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의 진화, 단순 사칭 옛말… 조직화·고도화

[검증대상]
2020년대를 기점으로 줄어들던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건수가 지난해 말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최근 보이스피싱 관련 수법이 다양해지는가 하면, 조직적으로 체계를 갖춰 범죄가 자행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 국정원이 파악해 낸 정보에 따르면 이들 사기 조직은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가짜로 ‘구속영장’까지 만들어내며 조직화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 최근 집중되는 피해 사례도 변화하며 금융위도 방침을 바꾼 상황. 이에 보이스피싱이 다변화하고 있는지 확인해 봤다. 

피해자 대화하는 중 답변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까지 마련
국정원·경찰 ‘핫라인’ 구축으로 보이스피싱 ‘골든타임’ 잡아

[검증방법]
국정원 보이스피싱 범죄 검거 발표 문서
박찬걸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수법 변화에 따른 대응방안’ 학술지 기고 내용
삼성증권 보이스피싱 예방 및 대응 안내
금융감독원 금융사기대응단 피해 사례
금융위원회 대면편취형 피해구제 보도자료

보이스피싱범이 전화를 걸고 있는 모습. [국정원]
보이스피싱범이 전화를 걸고 있는 모습. [국정원]

[검증내용]
최근 국가정보원이 주도한 대규모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 작전이 성공을 거두며,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대한 성과를 올렸다. 국정원은 검찰 및 경찰과의 긴밀한 공조로 중국을 거점으로 활동해온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들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이번 국정원 검거 작전 과정에서 보이스피싱이 단순한 사기 수업을 넘어 조직적인 기업화 양상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 ‘투자리딩방’, ‘부고장 스미싱’ 등 변화된 신종·변종에 의한 피해도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번에 검거된 보이스피싱 조직은 중국에 거점을 둔 채 한국 내에서 대규모로 활동하며 최소 14억 원 이상의 금전을 불법으로 편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총책으로 지목된 인물은 중국인 이모 씨(30대)와 한국인 최모 씨(30대)로, 이들은 조직을 통해 수많은 피해자를 속여 금전을 갈취했다.

조직은 검찰, 금융감독원, 은행 등을 사칭해 피해자들이 범죄에 연루됐다고 협박하거나, 저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고 유인해 금전을 뜯어내는 전형적인 수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단순한 사기 수법을 넘어, 조직적인 기업화 양상을 보였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마치 기업체처럼 체계적으로 운영됐다. 상담 역할을 맡은 조직원들은 피해자의 신원, 직장 정보, 금융 정보 등을 기입하는 자체 제작된 ‘피싱용 양식’을 활용했으며, 보이스피싱 실적은 보수 지급 시 성과로 반영되는 등 성과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성과주의가 적용되고 있었다. 

국정원이 확보한 가짜 구속영장. [국정원]
국정원이 확보한 가짜 구속영장. [국정원]

국정원의 이번 작전 성공은 지난해 3월부터 조직의 범죄 실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이다. 국정원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사기 시도 영상 및 음성을 확보하는 등 결정적인 증거를 수집해왔다. 또한, 범행 시나리오와 가짜 구속영장 등의 증거물을 통해 조직의 운영 방식과 범죄 수법을 철저히 파악했다.

국정원은 이를 바탕으로 경찰청과 ‘피싱범죄 정보교류 핫라인’을 통해 범행 기도 정보를 신속 전달하고, 경찰의 즉각적 대응을 이끌어냈다. 이 핫라인을 통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28명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약 9억3000만 원의 피해를 사전 예방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정원 관계자는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한 추적 활동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며 “국내에서 활동하는 단순 수거책 검거에 그치지 않고, 범행을 주도하는 해외 원점을 타격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검거는 국정원과 검찰, 경찰 간의 공조가 빛을 발한 사례로,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상기시켰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갈수록 조직화되고 기업화되는 가운데, 정부 기관 간의 협력과 신속한 대응이 앞으로도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변화 양상에 대해 박찬걸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이스피싱의 수법이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되고 고도화되고 있다”라면서 “그에 따라 기존 정의에 의해 포섭되지 않는 신종 유형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개념정의만으로는 현재 발생하는 모든 유형의 보이스피싱 범죄를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또한 “기존 국내서 발생하던 보이스피싱 범죄의 주류는 소위 접근매체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금원을 이체 받는 형식이었다”라면서도 “정부 및 금융권의 접근매체에 대한 엄격한 관리·감독이 어느 정도 실효성을 보임에 따라 2020년을 기점으로 접근매체가 범행의 수단으로 별도로 요구되지 않는 대면편취 형식으로 급격히 변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풀이했다.

그간 정부와 금융권은 30분 지연인출제도, 지급정지 및 피해금환급제도, 신규계좌 심사 강화, 사기이용계좌의 명의인에 대한 전자금융거래 제한 등과 같은 엄격한 제도를 도입해 기존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에 지난해에도 피해발생 약 2만 건에 피해금액은 4472억 원으로 감소한 듯 보였으나, 지난해 11월 이후 피해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평균 피해액이 342.7억 원이었던 것에 반해, 11월 483억 원, 12월 561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여기에는 ‘투자리딩방’, ‘부고장 스미싱’ 등을 포함한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가 빠르게 확산하는데 따른 것으로도 설명이 된다. 특히 피해 연령은 고루 분포되는데, 2022년 기준으로 20대 이하가 총 2만1832건 가운데 6805건으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5378건, 60대가 3462건, 40대가 3413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30대와 70대 이상의 피해가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17일 자료를 내고, “오늘부터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도 피해구제 대상에 포함됩니다”라고 밝혔다. 그간 대면편취형을 피해구제를 위한 사례로 포함하지 않았으나, 신종 사기수법으로 사실화하고 이날부터 보이스피싱 피해로 인정해 구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검증결과] 
국정원이 경찰과의 핫라인 구축으로 보이스피싱 조직화된 일당을 검거한 사례, 그리고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투자리딩방 및 부고장스미싱 등으로 최근의 보이스피싱 범죄는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으로 판명됐다. 향후 이에 대해 정부나 사정당국도 피해방지를 위해 어떻게 나설 것인지 국민들의 촉각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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