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오 시장, 어떤 자료 근거로 사업 발표했나”
서울시 “용역 완료되면 의회에 결과 전달할 것”

올 10월 ‘한강 리버버스’ 운항을 시작을 발표하는 오세훈 시장. [서울시]
올 10월 ‘한강 리버버스’ 운항을 시작을 발표하는 오세훈 시장. [서울시]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인 ‘한강 리버버스’를 두고 각종 의문이 제기됐다. 오 시장은 오는 2030년 한강에 100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수상시설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현재 리버버스 관련 208억 원을 편성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수익성·안전성’을 두고 세부 계획이 필요하다 지적했고, 시민단체는 환경파괴를 우려했다.

시의회는 시가 약속한 사업 용역 결과보고서를 받지 못한 상태다. 이영실 시의원은 “5장짜리 설명 자료만 받았다”라며 “용역 결과도 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시는 “용역 결과를 통해 계획을 수립했고 발표를 진행했다”라면서도 “결과보고서 작성이 완료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시의회는 이를 두고 “사업을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라며 의문을 표했다. 시민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오 시장의 리버버스 사업이 성사될 지 이목이 집중된다. 

오세훈 시장이 서울을 ‘리버시티’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강 물 위에 호텔·오피스텔이 들어서고 리버버스·서울항 등의 수상 교통망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6년 후인 2030년에는 1000만 명이 한강 수상시설을 이용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2024년도 예산안으로 리버버스 등 수상교통 선착장 조성에 208억 원을 편성했다. 

리버버스는 올해 10월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시는 199명을 태우고 31.5km/h로 운항하는 친환경 선박 8척을 오는 9월까지 건조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이유다. 과거 오 시장 재임 시절 조성한 세빛둥둥섬, 한강교량 전망카페 등이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세빛둥둥섬의 경우 시행사 부도, 세금 문제 등의 파행이 벌어졌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는 오 시장의 재정·세금 낭비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결국 2014년 개장 후 1200억대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한강교량 전망카페 중 규모가 가장 큰 동작 구름카페도 시와 민간 운영자 간 권리금 소송으로 2014년부터 2년 가까이 폐쇄된 바 있다.

수익성·안전성·환경파괴 ‘리버버스’ 강행? 전문가 우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름 장마철이면 한강 잠수교를 통제하고 고수부지 일부는 물에 잠긴다”라며 “이 기간 영업을 못 해 수익성 문제가 불거지는 한편, 수상교통을 활용할 수 없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안전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세부적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환경파괴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향희 서울수달네트워크 전 운영위원장은 “지난 20년간 이어져 온 한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최근 몇 년간 무색해지고 있다”라며 “지금 한강의 수상시설은 과하다”라고 밝혔다. 조해민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 활동가도 “한강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생태축”이라며 “공공성을 지켜나갈 방법을 더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리버버스 사업에 대한 우려는 서울시의회에서도 이어졌다. 오는 10월 운항 시작을 예정하고 시가 시간 맞추기에 급급해 졸속 추진을 해나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송재혁 서울시의원은 지난 4월29일 임시회 리버버스 심의에서 “본 사업은 시민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무리한 추진”이라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리버버스와 소방선박을 비교하기도 했다. 리버버스 선박은 시민 안전을 책임지게 될 여객선이지만 6개월 만에 제작돼 출퇴근에 투입될 예정이다. 소방재난본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소방정의 선박 건조 기간은 1년 6개월이다. 송 의원은 이를 두고 “터무니없이 무리한 일정”이라며 “2027년 흑자 전환에 맞춰 비용을 축소해 산출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시의회 “객관적 자료 없이 실시설계? 주먹구구식 추진”

지난 3월 시의회 업무보고에서도 리버버스 사업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가장 문제제기는 경제성을 분석한 용역자료의 여부였다. 이영실 시의원은 “리버버스 운영 활성화 방안 용역자료를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5장짜리 설명 자료만 받은 상태”라며 “사업 시작부터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장의 발표까지 마친 상황에서 객관적인 자료조차 확보하지 않고 실시설계에 들어간 건 안일한 행정”이라고 질타했다. 지난해 주용태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연말까지 리버버스의 용역 1차 년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1차 용역을 통해 경제성 분석 등 리버버스 운행 개시에 필요한 주요 사항이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본 사업은 ‘조건부 추진’으로 투자심사를 통과했다.

