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중산층을 구분하는 기준의 공통점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문화적 삶의 태도이다. 건전한 신념을 가지고, 페어플레이를 하고, 불법과 불의에 저항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돕는 등의 문화적 행태가 중시된다. 반면 우리의 중산층 기준은 물질의 유무가 주를 이룬다. 소득수준, 주택보유 여부, 중형 자동차 소유, 직업의 안전성, 학력 등이 중시된다. 한국 사회의 팽배한 물신주의(物神主義)가 하루빨리 정신문화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당연히 중산층의 기준도 구미 선진국처럼 바뀌어야 한다.

 

전교조 등의 왜곡된 현대사 교육 중 박정희 지우기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박정희가 이룩한 한강의 기적은 노동자를 착취하여 재벌을 살찌운 것이다.”라는 노동 착취론이다. 과연 한강의 기적은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 위에 이뤄졌는가이는 당시의 시대상황에서 볼 때, “완전한 자유가 우선이냐? 배고픔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류석춘 교수는 <박정희는 노동자를 착취했는가>(2018, 기파랑)에서 이렇게 답한다. “박정희 시대의 노동자들이 정말 착취를 당했다면,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가난해졌어야 했을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광범위한 중산층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1970년대 박정희 정부는 중화학공업 발전을 위해 산업 전사인 기능공을 대량 육성했다. 1972년부터 1981년까지 배출된 기능공 숫자는 20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그 이후 어떻게 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류 교수는 실증 작업을 거쳤다. 1970년대 기능공으로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2015년 재직 중인 노동자들의 급여 자료를 입수해 40여 년간의 임금 추이를 일일이 확인하고, 이들과 기아기공·대우중공업 출신 노동자 39명을 심층 면접했다.

이들 기능공의 임금은 1980년대 후반 경제 재성장, 1990년대 중반 노사 협조기로 들어서며 폭발적 상승세를 탔다. 2015년 현재 임금은 년 1억원 수준으로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의 최상위에 속한다. 박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중화학공업을 일으켰고, 이를 위해 대규모의 기능공 집단을 양성했다. 이들이 1970년대 경제성장의 주역이 됨과 동시에 숙련노동자 중산층으로 성장함으로써 계층의 수직 상승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 사후 노조는 정치 투쟁을 주도했고, 그 일부가 노동귀족으로 변질해 자기 파괴적 파업과 기득권에 안주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만들었다. 고로 박정희가 노동자를 착취했다.”는 주장은 지금의 장년 세대를 욕보이는 일이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의 선 경제성장 정책의 결과 오늘날 탄탄한 중산층이 형성됐다. 민주주의는 중산층에 의해 이뤄진다. 1987년 민주항쟁은 넥타이부대 중산층에 의해서 이뤄졌고, 마침내 ‘6.29선언으로 민주화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

노동운동의 정치화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 80년대 NL, PD계열 운동권의 각 공장 침투로 인해 한국의 노동운동은 잘못된 이념 지향성을 갖게 되었다.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기업은 망하면 다시 만들면 되지만, 나라가 없으면 기업이 없다. 국가가 살아야 기업도 산다.”사업보국(事業報國)’을 경영이념으로 삼아 대한민국 산업화의 역사에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노동개혁은 혁명만큼이나 어렵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선진국들도 강성 노조와 경직적인 노동시장이라는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 정권의 운명을 걸었고, 이 병을 치유하고 나서야 진정한 강국으로 재도약했다.

노동현장 경험이 풍부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 830일 고용노동부 장관에 취임했다. 첫 번째 업무 지시로 임금체불에 대한 총력 대응을 주문한 그가 노사 양쪽의 갈등을 중재하고 타협과 양보를 이끌어내길 바란다. 그리하여 근로시간 유연화,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해소, ·하청 상생모델 확산, ·중소기업 협업체계 구축 같은 노동개혁에 성과를 내어 노동보국(勞動報國)’에 앞장서 주길 기대한다.

 

노동개혁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경제혁명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정규직 철밥통 기득권은 적폐 중의 적폐인 한국병이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1.9배에 이르는 임금을 받는데도 정년이 보장돼 있다. 대기업 노동 중산층은 배타적 특권을 포기하고 노동개혁에 동의해 노동보국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날개가 꺾여 추락하고 있는 한국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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