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끄는 세계적 국악 연주자이자 멀티 플레이어 아티스트로 활약
피리는 작지만, 국악 합주에서 가장 큰 소리 담당… ‘작은 거인’으로 표현

▲차승현 (사진=서울아트랩 제공)
▲차승현 (사진=서울아트랩 제공)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피리 연주가’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로 차승현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피리 연주가 차승현은 서울대학교 국악과 출신의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로, 2023 서울피리앙상블 회장을 역임했으며, 제35회 온나라국악경연대회 금상, 제5회 김창조 전국국악대전 대상 등을 수상했다. 국악이 세계로 뻗어 나가도록 앞장서서 노력하는 멀티 플레이어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아트랩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교류하고 협업하며 시너지효과는 물론, 많은 발전을 함께 이루고 있다.

차승현은 “서울아트랩 대표님을 비롯해 좋은 동료들을 만난 건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얻은 최고의 행운이자 기회인 것 같다”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차승현 (사진=서울아트랩 제공)
▲차승현 (사진=서울아트랩 제공)

- 피리를 연주하게 되신 동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적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음식점이나 커피숍에서 나오는 음악들을 들으면 음의 구조들이 머릿속에서 저절로 정리됐고, 어릴 적 피아노학원 다닐 때 선생님께서 곡을 쳐주시면 금방 따라 하곤 했죠. 처음에 저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부모님께선 재빨리 제 능력을 알아봐 주시고 음악의 길로 인도해 주셨어요. 더불어 친누나가 이미 가야금을 전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국악의 길로 자연스레 발을 들이게 해주셨고, 그중에 피리라는 악기에 매료돼 지금까지 연주하고 있습니다.

- 피리란 어떤 악기라고 정의하고 싶으신가요.

▲매력이 넘치는 악기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작은 거인’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작은 악기지만 국악 합주에서 가장 큰 소리를 담당하고 있어 음악을 이끌어나가는 리더 역할을 맡고 있거든요. 때문에 ‘작은 거인’이라고 정의하고 싶네요.

▲협연 중인 차승현 (사진=서울아트랩 제공)
▲협연 중인 차승현 (사진=서울아트랩 제공)

- 세계적으로 K-컬처가 주목되면서 국악에도 관심이 매우 커진 경향인데요, 차세대 국악 연주자로서 피리 연주가의 전망은 어떠할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세계적으로 K-컬처가 주목되면서 국악에도 관심이 매우 커진 경향인데요’라는 말씀이 먼저 생각에 잠기게 하는데요. 전보다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관심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항상 노력해 대중들에게 좋은 음악, 좋은 작품으로 보답해야겠지요.

피리 연주가의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저는 피리로 무엇을 표현할지에 대한 생각과 상상을 늘 많이 하는 편이에요. 행동으로 옮겨서 결과로 만드는 것은 제 몫이겠지만 피리가 가진 고유의 색감과 매력이 분명하기 때문에 특히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그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해요.

- 서양악기와 비교했을 때 피리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피리는 악기 제작에 있어 최소치의 작업만 해 놓은 상태예요. 심지어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다 자연의 소리에 가까운 사운드를 만들어내지요. 듣는 이로 하여금 전달력은 강하지만 개량이 많이 되어있지 않아서 빠른 패시지나 테크니컬한 연주법이 힘든 면이 있고 악기의 음역 또한 제한적인 것이 단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차승현 (사진=서울아트랩 제공)
▲차승현 (사진=서울아트랩 제공)

- 대중들이 피리 연주를 감상할 때 어떤 점에 포인트를 둬야 최고로 감동할 수 있을까요.

▲소리뿐만 아니라 연주자의 호흡과 표정을 읽으시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스포츠 선수가 헐떡이는 그 모습이 더욱 멋있어 보이는 것처럼 연주자도 긴장감에 따른 호흡의 느낌이 달라요. 저는 개인적으로 표정과 눈빛에서도 음악적 뉘앙스를 취하려고 하는데요. 이러한 시각적인 부분들도 놓치지 않고 감상하신다면 최고의 감동을 전달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피리를 연주하시면서 많은 행복감을 느끼시겠지만 뿌듯함과 기쁨을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고, 반대로 회의감이 들었던 적이 있다면 무엇 때문일까요.

