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국가에서 치수(治水)는 나라의 명운이 걸린 문제였다. 중국 역사에서 태평성대로 꼽히는 요순시대에 요(堯)임금은 곤(鯀)이라는 사람을 치수 책임자로 임명하여 홍수를 막도록 명령을 내렸다. 곤은 9년간 제방을 쌓는 방식으로 치수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해 귀양가서 죽게 되었다.

요임금 다음으로 왕이 된 순(舜)임금은 곤의 아들 우(禹)를 새로운 치수 책임자로 임명했다. 우는 아버지 곤의 실패를 교훈 삼아 전국의 하천과 지형을 직접 답사하고 새로운 치수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제방을 쌓는 것과 더불어 하천의 흐름을 소통시켜 주는 것이었다. 우는 치수에 성공한 공적을 인정받아 순임금으로부터 왕위를 계승하여 하(夏)나라를 개국하게 되었다.

조선 중종 때 이맥(李陌)이 쓴 <태백일사(太白逸史)>에는 고조선이 중국에 치수법을 알려줬다는 기록이 나온다. “서기전 2267년 요임금은 9년간 홍수를 겪었으나 치수에 실패해, 순임금에게 임무를 맡겼다. 이 무렵 고조선은 여러 제후를 현재 저장성의 도산(현 회계산)으로 불러 회의를 열었다. 태자 부루(扶婁)가 주관한 이 도산회의에 순임금은 사공 우(禹)를 보냈다. 부루는 우에게 고조선의 오행치수법(五行治水法)이 담긴 금간옥첩을 줬다. 부루가 도산에 가기 전에 낭야성(산둥성)에 머물렀는데, 순이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치산·치수로 물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위민(爲民) 정치’의 시작이라고 봤다. 1970년대 당시는 거의 매년 홍수나 가뭄을 겪었다. 그 피해가 막심해 인명 피해를 빼고도 한 해 평균 홍수는 60여억 원, 가뭄은 40여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홍수나 가뭄 4년으로 경부고속도로 하나씩 날려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었던 농민들은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天水畓) 농사를 지었다. 한국은 강수량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되고, 가을부터 봄까지 긴 과우기(寡雨期)를 보낸다. 강수량의 절반 이상이 여름에 쏟아지는데, 이 물을 가둬놓지 못해 과우기 때는 한해(旱害)를 반복해서 겪어왔다.

박 대통령은 홍수와 가뭄, 환경 문제에 대비해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같은 큰 강에 댐을 만들고 작은 강에는 보(洑)를 지어 집중호우 때는 물을 가둬 수해를 줄이고 갈수기 때는 물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일을 하자는 것이 1970년 12월에 확정한 ‘4대강 유역개발사업’이었다.

4대강 유역의 면적은 국토 면적의 64%, 총인구의 62%를 차지했고, GNP의 67%를 생산하고 있었다. 4대강 유역 개발사업은 3,500만 국민을 위한 낙토(樂土)를 이루려는 민족의 숙원사업이었고, 국민안전과 국토재건을 위한 ‘희망의 사업’이었다. 1967년에 착공하여 1973년에 완공된 ‘동양 최대의 사력(沙礫)댐’인 소양강댐은 4대강 유역개발사업의 시작이었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매년 홍수와 가뭄, 산불 등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600여 년 전 측우기를 발명하여 세계 최초로 체계적인 빗물 관리를 한 위대한 선조들의 뜻을 받들어 빗물을 모아서 관리하면 이러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30년에 8억 톤의 물이 부족한 ‘물 부족 국가’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단지의 물 부족에도 시급히 대비하기 위해서는 물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홍수뿐 아니라 가뭄도 함께 대비해야 하며, 물을 하천에서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국토 전체에서 고르게 관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무분별한 태양광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여 농지, 임야, 염전이 많이 잠식되었고, 특히 농지는 2022년 기준 여의도 면적의 35배(약 2,800만 평)가 잠식되었다. 지난 7월 30일 환경부가 ‘기후대응댐’ 14개를 만들겠다며 후보지를 발표했지만, 이에 앞서 전체 국토에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빗물을 모을 수 있는 ‘작은 둠벙’이나 자연 친화적 저류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 폭우를 보관하고 가뭄 때 활용할 수 있는 ‘물그릇’을 키워야 한다.

정부는 홍수 가뭄 대책을 위하여 매년 8,200억 원의 예산을 운영 중인데, 민간 투자로 홍수 예방과 가뭄 극복을 위한 ‘K-에너지 둠벙’을 설치하면 20년간 약 17조 원의 국가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아울러 100% 민간투자로 유휴수면에 수상태양광을 설치하면 ▲국토 보존 및 CF100/RE100 대응 ▲ 단기간 전국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 국가예산 절감 등 일석삼조의 기후환경 에너지 대응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제2의 새마을 운동’ 아닐까.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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