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윤석열 정부가 대대적으로 공직사회 기강잡기에 나섰다. 정부가 공직 사회의 일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난달 22일부터 3주간 공직 기강 특별 점검에 나섰다. 대통령실 역시 마찬가지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수석들과의 첫 회의에서 대통령실은 일하는 조직이라며 대통령실 내부 기강잡기에 나섰다. 총선 참패 이후 권력 누수 조짐이 나타나자 이를 막으려는 조치로 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민정수석실을 폐지했지만 최근 민심 청취를 이유로 민정수석 부활을 검토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  찾은 윤 대통령. 뉴시스
공직기강비서관실 찾은 윤 대통령. 뉴시스

-공무원 도시세종, “정권 조기종식조국당 득표 1진노
윤통 공직 복무 한달간 집중 점검. 민정수석 부활해 기강잡기

4·10 총선 전부터 대통령실 실책이 꾸준히 거론됐다. 의대 증원 이슈가 처음 제기됐을 때는 대통령 지지율이 올랐다. 그러나 의대 증원 이슈가 장기화되면서 호재가 악재로 변해버렸다. 이 과정에서 정무라인 책임론이 일면서 늘공 일변도 인사가 거론됐다. 이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외길인생을 걸어온 늘공 출신이고,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전 비서실장, 이관섭 전 비서실장 등이 모두 늘공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실제 늘공 출신들은 국정 실무에 밝고 추진력은 있지만 어공(정치인 등 비관료 출신 공무원)이 채울 수 있는 자리까지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여권 한 인사는 정치 선언 단 8개월 만에 대권을 거머쥔 대통령이기에 정치적으로 빚진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건 장점이 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오며 국정을 고민해온 핵심 측근들도 존재할 수 없었다는 점이 정무적으로는 한계라고 밝혔다. 당정, 국민과 여야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줘야 할 어공이 항상 아쉬웠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늘공 출신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늘공의 우직함과 어공의 유연함이 어우려져야 효과가 나는데, 대통령실은 늘공 일변도라서 불통 이미지를 가속화시켰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소통은 일방적으로 흐르르면서 불통 이미지만 가속화됐고, 그 결과는 4.10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책임을 지고 대통령실 수석 등이 사의를 표명했고, 이중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이 교체됐다.

정무형 인사 전면에 공직사회 기강 잡기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과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을 임명한 후 참모들과 기념사진 찍은 윤대통령. 뉴시스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과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을 임명한 후 참모들과 기념사진 찍은 윤대통령. 뉴시스

이런 시행 착오 끝에 윤 대통령은 정무형 인사인 5선 의원 출신의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을 임명했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총선 패배로 어수선한 대통령실을 포함한 정부의 분위기를 바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논란이 됐던 양정철 비서실장·박영선 총리설과 대국민 담화 혼선 등 연이은 메시지와 일정 관련 난맥상을 정리하고 용산의 정치 기능을 재정비하는 등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서고 있다.

실제 정 비서실장은 지난달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들과 가진 첫 회의에서 대통령실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실 관계자라는 이름으로 메시지가 산발적으로 외부에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또 대통령실은 일하는 조직이지, 말하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메시지 관리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실의 정치는 대통령이 하는 것이지, 비서들이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결정은 최종적인 것이다. 그 보좌에 한 틈의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정 실장은 메시지 혼선 방지를 당부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도 공직 기강 확립을 주문하면서 국무총리실이 관계 부처와 함께 공무원 복무 점검에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공직 사회 활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함께 공직 기강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출근 시간 및 점심 시간 엄수, 허위 출장이나 음주로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행위 등이 점검 대상이다. 총선 참패 이후 어수선해질 수 있는 공직 사회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한덕수 총리와 총선 후 첫 주례 회동을 갖고 민생안정을 위해 공직사회의 일하는 분위기와 공직 기강을 다시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지난달 16일 국무회의 공개발언에서도 국무위원들이 민생 안정을 위해 공직 사회에 일하는 분위기를 잡아주기 바란다면서 아울러 기강이 흐트러진 것이 없는지 늘 점검해달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총선 전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차단하거나, 총선 후 기강 확립을 위해 통상적 차원에서 점검이 이뤄진다고 했다.

이로 인해 세종 관가 분위기도 바뀌었다. 정부가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며 공직기강 특별 점검에 나선 뒤 공무원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각하는 공무원은 극소수이고 대다수가 야근하니 공직 기강 점검은 사실상 점심시간 엄수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공무원들 불만 표출 총선 패배 연관짓기도

집회에 참석한 조국 대표. 뉴시스
집회에 참석한 조국 대표. 뉴시스

그러나 불만도 나온다. 한 공무원은 조근, 야근이 다반사인데 점심 때 지각 복귀한번 했다고 잡아 버리면 업무 의지가 다 꺾인다업무에 저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공직 기강을 확립해야 한다. 사실상 여러 사람을 만나야 할 공무원의 행동 반경을 묶어 버려 업무를 저해하고 있다. 대통령은 책상만 지키고 있지 말고 현장으로 나가라고 했는데 현실은 정반대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시대가 변했으면 공직 기강 잡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지 않느냐점심시간이 기강의 척도가 될 순 없다. 평소 얼마나 일을 열심히 하는지 제대로 확인하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다만 예견된 일이라는 말도 나온다. 공무원들 사이에선 총선 때 여당이 세종시에서 완패한 것과 관련 있는 점검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2212월 말 기준 세종시 거주 공무원의 연금가입자는 32500여명이다. 부부공무원 수, 비혼이나 단독이주 공무원 수 등을 고려하면 세종에 거주하는 중앙부처 공무원과 그 가족 숫자는 45천명에 이른다. 특히 세종은 이번 총선에서 투표율이 70.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세종은 충청권에서 유일하게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29.88%)가 조국혁신당(30.93%)보다 비례대표 투표 득표율이 낮았다. 또 국민의힘 후보들 모두 패배했다.

이에 대해 한 공무원은 공무원들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은 곤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정부정책과 현장 공무원들의 생각이 다르다는 건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고 했다.

민정수석실 부활, 공무원 사정기능 강화?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민정수석실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에 대한 안이한 대처와 의대 증원 대국민 담화 등 민심과 어긋난 판단을 해 온 대통령실이 반성 차원에서 민심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민정수석을 두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가진 회담에서 정책이 현장에서 어떤 문제점과 개선점이 있을지 정보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김대중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을 없앴다가 2년 뒤 다시 만들었는데 이해 가는 부분이 있다고 말해 사실상 민정수석실 부활을 예고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공무원들에 대한 통제 강화가 목적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총선에서 공무원이 많은 세종시에서조차 국민의힘이 대패했고,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을 둘러싼 군 조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을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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