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여론까지 등 돌려…‘카카오 규제’ 논의 전망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 및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일부 사업 철수 및 상생 기금 마련 등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뉴시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 및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일부 사업 철수 및 상생 기금 마련 등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결심했다. 이어지고 있는 비판 여론이 단순히 지금의 카카오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데서 온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당했다”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국민들은 카카오에 대한 배신감과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에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해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 기업으로 오르기까지 국민들의 지지를 발판 삼았던 카카오가 내부적으로 굳은 결심을 한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다만 이를 두고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직접나선 김범수 카카오 의장

지난 14일 카카오 창업자로 이사회를 이끌고 있는 김범수 의장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와 모든 계열사들은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려야한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해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와 여론을 두고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고 해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정면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풀이까지 나오고 있으나 당장 여론을 다스릴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간 카카오는 플랫폼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기존의 산업계 곳곳에 뛰어들었다. 카카오톡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많은 채팅 프로그램과 문자메시지를 흡수하며 성장했다. 현재 정부와 관공서 및 병원과 학교 등에서도 공지사항과 안내에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여건에도 불구하고 2020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5%와 120% 성장했다. 비대면 상황이 이어지면서 더 큰 성장을 보여 온 셈이다. 모바일을 이용한 온라인 사업이 대부분의 성장을 이끌어 냈다. 

2019년 택시업계와 카카오간의 대립은 첨예했다. 전국적인 택시 파업과 극단적 선택까지 자행하던 택시 노동자들의 대항으로 카카오가 한 발 물러섰지만 이후 택시산업에 직접 뛰어든 카카오는 택시 업계 분위기를 바꿨다. 

서비스 정신을 앞세운 카카오택시와 호출 플랫폼은 훨씬 더 영향력이 컸다. 이른바 산업 장악력과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확장성에 기존 산업이 위기에 몰렸다는 풀이까지 나왔다. 하지만 서민들은 편리하고 이른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에 몰렸다. 

가면 벗은 카카오에 배신감 지적하는 여론

카카오는 택시를 운영하며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운영했다. 편의성을 앞세운 서비스에 이용객이 몰렸고 앞서 언급한 장악력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자 가면을 벗었다. ‘스마트 출 서비스 비용인상’ 서비스를 이용하던 서민들이 멈칫했다.

2019년 택시 업계가 카카오의 택시 산업 진입을 두고 “카카오가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면 지금 당장은 편리해도 비중이 높아지면 가격을 직접 조절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시민들이 즉각 반응하기 시작했다. 시장 조절자 역할을 하는 카카오에 대놓고 비난도 서슴치 않았다. 여론을 들여다보던 국회에서도 반응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 때 ‘플랫폼 경제’를 주도해 온 카카오를 호출할 전망이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 이면에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점을 명확히 찾아내겠다는 각오다.

이에 이어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카카오의 시장 독점과 불공정 거래에 대한 규제설도 솔솔 나오고 있다. 카카오가 압박을 느끼지 못할 리 없다. 업계에서는 김범수 의장이 직접 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범수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 임원들은 지난 13일부터 전체 회의를 이어가며 논란을 잠재울 방안 마련에 고심인 모습이었다. 언론들은 김범수 의장이 직접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론과 정부, 정치권 등 사방에서 공세를 받는 가운데 뒷짐 지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김범수 의장은 이날 “IT 혁신 및 이용자 후생을 더할 수 있는 영역 중심 사업을 전개하고 골목 상권 논란 사업 등 이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들에 대해서는 계열사 정리 및 철수”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국회·정부·여론 삼박자 공격에 일단 ‘두 손’ 들어

플랫폼 종사자 및 소상공인과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차원에서 향후 5년간 3000억 원의 상생 기금 마련 계획과 함께 김범수 의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해서는 미래 교육 및 인재 양성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정권 결탁 비리 의혹에 이어 이제는 플랫폼 기업이 아닌 재벌 기업으로 커진 다음(Daum)카카오가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까지 무너뜨리는 행태에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며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정부부처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스스로의 몸집은 부풀리고, 골목상권을 침범해 소상공인의 밥그릇까지 빼앗은 카카오의 행태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15만 원대에 머물던 카카오의 주가는 지난 8일부터 급락을 시작해 일주일만에 11만 원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다만 15일 현재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발표와 함께 다시 반등하며 12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제주도 첨단과학산업단지에 위치한 다음카카오 본사 전경. [이창환 기자]
제주도 첨단과학산업단지에 위치한 다음카카오 본사 전경. [이창환 기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