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측근‧드루킹 특검에 열린우리당‧민주당 반발 일색...尹 발언은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검증대상]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야당(민주당)도 집권 시기에  어떤 특검 여론이 비등했을 때는 늘 주장하는 것이, 검찰 수사가 또는 경찰의 수사가 봐주기 의혹이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특검을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라며 “그런 특검 여론을 늘 반대하고 이렇게 해왔다”고 주장했다. 야권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등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강조한 발언으로 읽힌다. 이에 본지는 윤 대통령의 주장대로 과거 구 민주계 집권당이 여권발 특검 이슈에 빈번히 반대했는지 여부를 살펴봤다.

[검증방법]
-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 거부권 발동 전 열린우리당 측 반대 발언(김원기 공동의장, 한국경제 2003년 11월24일자 보도)
- 노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표결 열린우리당 측 발언(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 국회 법사위 2003년 11월7일 회의록)
- 노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에 대한 청와대 입장(윤태영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 YTN 2003년 12월4일자 보도)   
- 김경수 민주당 의원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한 민주당 반대 발언(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 발언, 뉴스1 2018년 4월19일자 보도)
- 이해찬 민주당 당대표 후보 발언(2018년 8월5일 이해찬 페이스북)
-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발언(2018년 8월3일 우원식 페이스북)  

[검증내용]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채상병‧김건희 특검을 매개로 윤석열 정부를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4.10 총선 압승으로 압도적 국회 의석수를 확보한 야권은 정국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특검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방침을 고수하자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의 특검 공세에 대해 사정당국의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특검 진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수사가 채 종결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특검을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도 과거 집권기에 특검 압박을 받을 때면 반대했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과거 “그런 특검 여론을 늘 반대하고 이렇게 해왔다”고 주장하며 특검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거듭 호소했다.

그렇다면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절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및 김경수 의원 드루킹 댓글조작 특검을 대하는 태도는 어땠을까. 당시 열린우리당(현 민주당)과 민주당의 특검 대응을 살펴보고 윤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인지 톺아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좌), 문재인 전 대통령(우) [뉴시스]
노무현 전 대통령(좌), 문재인 전 대통령(우) [뉴시스]

盧측근 특검에 靑‧與 “수사 중 특검범 통과 전례 없어...거부권, 盧 고유권한”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전후해 최도술·이광재·양길승·이영로 등 노 대통령의 최측근 4인방이 뇌물수수, 불법자금모금 등으로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이 증폭됐다. 이에 검찰 수사가 진행됐으나, 그 실체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는 여론이 부상했다. 여기에 노 대통령이 해당 측근들을 재신임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기름을 끼얹으며 사태가 악화하자 이들에 대한 특검법 추진이 급물살을 탔다.

이에 당시 노무현 청와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야당인 한나라당 주도 아래 전격 추진된 측근비리 특검법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검찰수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당해 11월 특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표결을 거쳤을 당시에도 열린우리당 측은 검찰 수사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 특검법 명칭을 최도술·이광재·양길승·이영로 4인방의 혐의가 확정된 듯한 취지로 명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 등 고강도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경과를 우선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은 당시 “일례로 최도술 씨에 대해서도 보면 어제 부산지역 상공회의소 회장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미 충분히 이루어졌고 수사가 내내 계속 진행 중인 사건”이라며 “길승 사건도 마찬가지로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고, 이런 여지껏의 특검의 전례에 비추어봐도 검찰수사가 종결되기 이전에 수사가 진행 중인데 특검을 했다는 사례는 아직 없었다”고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따라서 우선은 검찰수사가 충분히 진행되고 종료된 이후에 특검을 논의해도 늦지는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노 대통령이 해당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고심 중이었을 당시에도 김원기 열린우리당 공동의장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헌법의 고유권한”이라며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까지 특검정국을 끌고가 정치비리사건을 당리당략에 악용하려 한다”고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당위성을 불어넣었다.

같은 해 12월 특검법이 국회에서 재의결된 이후에도 노무현 청와대는 특검법이 끝내 국회 문턱을 넘은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특검법 재의결 소식에 ‘알았다’고 단답했다고 전하며 “이번 재의결이 정치적 목적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흔드는 부정적 선례를 남기게 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도 “검찰수사 중에 국회가 특검법을 통과시킨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그러면 검찰이 수사를 하다 말고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반문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뉴시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뉴시스]

김경수 특검에 민주 “수용 불가, 드루킹 특검할 사안 아냐”

지난 2018년 여야 정치권을 정쟁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김경수 민주당 의원의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도 거대 특검 정국을 야기했다. 특히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였던 만큼 파장도 거셌다. 댓글조작 의혹은 온라인 필명인 ‘드루킹’(본명 김동원) 등 댓글부대가 조직적으로 불법 여론조작에 가담했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당해 4월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이 특검 대상으로 지목되자, 여야 공방도 치열해졌다. 당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의 동시 공세에 경남도지사 출마를 앞뒀던 김 의원은 당월 19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특검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여당인 민주당은 강력 반발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김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에게 드루킹 특검 수용 여부에 대해 “특검은 안받는다. 지금의 경찰과 검찰은 지난 정권의 경찰, 검찰이 아니다. 정권의 말을 전혀 안듣는다. 특검까지 들어가면 진짜 정쟁의 소용돌이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우리 입장은 빨리 지방선거 전에 검경 수사를 받는 것이다. 이게 오래 걸리는 수사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이후 같은 해 8월에는 자한당이 특검 수용을 거듭 촉구하자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저는 특검을 수용한 사실이 없다”라며 “특검은 우리당 내부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의견이 대다수이기에 제가 원내대표라 할지라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때 민주당은 특검에 부정적인 기류를 내비치면서도 국회 파행을 끝내기 위해 대승적으로 특검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섞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이해찬 당대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은 애초 특검을 할 정도의 사안이 아니다”라며 “검찰 조사로도 충분히 사실관계를 밝힐 수 있었지만, 민주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야당의 요구를 수용했다. 김 지사가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있는 만큼 야당도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정치공세를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검증결과]
노 대통령 측근 특검과 드루킹 특검이 화두에 올랐을 당시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특검법 처리 전후로 뚜렷한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드루킹 특검의 경우 결과적으로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는 것 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여야 공감대에 따라 국회에서 처리되긴 했다. 그러나 이 또한 당시 여당(민주당)의 ‘심리적 찬성’에 따른 결과로 보기 어려운 만큼, 윤 대통령이 “야당도 특검 여론에 늘 반대했다”고 주장한 바는 ‘사실’로 판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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