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과반득표 실패 시 반한 후보 단일화에 ‘어대한’ 깨질 수도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좌),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우)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구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대세론을 업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대 출사표를 내면서다. 여기에 유력 당권주자로 꾸준히 거론됐던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수도권 중진 나경원‧윤상현 의원 등이 당권대열에 합류하면서 국힘 당대표 선거구도에 윤곽이 잡히는 모양새다. 이에 7.23 당대표 선거의 변수도 크게 ①윤-한 재결합 ②친윤 집결지 ③반한 연대 등 세 가지로 좁혀지고 있다.

국힘 차기 당대표 선거가 지대한 관심 속에 흥행이 예고된 분위기다. 이달 말 여권 거물급 인사들이 속속 당권도전 의사를 내비치면서다. 무엇보다 원외 민심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한 전 위원장의 전대 약진을 예상하는 관측이 나오지만, 나경원‧원희룡 등 그에 대적할 후보군도 당내 기반과 정치 구력이 탄탄해 당대표 선거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아울러 여당 차기 전대는 이재명 대표의 연임을 견제할 대항마가 전무한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내부적으로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변수가 산재한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與 전대 교통정리, 尹-韓 재결합이 관건  

국힘 전대를 한 달여 앞둔 현재 여권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20년 지기 전우에서 정계 진출 후 불편한 관계가 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재결합 여부다.

한 전 위원장은 법무장관을 거쳐 비대위원장으로 발탁되기까지 윤석열 정권 2인자, 황태자 등으로 불리며 차기권력으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총선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공천권 행사, 김건희 여사 이슈 등으로 용산 대통령실과 노선이 엇갈리며 윤 대통령과도 사이가 멀어졌다.     

총선 후 당대표 선거가 임박하자 국힘 내부는 또 다시 친윤(친윤석열)과 친한(친한동훈)으로 갈린 대립구도가 빚어지고 있다. 친윤계에서는 한 전 위원장을 향한 노골적 공세나 견제는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한동훈은 안 된다’는 내부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친윤계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총선 참패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당정 결속이 중요한 시점인데, 한 번 신뢰가 틀어진 인사를 재신임할 수 있겠나”라며 “현재 당 내부는 ‘어대한’과 정반대 분위기다. 다른 후보들이 충분히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원 전 장관과 나 의원을 의식한 듯한 취지를 내비쳤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은 당대표 출마와 동시에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며 ‘화해 모드’에 돌입한 모습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그는 지난 19일 윤 대통령에게 직접 당대표 출마 의지와 함께 “용산 대통령실과 신경전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전했다고 한다. 또 그는 이날 연락에서 여소야대 위기를 극복할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결의도 내비쳤다. 이에 윤 대통령도 “잘 해보라”는 격려로 화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그는 최근 친윤계 의원들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의 당권행보에 보탬이 돼 달라는 취지를 거듭 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전대 룰 개정으로 민심이 일부 반영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책임당원 투표비중(80%)이 월등히 높은 당대표 선거를 원외 지지세에만 의존해 치르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선’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움직임인 셈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이 친윤을 전면 포섭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는 만큼, 전대시계가 빨라질수록 한 전 위원장 측이 윤-한 회동에 더욱 적극성을 보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반면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강세가 뚜렷한 한 전 위원장에 대적할 ‘제2의 김기현’을 내세우기엔 야권발 특검 공세에 민심 여론과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이에 두 사람이 전대를 앞두고 향후 당정관계에 대한 합의점을 찾으며 극적 재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10일 오후 인천 계양구 선거사무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10일 오후 인천 계양구 선거사무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친윤 ‘전대 집결지’는 원희룡? 나경원? 

여당 집권세력인 친윤이 차기 당대표로 누굴 지목하느냐도 중대 관심사다. 현재로선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재결속 여부와 후속 출마자 등을 예의주시하며 전대 판세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현재 친윤에서는 계파색이 뚜렷한 당권주자를 내기 마땅찮은 실정이다. 지난해 3.8 전대처럼 당 주류가 비주류를 핍박하는 구도로 흘러가게 되면 자칫 한 전 위원장을 향한 동정론이 증폭하며 판세가 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친윤이 수도권 비윤(비윤석열) 중진인 나경원 의원을 차기 당대표로 밀 것이라는 후문이 나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다만 지난 20일 원희룡 전 국토장관이 ‘당정일체론’을 띄우며 당대표 출마 의지를 내비치면서 친윤의 시선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원 전 장관은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대장동 일타강사’로 나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저격하며 여론전을 주도했고, 지난해 7월에는 김건희 여사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최전방에서 방어한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이재명 대표와 맞붙은 끝에 8%대 득표율 차로 낙선했으나, 결과적으로 차기 대권주자로서 체급을 불린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내부 사정에 밝은 당 관계자는 “원 전 장관이 (전대) 불출마를 적극 고려하기도 했지만, 친윤 일부에서 당대표 출마를 적극 권한 끝에 마음을 돌렸다고 들었다”면서 “아무래도 선거연대에 조심스러운 나경원 의원보다는 원 전 장관에게 (친윤이)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韓 ‘1차 투표에서 결판내야’ vs 元·羅 ‘결선만 가면 승산’ 

21일 현재까지 전대 출마가 가시화된 후보는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해 원 전 장관, 나 의원, 윤상현 의원 등이다. 향후 ‘1강’으로 분류되는 한 전 위원장과 나머지 후보들이 대치하는 국면으로 흘러갈 공산이 커 보인다. 

따라서 만약 1차 투표에서 한 전 위원장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며 결선으로 가게 되면 1차 투표 최다 득표자들을 중심으로 반한(反韓) 공동전선이 꾸려지며 전세가 뒤집힐 수 있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당내 기반이 취약한 한 전 위원장에게 불리한 구도가 될 수 있는 만큼, 한 전 위원장으로선 반드시 1차 투표에서 결판을 낸다는 각오로 전대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원 전 장관과 나 의원 등도 어떻게든 결선만 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 아래 물밑 연대를 도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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