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총체적 위기 상황이 엄중하다. 국내에선 고금리·고유가·고환율의 ‘3고’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해외에선 한국경제를 어디 한 곳 성한 데가 없는 ‘성인병(成人病) 종합 세트’라고 진단하고, 한국경제 기적의 종언과 인구절벽에 따른 국가소멸을 우려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일부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확장억제 전략을 부인하는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되는 외교안보 위기 상황이다.

22대 4.10 총선의 유일한 키워드는 ‘심판’이었고, 윤석열 정권의 탄생 명분이 되었던 ‘상식’과 ‘공정’이 정권을 겨누는 칼로 바뀌었다. 국민의힘은 헌정사상 초유의 ‘3연패’를 했고, 한국은 완전히 동·서로 양분되었다.

촛불 광란에서 시작된 한국 정치를 벼랑 끝으로 내몬 ‘진영(陣營) 정치’는 이재명 대표가 다수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든, 조국 대표가 유죄판결을 받았든 중요하지 않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범법자, 부동산 투기꾼, 희대의 막말꾼이어도 상관없다. 그가 ‘우리 편’이냐 아니냐만이 중요하다. 도덕적 흠결이 오히려 정치적 자산이 되는 ‘팬덤 정치’가 나라를 두 동강 내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 진영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에 바탕을 둔 ‘진영 정치’는 영호남 지역대결보다 더 위험하다.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극한 대립과 ‘묻지마 반대’가 우리 정치를 ‘4류’로 내몰고 있다.

현재 한국의 좌우 이념 갈등은 1945년 해방 직후의 좌우 대립을 방불케 한다. 과거 7, 80년대 권위주의 시절에도 집권 세력은 민주화를 수용하려고 했고, 민주화 세력도 투쟁 일변도로만 가지 않았다.

퇴장해야 할 종북 주사파 운동권이 한국 정치의 주류로 다시 부상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1인 체제인 ‘명심(明心)당’으로 급속히 퇴행하고 있다. 이 대표의 당 운영 중심은 김정은 왕정의 ‘이씨조선 시스템’ 그대로 따라 하기이고, 정치는 다수결 독재(‘개딸 전체주의’), 경제는 포퓰리즘이다.

야권에서 ‘협치’를 말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게 막는 데에 방점이 찍혀있으므로 구두선(口頭禪)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제로 성장’ ‘인구 소멸’ ‘연금 파탄’으로 치닫는 대한민국을 살릴 ‘협치 법안’을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될 것이다.

‘사대 외교와 퍼주기’로 일관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이재명 대표의 발호(跋扈)가 가관이다. 2023년 6월 8일. 이 대표는 폴더인사를 하고 주한 중국대사 싱하이밍을 만났는데, 싱하이밍의 A4용지 낭독(한국 외교정책과 내정 간섭)을 공손히 듣고 있어서 ‘굴종 외교’라는 구설에 올랐다. 그로부터 9개월 후(2024년 3월 22일). 이 대표는 “대만 문제에 왜 우리가 끼어듭니까. 중국에도 쎄쎄, 대만에도 쎄쎄 하면 될 것을”이라며 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했다.

자주와 개혁이 서야 할 자리에 종속과 수구가 끼어드는 이 같은 사대주의 발언은 ‘재조산하(再造山河, 나라를 다시 만든다)’ 해야 할 국가위기 시에 ‘재조지은(再造之恩, 임진왜란 시 명나라가 도와준 은혜)’을 노래한 것과 무엇이 다르랴.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우파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철회 당한 가장 큰 이유는 ‘타이밍을 놓친 업보(業報)’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과 적폐몰이로 대한민국 체제를 퇴행시킨 문재인 정권의 악정(惡政)을 단죄(斷罪)하지 않았고, 그 결과 ‘정의와 공정’ 국정 기조가 무너져 내렸다. 보수우파 유권자들은 윤 대통령이 국정 경험이 미흡해도 무너진 법치를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로 지지를 보냈는데, 그 기대를 배신당한 것이다. 여기에는 ‘지연된 정의’를 해소하지 못한 한동훈 법무부장관, 이원석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

박근혜 탄핵정변에 이어 윤석열 탄핵정변의 검은 먹구름이 엄습해오고 있다. 이제 윤 대통령은 역사와 정의의 도도한 물결을 헤쳐나가야 한다. 유약한 ‘기회주의’를 배척하고, 엄정한 ‘법치’를 관철해야 한다. 국회에 똬리를 틀고 있는 범죄자들과 선거사범들의 사법처리를 엄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해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등 돌린 보수우파’를 재결집한 후 ‘보수의 대개혁’으로 외연을 넓혀 나가야 한다. 거야(巨野)의 ‘탈(脫) 정책’에 맞서 민생정책과 미래비전으로 국민을 안심시키고 정권 재창출의 기대감을 높여야 한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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