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약자와의 동행’… 장애청년 지원은 ‘누구 몫?!’
서울연구원 조사결과 ‘장애청년 창업 지원 필요하다 97% 응답’
서울시 “취약계층들 창업까지 생각하기 어려워, 힘·기술·지식 필요”

서울시청. [박정우 기자]
서울시청.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2022년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청년종합계획’에 따르면 시는 오는 2025년까지 청년 지원 정책에 총 6조3000억 원을 투입한다. 오세훈 시장은 “이전 종합계획보다 예산 규모도 8.8배 늘려 폭넓고 촘촘하게 지원하겠다”라며 ‘청년서울’을 약속했다. 올해 시는 청년 창업 지원을 통해 1000개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 종합계획에 장애청년 창업 지원책은 없다. 시 관계자는 “장애인 별도 청년 창업 지원책은 없다”라며 “취약계층이 창업까지 생각하기에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연구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청년 맞춤형 창업 지원책’ 필요성을 두고 조사대상인 장애청년 98%가 긍정 답변을 내놨다. 연구진은 “창업 지원책 개발은 적극 추진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현재 서울시의 장애청년 창업 지원사업은 한 장애인 재단에 의해 자금 지원 및 컨설팅 등이 이뤄지는 수준에 그친다.

2022년 서울시는 ‘2025 서울청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25년까지 청년을 위해 총 6조3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오세훈 시장은 꾸준히 ‘청년서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종합계획 발표 현장에서도 “2021년 4월 취임 이후 청년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라며 “청년 삶 전반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을 마련했다. 예산 규모도 6조2810억 원으로 8.8배 늘려서 청년의 삶을 최대한 폭넓고 촘촘하게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청년이 꿈을 잃은 사회는 미래가 없다. 서울시는 불공정과 불평등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2030 청년세대가 희망을 갖고 다시 봄을 노래할 수 있도록 ‘청년서울’을 만들겠다”라고 전했다.

실제 오 시장표 종합계획은 故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추진했던 청년 종합계획 ‘2020 서울형 청년보장’보다 예산과 사업 규모가 커졌다. 오 시장의 종합계획에는 청년 ‘창업’을 위한 지원 사업도 포함돼 있다.

서울시 청년 창업 지원, 1000개 기업 육성 ‘포부’

종합계획에 포함된 캠퍼스타운사업은 ‘창업하기 좋은 도시’를 목표로 대학이 학외로 나와 창업기업을 육성하고 지역 소상공인과 상생해 캠퍼스타운을 형성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시는 올 한해만 1000개의 청년 창업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시는 지난 9일 청년 창업가를 발굴·지원하는 ‘2024년 서울시 청년 골목창업 경진대회’ 참여자를 모집하며 “청년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자금과 경험 부족으로 좌절되지 않도록 창업에 실제 도움이 되는 실전형 지원 콘텐츠를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겠다”라고 전했다.

“장애청년 창업 지원 없다”, “취약계층은 자립 도와준다”

본지는 지난해 5월19일 서울시 장애청년 창업 지원 사업 부재를 보도(제1517호 참조)한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서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사업 진입장벽이 높아 세심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시의 장애청년 대상 창업 지원 정책은 없었다.

당시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서울청년 행복 프로젝트’는 나이나 소득조건에 따라 대상이 나뉘기는 하지만, 장애인 쪽은 전문성이나 인프라가 필요해 따로 이번 사업에 포함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장애청년 지원은 전문성과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밝힌 시. 다양한 청년 창업 지원 정책을 이어나가는 올해에도 장애청년 창업 지원 정책은 없었다. 지난 14일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 관계자는 “장애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장애청년들의 창업 활동이 용이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서울시 창업정책과 관계자는 “장애인 별도의 창업 지원 정책은 없다”라며 “창업은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해서 투자를 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창업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힘과 기술, 지식이 필요하다”라며 “취약계층이 창업까지 생각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 기본적으로 공공일자리 등 취업 시장으로 들어오게 한 뒤 자립하게 도와준다”라고 부연했다.

취약계층은 창업과 거리가 멀다?… “정책 필요” 97%

서울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서울시 청년장애인의 창업수요와 지원정책 개선 방안’에서는 ‘창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 내 청년장애인’ 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장애청년에게 창업 희망 여부를 물은 결과 긍정 20명(52.6%), 부정 18명(47.4%)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창업 관심 장애청년 대상 설문임에도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가’ 질의에 부정 응답이 30명(78.9%)인 것을 두고 “장애청년들이 창업에 대한 관심이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창업을 희망하거나 준비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청년을 위한 맞춤형 창업지원 프로그램이나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해서는 장애청년 97.4%가 긍정 응답을 택했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장애청년 대상자들의 창업 지원에 대한 관심도는 매우 높은 편이며, 정책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강하기 때문에 장애청년 창업지원 정책의 개발은 향후 적극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창업을 원하는 장애청년들은 그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인생의 큰 경험이 될 것 같아서’ 등을 꼽았다. 

서울시에 없는 장애청년 창업 지원, 결국 장애인 단체 몫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재단법인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장애인센터)는 “장애인 창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라며 지원 환경 구축을 위한 노력에 나섰다. 장애인센터는 지난달 30일 장애인 예비창업자 및 업종 전환 희망자를 대상으로 초기 창업자금을 최대 2000만 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매장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 ‘브랜드 개발’, ‘마케팅·홍보’, ‘잡기 구입’, ‘업종 전환 희망자 대상 폐업 비용’ 등 창업 초기 비용을 지원하고 전문 컨설팅을 제공한다. 특히 중증·저소득·여성 장애인 지원 쿼터제를 실시해 사회적 배려 대상의 참여 기회를 확대했다. 또 장애청년의 경우 가점을 부여하는 등 청년 창업자도 우대했다. 

박마루 장애인센터 이사장은 “증가하는 장애인 창업 수요에 발맞춰 고객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창업지원 인프라 조성과 공정한 지원 환경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사업을 통해 자금을 지원 받은 인원은 2018년도부터 지난해까지 총 1067명에 달한다. 이 중 473명은 창업을 완료했다.

특히 수혜 기업의 3년 영업지속률은 지난해 기준 73.1%로 초기 자본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에게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세훈 시장 ‘약자와의 동행’, “정책 기조는 그 반대 같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재보궐선거 당시 ‘안심 서울’ 슬로건을 내걸며 당선됐지만, ‘여성 대상 성범죄 예상’을 위한 ‘안심귀가 스카우트’ 관련 예산을 축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나라살림연구소는 “공식적인 공공질서 및 안전 분야 예산은 물론 실질적 안전 지출액 모두 감액됐음이 확인됐다”라며 “특히 같은 기간 서울시 시비가 28% 증가한 것과 대비하면 실질 안전 예산 지출액 감소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발표된 ‘취약 아동·가족’ 지원 사업에는 3105억 원이 투입됐지만, 그해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신규 사업’은 없었다. 당시 서울시 복지정책실 관계자는 “‘노인복지’ 지원 사업은 올해는 기존 사업만 유지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밖에 ‘노동복지’ 관련 사업도 삭감된 바 있다. 2022년 12월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올해 전태일기념관은 15억에서 6억7000만 원으로, 서울노동권익센터는 35억 원에서 25억 원으로, 강북노동자복지관은 3억4700만 원에서 2억4000만 원으로 삭감된 예산이 배정됐다.

당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약자와의 동행을 표방하지만, 지원 대상이나 기준을 봤을 때, 정책 기조는 그에 반하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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