 서민들은 실제 유가가 오르는 것을 그대로 체감하게 될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날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취재진에게 “정부 입장에서는 현재까지 유지해 오던 유류세 인하정책을 이어가는 것이 그나마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오르는 상황에 유류세 인하가 중단되면 서민들이 받아들이는 충격은 더 크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20% 수준의 유류세 인하 비율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게 되니 서민들의 부담도 동반 상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며 “서민경제 부담을 추가적으로 줄여주기 위해서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 비율을 확대하거나, 정유 업체들의 단가 조절 등에 나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제유가추이. [그래프=이창환 기자]
국제유가추이. [그래프=이창환 기자]

정부, 유류세 ‘인하’ 유지… 서민 부담 ‘상승세’ 여전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OECD 국가 기준으로 볼 때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지난 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밝인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원유의존도가 가장 높다. 국제유가 상승은 우리나라 경쟁력 그리고 서민 경제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이미 유가 상승에 따른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은 서민들의 발을 잡았다. 지난달 2일 리터당 평균 1622원이 이르던 휘발유 가격은 현재 1728원에 이르고 있다. 같은 날 기준 리터당 1440원에 머물던 경유 가격도 이달 18일 현재 리터당 평균 1552원으로 올랐다.

이를 두고 대한민국이 경제규모로는 세계 10위에 이르지만 원유 소비량은 7위, 원유의존도는 2020년 기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신흥국 또는 개발도상국 수준이다. 원유의존도는 연간 원유소비량을 명목 GDP(1만 달러)로 나눈 값으로, 한국 경제의 원유의존도는 5.70배럴이다. 이는 브라질(5.87배럴), 인도(6.41배럴)과 유사하며, 중국 (3.49배럴)보다 훨씬 높다.

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 급등과 동반되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 원가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국제유가의 수준 단계별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수립하고 관계 부처 등 정부가 실행 능력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시나리오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이르면 경제성장률 0.3% 포인트 하락과 소비자물가가 1.1% 포인트 상승이 동반된다. 배럴당 120달러에 이르면 성장률은 0.4% 포인트 하락,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4% 포인트 상승한다고 내다봤다. 외신들은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어, 국제유가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대응에 서민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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