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송곳 검증' 예고 
2003년 인청 도입 이후 국세청장 후보자 11명 전원 통과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 [뉴시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7월 16일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권은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인사청문회 전부터 강 후보자의 역사 왜곡 논란과 처가 기업 관련 이해충돌 소지가 불거지면서다. 이렇다 보니 2003년 국세청장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뒤 11명의 후보자가 전원 통과한 '청문회 불패' 신화가 깨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매출 8000억대' 기업 사위, 국세청 수장으로 
야권이 지적하는 강 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강 후보자의 이해충돌 소지를 지적했다. 천 의원이 법인등기부등본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강 후보자의 배우자 조 모씨 일가가 운영하는 ㈜유창 계열 기업 집단의 지난해 매출액은 8257억, 자산 총액은 5144억 규모로 확인됐다. 유창 계열 법인 5곳 중 4곳은 강 후보자의 배우자가 등기임원, 장인과 처남이 대표이사 및 이사 등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강 후보자가 국세청장에 취임할 경우 처가의 소득세 및 상속세, 유창기업의 법인세, 세무조사 관련 이해충돌 소지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충돌 방지법 2조 6항에 따라 강 후보자의 처가와 이들이 운영하는 법인은 사적이해관계자에 해당한다. 동법 5조1항5호에 따르면 조세 등의 제재적 처분 관련 직무를 담당하는 공직자는 사적이해관계자가 직무와 관련된 사실을 인지할 경우 사전에 신고하고 회피를 신청해야 한다. 

문제는 강 후보자가 조세 업무의 최고 책임자인 국세청장에 취임한다면 이해충돌 방지의 실효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공직자는 소속기관장에게 사적이해관계자에 대한 신고 및 회피 신청을 하는 반면 소속기관장인 국세청장은 사실상 셀프 결정을 하거나 하급자가 대리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천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강 후보자가 국세청 징세법무국과 법인납세국 국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유창 계열 법인 중 ㈜유창은 2020년경 모범납세자 장관표창, 유창강건은 2021년경 모범납세자 세무서장상을 받았다. 당시 모범납세자 선정자는 3년간 유예(지방청장상 이하 2년간) 받고 정기조사 시기를 선택하는 등의 혜택을 받는다. 

이와 관련 천 의원은 "국세청 징세법무국과 법인납세국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개인의 납세의무 준수를 총괄하는 국세청의 '실세' 부서 중 하나"라며 "과연 수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모범납세자 상에 자신의 처가 일가가 두 번이나 수상한 것과 관련해 후보자는 지금까지도 이해충돌의 소지가 없다고 보는지 청문회 과정을 통해 엄중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5·18 왜곡·정치적 세무조사 논란 
더불어민주당은 강 후보자의 역사 왜곡·정치적 세무조사 논란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앞서 강 후보자는 1995년 집필한 석사 논문에서 12·12 군사반란을 '거사',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라고 표현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자 광주시와 5·18재단 등은 강 후보자의 국세청장 지명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강 후보자가 서울지방국세청장 재직 당시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세무조사를 진두지휘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강 후보자의 재직 기간 중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과 연관된 쌍방울 그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연관된 네이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의혹과 관련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과 이스타항공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이어서 서울지방국세청은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을 지적한 뒤 2주 만에 대형 입시학원 및 스타강사의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네이버를 제외한 기업들의 세무조사는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청 조사4국이 맡았다. '국세청장 및 지방국세청장이 특히 중요하다고 인정한' 사안을 맡는 조사4국은 통상 4~5년마다 진행하는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담당한다. 

경기도 성남 판교에 위치한 네이버는 관할청인 중부지방국세청 대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의 교차세무조사를 받았다. 교차세무조사는 관할 지방청과 연고 기업의 유착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지방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제도다. 이에 교차세무조사는 정기 세무조사보다 조사 강도가 높다고 알려졌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세무조사는 정권의 무기가 아니다. 조세 목적 외에는 사용되면 안 된다. 국세청이 정적 제거와 정치 탄압의 도구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며 "강 후보자 임명은 국세청을 정권의 '가드 독'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 될 것이다. 대통령의 사익을 위해 정부의 기능을 망가뜨리는 것은 국민에게는 큰 불행"이라며 강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국세청장 '청문회 불패' 신화 이번에도?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불패 신화'가 깨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2003년 4대 권력기관장(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의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후 2003년 이용섭 14대 국세청장부터 2020년 김대지 24대 국세청장까지 11명의 후보자는 모두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현직인 김창기 국세청장은 2022년 당시 여·야의 원 구성 협상 장기화로 인해 인사청문회를 진행하지 않고 임명됐다. 김 청장은 4대 권력기관장 중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첫 국세청장으로 기록됐다. 

지난달 야권 한 관계자는 본지에 "국세청장 인사청문회는 조용히 지나갈 확률이 높다"며 "관료 출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쟁점이 없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문제가 있는 인사라면 고위공무원단 가급(1급)까지 올라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 정치권 한 관계자는 본지에 "(강 후보자는) 일반적인 경우보다는 논란이 많은 편"이라며 "특히 정치적인 면에서 논란이 있다 보니 야권의 반발이 강하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청문보고서 미채택 임명의 사례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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