이 의원은 “리버버스 사업은 수상 대중교통수단이라는 명분으로 어마어마한 시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이라며 “미래도시 서울을 고민하는 오 시장의 의지는 존중하지만, 저성장이 일반적으로 자리 잡은 현재 시점에서 막대한 공공 예산이 투입된 정책의 실패는 곧 글로벌 도시 서울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5월30일 본지 취재진은 이 의원에게 ‘현재 시로부터 리버버스 관련 경제성 분석 등 상세한 용역자료를 전달받은 상황인가’ 질의했으나 “전혀 없었다. 관련 자료를 계속 요청했으나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라고 답해왔다. 

시의회 “자료 아직 못 받아” 분석 마쳤는데, 보고서 아직?

시의회 관계자는 감사 당시 요청한 자료들을 시로부터 아직 받지 못했다고 전해왔다. 관계자는 “용역이 마무리가 안 됐다는 이유로 전체 자료를 다 못 받고 있다”라며 “‘압축본’이라는 A4용지로 정리한 5장짜리 자료 정도만 받았다. 계속 전체 자료를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5장짜리 자료에는 비용추계 정도 수준의 내용만 담겨있는데, 오 시장의 발표 자료에서 조금 더 추가됐을 뿐, 정밀하게 분석된 자료는 없었다”라며 “용역을 절차대로 진행하다 보면 데이터가 쌓일 수밖에 없을 텐데 여전히 자료를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같은 날 시 관계자는 용역이 완료되면 별도로 시의회에 결과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용역 결과보고서에는 리버버스 운영 활성화에 대한 전반적인 요소가 다 있다”라며 “그 결과를 통해 계획을 수립하고 대외 발표도 한 것이다. 다만 용역 결과보고서가 아직 나오지 않은 것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말까지 경제성 분석이 가능한 용역 결과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추심을 받은 사항에 대해서는 “용역을 통해 분석 결과는 다 나왔고, 절차도 명확히 밟았으나 아직 결과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것”이라며 “시의회에도 결과보고서가 나오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6월 말에 나올 예정이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시로부터 6월 말 결과보고서를 받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올해 3월에 이어 6월로 미뤄진 것을 미루어 보아 당장 리버버스 시행을 앞두고서야 결과보고서를 내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관계자는 “시장이 전체 발표를 진행하려면 어느 정도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데, 당시 어떤 자료를 근거로 발표를 했었느냐가 가장 궁금한 부분이다”라며 “일부 시의원들은 자료도 확보하지 않은 채로 (리버버스 사업을) 발표한 것은 아닌가 의구심을 갖고 있다”라고 전했다.

“용역 결과보고서 실제 존재할까”

시의회는 완성본이 아니어도 되니 경제성 분석을 위해 진행 과정 등이 담긴 자료라도 전달해달라고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시는 공식적인 제출인만큼 가공되지 않은 자료를 쉽사리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31일 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보고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아 전달 가능한 자료를 계속 정리해서 준 것이다”라며 “행정부 입장에서 공식적인 데이터를 아무렇게나 제출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시의회는 현 상황을 두고 사업에 대한 용역 결과도 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관계자는 “자료가 정말 전달해준 5장짜리밖에 없다면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부족한 데이터를 가지고 진행하고 있는 것인가”라며 “용역 결과보고서가 나오고 충분히 진행해도 늦지 않는데 왜 급박하게 진행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당장 오는 10월 운행을 앞두고 있지만 리버버스 사업 용역 결과보고서는 현재까지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시의회는 남은 기간 내 경제성·안전성 등을 검토하기에는 급박하다고 지적한다. 결과보고서 작성도 미뤄진 가운데, 시의회의 감사와 지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업 진행을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의회는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오 시장의 1000만 서울시민을 위한다는 리버버스 계획이 또 다른 세빛둥둥섬 사업으로 전락하지 않을지, 철저한 타당성 분석과 검토가 뒤따를지 1000만 시민의 눈과 귀가 서울시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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