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530일 문을 열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업무를 보는 국회의원회관은 지금 혼돈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회관 복도에는 각 방에서 내놓은 집기와 책, 쓰레기들로 사무실 입주도 어려운 상태입니다. 가까스로 사무실 책상에 앉아도 컴퓨터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의원실이 많습니다. 22대 국회는 사무실도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일단 문을 열었습니다.

22대 국회가 이렇게 개문발차를 한 이유는 21대 국회 때문입니다. 21대 국회는 임기 만료를 하루 앞둔 528일까지 본회의를 열었습니다. 민주당은 52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 재의결을 시도했으나, 부결되었고, 단독으로 민주유공자예우관련법 제정안, 4·16세월호참사피해구제지원특별법 등의 법안을 처리했습니다.

국회가 528일에 본회의를 잡아놓으니 21대 국회의원들, 특히 낙선한 의원들은 28일까지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 머물 명분이 생겼습니다. 보통 낙선자들은 임기 마치기 2주 전쯤 짐을 쌉니다. 미리 비워줘야 새로운 의원실 주인들이 업무를 시작할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 21대 국회의원들은 임기 마지막 날까지 사무실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국회의원회관은 혼돈의 도가니이지만, 회관을 오가는 의원들이나 보좌진들의 표정은 밝습니다. 직원식당에도 사람이 붐비고, 주차장마다 차들이 꽉 들어차 있습니다. 축하 화환을 실어나르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곳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 특유의 두근거림과 활력이 느껴집니다.

의원들이 사무실 정리보다 더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보좌진을 구성하는 일입니다. 국회의원은 4급부터 9급까지 8, 인턴까지 포함해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고, 공무원 신분을 가집니다. 보통 임기 첫해에는 선거캠프에서 뛰었던 인력들이 보좌진 자리를 꿰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들어 온 새로운 사람들은 여름, 가을 지나면서 어엿한 보좌진이 되어갑니다.

6월이면 의원들이 활동할 상임위도 정해질 것입니다. 여야는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어느 당이 가져갈 것인가를 두고 싸우고 있습니다. 결국, 법사위는 민주당 몫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원 구성에서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지만, 민주당은 여차하면 상임위원장 전체를 다 가져와 버리면 그만입니다.

22대 국회는 이재명 대표에게 달려 있습니다. 171석을 가진 민주당의 대표이면서, 민주당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장 선출 과정에서 이 대표가 밀던 것으로 알려진 추미애 의원이 아닌 우원식 의원이 국회의장에 된 것도 해프닝에 불과합니다. 민주당 내 누구도 그 일로 이 대표의 리더십에 금이 갔다고 생각하지 않죠.

22대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달려 있기도 합니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흔히 말하는 멸망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로의 목을 건 단두대 매치입니다. 상대를 감옥에 집어넣거나 끌어내리지 않으면 내가 끌려 내려오거나 감옥에 가야 하는 상황이죠. 국회에서도 이 둘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겁니다. 22대 국회의 새로운 시작, 기대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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