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9월2일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불참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채택된 후 37년 만에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국회 불참에 대해 “대통령이 국회와의 갈등을 선택했다는 신호”라며 “권력의 말로가 온전 할리 없다”며 저주했다. 그러나 용산 대통령실은 “대통령을 향한 조롱과 야유,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엔 갈 수 없고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부터 정상화하고 대통령을 초청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윤 대통령의 국회 불참을 놓고 주요 보수 신문 사설들은 애매한 양비론(兩非論)으로 갔다. 윤 대통령에게 국회 불참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도 나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출석지 않은 윤 대통령도 옳지 않다는 양비론, 그것이었다. 조선일보는 9월3일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의 국회 불참 요인으로 민주당의 윤 대통령 부인 “살인자” 막말,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해병대원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입에 달고 사는 민주당의 윤석열 탄핵, 윤 대통령에 대한 전면 부정 등을 꼽았다. 또한 윤 대통령이 작년 10월 국회에 출석했다가 민주당 측에 의해 봉변당했던 수모도 환기시켰다. 그러면서도 이 사설은 국회 개원이 한국 ‘민주주의의 주권과 국민이 주체가 되는 행사’라는 데서 윤 대통령은 참석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도 내년도 예산안과 연금개혁안 등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를 설득해야’야 하므로 참석했어야 옳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9월3일 사설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대한 인정, 나아가 ’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미 22대 국회 시작부터 윤 대통령과 협치나 타협 없이 일방적으로 폭주했고 사사건건 반대로 맞서며 대통령과의 ‘갈등’을 먼저 ‘선택’했다. 더 나아가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살인자’ 등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 37년 만에 처음 보는 야당의 폭거이다. 그런 맥락에서 윤 대통령의 국회 불참은 민주당에 대한 불만과 항의 표시였다는 데서 이해될 수 있다. 더욱이 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참석한다고 해도 연금개혁과 예산안 등이 통과되리란 보장은 없다. 도리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국회 참석을 그의 권위와 인격 살인 기회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윤 대통령의 불참은 이해할만하다.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 차 국회를 방문했을 때 민주당은 환영 박수 대신 본회의장 앞에서 그를 성토하는 시위를 벌였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에게 악수를 청해도 거절하거나 “그만 두라”고 망신 주었다. 이런 양자관계 악순환 속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에 나갔다면 민주당의 언어폭력은 더 극심했을 게 분명하다. 한편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국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했다며 비판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국회는 ‘민주주의 주권’이고 ‘국민이 주최’가 되는 입법기구로 볼 수 없다. 우리 국회는 오직 당만을 위안 투쟁 무대라는 데서 ‘최소한의 예의’를 받을 만하지 않다. 민주당은 당을 국가이익 보다 앞세운다는 데서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정당들은 마치 방글라데시의 여야관계처럼 한 정당이 권력 경쟁에서 밀려나면 국가를 위한 건전한 협치보다는 당과 당 대표만을 위한 돌격대로 돌아선다. 건전한 여야관계와 민주주의를 병들게 하는 독이고 저주이다. 윤 대통령의 국회 불참은 방글라데시 같은 후진적 국회에 대한 경고로 간주된다. 이런 때 일수로 우리 언론은 애매한 양비론으로 그쳐선 아니 된다. 건전한 여야관계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위해 준엄한 평가를 서슴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