▲요즘 음악 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살아가면서 남들에게 인정받고 박수받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고 있어요. 그렇기에 무대에서 받는 그 열띤 호응과 뜨거운 박수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과 기쁨을 느끼게 해줍니다.

회의감은… 글쎄요~. 회의감보다는 최근에 음악적으로 고민이 많았던 적이 있어요. 최근 서울아트랩이 기획한 ‘크로스오버 스탠딩 콘서트 N-ART’라는 공연을 올렸는데, 클래식과 국악이 EDM과 어우러지는 새로운 장르에의 도전이었거든요. 공연은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연습 과정에서는 스스로 많은 난관에 부딪혔어요. 세계 최초 시도이다 보니 음악적으로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조의 한계, 좁은 음역대, 반음 진행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피리로 만들어 내고자 하니 연습 시간이 평소보다 배로 들더라고요.

피리, 태평소, EWI(전자 관악기), 북, 장구… 다양한 악기들을 연주했는데, 제가 워낙 승부욕이 강해서 악기에 지고 싶지 않았어요. 연습해서 안 되는 건 없더라고요. 난이도 높은 공연이었지만 마침내 해냈을 때의 그 희열이 더 짙게 남았고, 음악적으로는 크게 성장한 계기가 됐어요.

▲차승현 (사진=서울아트랩 제공)
▲차승현 (사진=서울아트랩 제공)

- 자신의 음악 세계와 음악에 대한 가치관은 무엇이고, 그것이 형성하게 된 계기나 배경은 무엇인가요.

▲‘과연 좋은 ‘음악’이란 무엇일까?’ 항상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봅니다, ‘소리 음’, ‘즐길 락’. 말 그대로 소리를 즐기라는 뜻을 가진 만큼 관객뿐만 아니라 연주자 나 자신도 함께 즐겨야 하고 그 자체가 음악이 가진 가치더라고요.

분명 음악이 주는 힘이 있잖아요. 그 음악을 피리로 표현했을 때는 더욱 전달력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러한 생각들을 가지고 피리로 희로애락을 모두 표현하고자 하는데요, 말로 표현하려니 어렵네요. 직접 제 공연에 오셔서 경험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현시대가 필요로 하는 트렌디한 국악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 요즘의 트렌디함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통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 무엇을 접목시킬 수 있는지, 만들어 낼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해요.

둘째는 자신감과 자기 객관화예요. 저는 저를 믿는 힘이 강해요. 항상 자신 있게 도전하며, 스스로 음악적 흡수력이 빠르다고 생각되는 자기 객관화를 통해 피리뿐만 아니라, 태평소, 생황, 대피리, EWI(Electronic Wind Instrument), 건반, 작곡 등 다양한 공부를 병행하고 있어요.

셋째, 좋은 동료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음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죠. 마음이 맞고 추구하는 방향이 맞는 동료들을 옆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넷째, 많은 도전과 시도를 통해 대중들의 관심이나 반응이 어땠는지, 또 어떠한 것들에 열광하고 있는지 항상 눈과 귀를 열고 있어야 하는 것이 필요해요.

▲차승현 (사진=서울아트랩 제공)
▲차승현 (사진=서울아트랩 제공)

-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국악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음악적 시도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저도 열심히 연구하고 개발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인데요. 도전, 개발, 발전도 좋지만 국악이 가진 고유의 색감을 잃지 않으려고 힘써야겠죠. 그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해요.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요즘 더욱 똑똑하고 재능이 많은 천재 국악인들이 많이 배출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악계의 발전이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 마지막으로 차승현 연주자처럼 멋진 피리 연주가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 있게 이것저것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분명 많은 난관과 벽에 부딪히겠지만 저는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얻었거든요. 즐거움은 찾는 것이지 기다리는 게 아니에요. 항상 진심이 이끄는 곳으로 후회 없게끔 당당히 걸어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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