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SK스퀘어·SK텔레콤 등 ICT 3사 뭉쳤다. 

박정호 SK스퀘어(하이닉스·텔레콤) 부회장은 SK ICT의 연합체 출범을 통한 글로벌 시장 입지 확대에 나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창환 기자]
박정호 SK스퀘어(하이닉스·텔레콤) 부회장은 SK ICT의 연합체 출범을 통한 글로벌 시장 입지 확대에 나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SK ICT의 출발은 이미 수년 전에 이뤄졌다. SK텔레콤 사장이었던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이 현 정권 초기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경제의 대명사처럼 쓰이던 당시, ICT 분야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혁신과 성장을 강조하며, 언급한 바 있다. 바로 그 때 박정호 부회장의 각오를, 2022년 초 SK ICT 연합이라는 형태로 새 출발을 공표한 셈이다. SK스퀘어, SK텔레콤, SK하이닉스 3사 연합은 반도체·5G·AI 융합 시대를 예고하며 글로벌 진출에 대한 계획을 드러냈다. 특히 박정호 부회장이 최근 CES 2022에서도 ICT 분야 발전을 위한 글로벌 협력을 앞세워 선두에 나서기 위한 전략적 투자까지 언급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5G·AI 시장 확대 주도하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해외 투자 거점 마련 및 1조 원 투자자본 조성…혁신 기업 투자할 것

박정호 SK스퀘어(SK하이닉스·SK텔레콤 대표이사 겸) 부회장은 지난 5일부터 4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2에 참석해 “글로벌 ICT 경쟁 환경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SK ICT 패밀리는 ICT 전 영역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장벽 없는 초협력을 통해 혁신을 선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는 퀄컴의 CEO인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것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ICT 전 분야에 걸친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퀄컴은 무선 기술 분야 글로벌 최강자로, 이날 SK스퀘어,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SK ICT 분야 관계사들과 함께 데이터센터용 애플리케이션 및 고속 메모리 공동 개발에 대한 방안 모색도 이뤄졌다.

SK스퀘어는 지난해 12월 출범과 동시에 SK ICT 분야 변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실천형 리더인 박정호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해 SK하이닉스 부회장 겸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메모리 반도체 중 D램 분야 글로벌 2위에 만족하지 않고 비메모리 분야의 확대를 시사한 바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비메모리 분야 생산 및 판매를 꾸준히 이어오고는 있으나, 이에 대한 확대는 단순한 계획으로만 진행할 수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늘 기대하고 있지만 당장 실현 가능성에는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으나, 박정호 부회장 특유의 부드러운 추진력이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 

이는 최근 비메모리 분야 글로벌 제왕인 대만의 TSMC나 미국의 인텔, IBM 등이 적극적인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쟁 분야 압박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기도 하나 삼성전자마저 비메모리 분야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투자 확대에 나선데 대한 자극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및 중공업 등 제조업 기반의 산업이 디지털 기반의 4차 산업혁명으로 들어서면서 변화를 꾀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로 비메모리 반도체의 필요성을 비롯해 ICT 분야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호 부회장의 이런 의지가 최태원 SK 회장의 그룹 구조 개편 의지와도 맞닿으면서 SK ICT 분야 투자에 나서게 됐다는 풀이다. SK ICT 관계자는 “SK ICT 3사의 시너지를 한층 끌어올려 SK하이닉스의 글로벌 확장에 나서는 한편, 신기술 개발 확대 흐름에 따라 반도체 생태계 공동 투자에 앞장설 것”이라며 “메타버스, 블록체인과 같이 미래 혁신을 이끌 넥스트 플랫폼(Next Platform)에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이창환 기자]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이창환 기자]

SK ICT 연합 발맞춰 정부도 ICT 분야 지지

SK ICT 분야 연합체 출범은 정부의 계획과도 맞물린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해당 분야 지난해 수출액이 무려 2276억 달러(약 279조 원)에 이르는데다, 올해 이를 뛰어넘는 규모의 수출이 기대되고 있어서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삼성과 SK 등 대기업을 비롯해 ICT 분야 중소기업까지 5G 분야 수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ICT 수출 가속화와 디지털 뉴딜을 위한 5G 글로벌 선점을 위해 5G 융합 서비스 부문 정책 지원에 대한 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기조에서 SK하이닉스에는 희소식이 있다. 2020년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 인수에 나서면서 글로벌 시장 입지 확장에 나섰지만 글로벌 경쟁 8개 국가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와 관련 중국이 지난해 12월23일 최종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인수가 마무리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뿐 아니라  ICT 부문 선도 기업으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이번 인수 건을 마무리하면서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이 20%에 이르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 시기는 바로 ‘지금’ 1조 원 규모 글로벌 투자 

SK ICT는 올해 글로벌 투자 거점 마련과 해외 투자자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관련 총 1조 원이 넘는 글로벌 ICT 투자 자본을 조성할 계획이다. SK 하이닉스 등에 따르면 이미 해외 유수의 투자자들과 세부 사항이 논의되고 있는 단계다. 

SK ICT는 글로벌 ICT 부문 투자 자본이 조성되면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반도체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투자처로 삼겠다고 밝혔다. 전략적 투자를 기반으로 ICT 기술 융합 트렌드를 주도하고, 미래 산업 지형을 크게 바꿀 수 있는 해외 유니콘 기업을 발굴함으로써 SK ICT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박정호 부회장은 “SK ICT 연합이 서로 힘을 모아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도약하고 혁신하는 한 해를 만들 것”이라며 “경쟁보다 협력을 통한 기술 생태계 활성화가 더 중요한 시대에 ‘ICT 테크서밋’이 협력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 ICT 테크 서밋은 SK ICT의 시너지 및 기술 생태계 확대를 위해 SK 계열사들의 핵심 기술을 공유하는 행사다. 그간 2% 내외 수준에 머물던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부문에 대한 확대 전망도 이런 차원에서 나왔다.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내달 중국 이전을 마무리 짓는다. 이에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클린룸이 설계된 캠퍼스 1만 평이 공실로 남게 된다. 

SK하이닉스 안팎에서는 파운드리 부문 확대에 대한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하지만 ICT 분야에 칼을 빼든 박정호 회장이 지난해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이 대만의 TSMC 수준으로 파운드리를 해 주면 여러 벤처가 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한다”며 “향후 파운드리에 많은 투자를 할 생각”이라고 속내를 드러낸 바 있어 올해 글로벌 도약에 나서는 SK ICT가 어떤 기회를 노릴지 이목이 집중된다. 

SK ICT는 글로벌 ICT 부문 투자 자본이 조성되면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반도체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투자처로 삼겠다고 밝혔다.
SK ICT는 글로벌 ICT 부문 투자 자본이 조성되면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반도체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투자처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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